[권은경] 여성과 청년의 정계진출이 쉬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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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국의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진행하고 당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선출했습니다. 투표한 당원들의 43.82%의 득표로 36세의 이준석 씨가 향후 2년간 국민의힘을 이끌 당대표로 선출됐습니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30대 당대표가 나온 것이랍니다. 거기다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들 중 3명이 여성 의원이라고 하니,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참 혁신적인데요.

대한민국 건국 초기엔 현대적 민주주의 정치를 처음 도입하던 시기였기에 30-40대 정치인들이 제법 배출됐습니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들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같은 분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후 한국 정치는 1980년대 민주화를 거치면서 초창기 정치인들의 고령화와 함께 정치인의 평균 연령도 높아졌습니다. 한국 국회의원 평균연령이 2016년 통계에서는 55.5세였고요. 2020년 21대 국회의원은 54.9세였습니다. 이들 중 40세 미만의 청년 국회의원 수는 14명으로 전체의 4.3%에 불과합니다. 국제의원연맹 통계에 따르면 스웨덴,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의 40대 미만 의원은 35% 내외라고 하니, 한국에는 젊은 정치인이 현저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한국 전체 의원들 중 여성의원은 19%입니다. 미국, 영국, 독일 그 외 서유럽 선진국들의 현재 여성 의원 비율은 평균적으로 35% 정도로, 한국 여성들의 정계 진출도 많이 저조합니다. 지난 2020년에 있었던 21대 총선에서 40대 미만 청년 유권자의 비율은 33.8%였고 여성 유권자는 50.5%였는데, 실제 이들을 대변하는 의원들의 비율은 상당히 낮습니다.

여성뿐 아니라 청년 청치인의 정계 입문이 쉽지 않은 것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선거제도 때문이라는데요. 선거자금도 충분치 않고 정치적 지지기반 약한 신입 청년 정치인들에게는 정계입문이 불리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청년들도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정치계 환경을 바꾸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있었던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기성정치인들의 보수적인 정책에 화가 났던 청년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보궐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외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로 인해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 정치계가 청년들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됐습니다.

청년 정치인의 등장이 중요한 이유는 기성세대들의 관료주의적, 권위주의적, 보수적 정치적 관행들을 타개하고 진취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정치를 펼쳐나갈 가능성을 더 높여주기 때문일텐데요. 여기에 더해, 청년 유권자가 전체 인구의 34%에 가까운데, 인구의 1/3에 달하는 국민들을 대변해서 청년들의 현실과 미래 그리고 이들의 가치관을 잘 반영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출산, 취업, 교육, 주택문제 관련 정책은 청년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데요. 이 문제들은 인구, 경제, 인재 양성 그리고 사회적 안정이라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 사안들로써 국가의 현재와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 따라서 청년들의 현실 사회를 잘 반영한 정책 입안을 위해서 청년들의 혁신적 목소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정치인들은 김정은 총비서를 제외하면 청년 정치인은 거의 없고 여성 정치인도 고위급에선 김여정 부부장을 제외하면 거의 없습니다. 북한도 점차로 정치인의 연령이 젊어지고 있습니다만 국제적 추세를 따라 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는데요. 북한 정치국 위원의 평균 연령이 2016년 제 7차 당대회 때는 76.2세였는데, 올해 1월 제 8차에서는 67.2세로 한층 젊어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또한 김정은 정권도 청년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치려는 시도도 보이고는 있는데요. 그 결과는 청년들의 자유를 더 제한하고 청년들의 노동력만 이용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에 더 안타깝습니다.

북한도 이왕에 정치인들의 연령이 젊어지고 있다 하니 더 젊은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정치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지 않을까요? 북한당국은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며 검열과 단속의 강도만 높이는데, 청년들의 정계 진출과 경제계 진출을 더 활성화하고 보장하는 정책을 도입해서 사회 여러 분야에서 세대교체를 이뤄내면 세도,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문제가 효과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요? 그 결과로 똑똑한 사업가 출신의 30-40대 청년들이 더 많이 정계로 진출한다면 얼마나 진취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경제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상상만해도 신이 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