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당국이 가장 빈번히 사용하는 단어들 중 하나를 꼽으라면 ‘자력갱생’이 아닐까요?
지난 17일자 로동신문 논설은 “과학기술과 교육을 자력갱생 대진군의 견인기로 틀어쥐고 나가야 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대한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논평은 “과학기술과 교육발전을 앞세우는 것은 자체의 힘으로 경제건설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원만히 풀고 인민경제 전반을 상승 궤도에 확고히 올려 세우기 위한 최상의 방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월 말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북미 정상급 대화가 아무런 결실도 없이 무산된 이후,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지금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가 철저히 이행되고 있으며 북미간 대화는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의 해법으로 북한 당국은 자력갱생의 구호를 들고 나왔고 주민들에게 자체적으로 방도를 찾아서 먹고 살 것을 독려했습니다.
그리고 로동신문은 각종 기업소에서 국가계획분을 달성하기 위한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주민들의 모습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로동신문의 보도들이 알려주는 내용은 주민들의 실제 모습이 아니란 점을 청취자분들은 더 잘 아실 겁니다. 따라서 로동신문이 보도하지 않는 주민들의 실생활 보도들을 살펴보고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인민경제 전반을 상승 궤도에 확고히 올려 세우기 위한 최상의 방도’에 대해서 말씀 드릴까 합니다.
최근 RFA 보도에 따르면 김책시의 한 여성 군인이 군복무 중 척추부상으로 감정제대를 해야 할 형편이었답니다. 이 군인이 입원해 있던 제11호 중앙병원에서는 회복이 어려워 감정제대 결정을 내렸다며 ‘감정제대증명서’ 비용 500위안을 요구 했답니다. 군인병원 마저 주민들에게 부당한 돈을 받아서 병원 자체의 자력갱생 방도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함경북도의 내부소식통은 나라에서 청년일꾼들이 필요하면 데려다 공사일에 내몰고 부상을 입으면 필요 없으니 데려 가라는 식이라고 불만을 표했습니다.
소식통의 말처럼 당국이 자력갱생을 하는 방법은 공권력을 사용해서 사람을 쉽게 부리고 보수를 주지 않는 방법입니다. 또 지난달 평양에서 도, 시, 군 인민위원장 회의가 있었고 이 자리에서는 ‘전력공급 등 에너지 문제와 식량부족 문제는 지방 인민위원회에서 자체로 해결하라’는 논의가 있었답니다. 그래서 인민위원장들 사이에서 태양광 발전이나 메탄가스 전력 이용 등으로 자체적으로 이미 해결하고 있어서 더 취할 방도도 없다는 불만도 흘러 나왔다고 합니다.
이 모두는 당국이 ‘자력갱생’의 구호 아래 주민들의 희생을 유도하는 모습들입니다. 이 같은 사례들을 통해서 읽을 수 있는 북한사회의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요. 첫번째 북한에는 주민들을 위한 공공복지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무상의료과 무상교육을 자랑하지만 군인들을 위한 특별한 병원에서조차 군인들에게 부당한 돈을 갈취해 내려는 것은 무상의료의 허점일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일꾼들을 위한 국가의 당연한 복리정책이 없다는 의미지요. 또 전기 수도 등은 정부가 기본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사회기반시설 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행정부는 주민들에게 이런 기본적인 공공복지 봉사도 못하면서 이 마저도 주민들에게 알아서 할 것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둘째로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위한 요구를 정책적으로 전혀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민들이 협동농장에 지원 전투를 나가지 않아서 농장의 일손이 모자라게 됐습니다. 일반 노동자들은 돈을 벌 수 없는 농장 지원 전투를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주민들이 돈을 벌어서 자력 갱생할 수 있는 방안을 주민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는데 당국이 억지 정책을 써서 주민들의 경제생활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공공복지 정책의 부재와 주민 노동력을 동원하는 강제노동 문제, 모두가 경제발전과 함께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인류역사상 경제발전은 자력갱생의 방식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실현된 적이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강조하는데요. 전 지구의 인류가 축적하고 터득한 문명과 지식, 근대화의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인류의 과학기술이지요. 과학기술 발전 자체가 자력갱생으로는 불가능한 것인데 어떻게 주민들에게 꽉 닫혀있는 한반도 북쪽의 자체적인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서 ‘자력갱생’으로 알아서 먹고 살라고 강요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자력갱생’은 경제발전의 방도로는 한참 잘못된 정책임을 북한 당국이 깨닫는 것, 그것이 ‘인민경제 전반을 상승 궤도에 확고히 올려 세우기 위한 최상의 방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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