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싱가포르에서 개혁개방의 가치를 배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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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북한의 국무위원장 김정은, 두 정상간 역사적인 만남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동남아시아의 말레이반도 끝에 위치한 작지만 강력한 국가인 싱가포르에서 만났습니다. 싱가포르에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했다는 것에 제 나름대로 큰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왜냐면 중국의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 즉 등소평 주석이 싱가포르에 방문했던 사례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 리콴유의 회고록에 덩샤오핑의 싱가포르 방문이 의미 있게 기록돼 있습니다.

덩 전 총서기가 방문한 것은 1978년 11월인데요. 그해 12월에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 11기 중앙위원회 제3회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선언하고 빠른 경제발전을 이룩한 역사를 돌아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물론 중국의 개혁개방이 전적으로 덩샤오핑의 싱가포르 방문 때문이란 말은 아닙니다만 덩샤오핑과 리콴유, 두 정상간의 몇 차례 만남과 영향을 주목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덩사오핑은 싱가포르 방문 이후 중국으로 돌아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합니다. "나는 외국 자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들이 지은 공장에서 이익을 얻고 있었다. 우선 외국 기업은 순 잉여금 중 35%를 세금으로 지불해 싱가포르 국고에 환원시켰고, 둘째로 외국 기업의 노동 수입은 근로자들에게 돌아갔으며 셋째로 외국의 투자는 싱가포르 내에서 서비스 부문의 사업을 창출해 냈다. 모든 것은 국가의 수익으로 돌아갔다." 덩 주석이 1978년 11월에 싱가포르에서 본 것은 중국인들이 성취해야 할 최소한의 지표가 되었다고 리콴유는 의미를 부여 했습니다. 그 의미는 지금 북한에게도 큰 울림이 있어 보입니다.

덩샤오핑의 싱가포르 방문 뒤 7년 후 1985년 9월 리콴유가 중국을 방문했고 당시 중국의 자오쯔양 총리가 접견했습니다. 자오쯔양 총리는 리콴유에게 베이징으로 오던 중에 둘러본 중국의 인상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리콴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1979년에 비해 상하이에서는 역동적이고 활기찬 차세대 지도자들을 더 많이 목격했고 색색 가지 옷을 입은 사람들은 행복하고 더 풍요로워 보였습니다. 사방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교통사정도 좋았습니다. 산둥성에서는 사회 기간시설 개선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로 충만되어 있는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공무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업수행을 위한 관리체계도 잘 갖추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행한지 7년이 지난 중국의 모습을 리콴유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리콴유는 1988년 9월 17일 다시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과 마지막 면담을 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덩샤오핑을 만난지 거의 10년이 되던 시기였습니다. 덩샤오핑은 리콴유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개방정책에는 꽤 좋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훌륭한 경제개발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냈다. 중국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 기강을 강화시키는 것도 중요했다. 중앙정부는 효과적인 통제력을 행사했지만 외부세계로의 개방을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 개방 후에 정확한 관리와 경영은 더욱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식량과 의류 문제는 해결했다. 이제 사람들은 중산층 정도의 안락한 생활수준을 이루기를 원한다. 국내총생산액이 10년 동안 네 배나 증가되었다. 중국은 외국 즉 '싱가포르와 한국에게'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명암이 교차하는 10년의 발전에 대한 덩샤오핑의 평가였습니다. 리콴유는 보다 긍적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국민들의 사고와 태도에 일어난 상당한 변화이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비판적이고 질문도 더 많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제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더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가지게 됐으며 이 태도와 사고의 변화를 보면 중국의 미래를 더 낙관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1978년 11월 덩샤오핑이 싱가포르에서 배우고 느꼈던 것을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번 방문으로 배웠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한 무엇보다 사람의 변화와 창조적 능력의 발전을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생각하던 리콴유의 지혜도 함께 얻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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