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과 미국 대통령 그리고 중국의 주석을 만나러 세계 무대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로써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토론은 국제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겨나고 있고요.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북한에 실질적인 인권개선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엇갈려 나옵니다. 다양한 관점의 논쟁들이 공존하는 한반도 정세의 전환 시기인데요. 한동안 열리지 않았던 인권유린 가능성이 농후한 행사가 다시 계획돼 있다는 보도가 나와서 우려가 커졌습니다.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5년만에 재개한다는 뉴스보도입니다. 북한당국이 국가정상화와 경제발전을 도모하겠며 국제사회 주요 지도자들의 마음을 사려고 애쓰고 있으면서도, 정상국가의 관행과는 거리가 먼 대규모 정치적 집단체조 공연을 다시 개최한다니 실망스럽습니다.
중국의 베이징에 위치한 북한전문 여행사인 고려여행사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북한의 새로운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공연이 9월에 개최된다고 밝혔습니다. 여행사는 9월 9일부터 30일까지 집단체조가 개최될 거라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합니다. 고려여행사를 통해서 21일간 집단공연도 관람하고 북한도 여행하려면 4천 유로, 즉 미화로 4천 6백 달러 이상 지불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비싼 여행상품이고요. 가장 저렴한 것은 미화 93달러 여행상품도 있다고 합니다. 벌써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여행사 측은 얘기합니다.
아리랑 공연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집단체조 공연은 2002년 김일성의 9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열렸고, 2006년은 수해로 인해 취소됐지만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열렸습니다. 한 차례 공연에 동원되는 인원이 무려 15만 명이 넘고 아동들과 대학생들이 대거 참여합니다. 학생들은 행사 준비와 연습 때문에 길게는 6개월 정도 학교수업도 빠진 채 연습에만 매달려야 합니다. 혹독한 육체적 훈련과 정신적 압박을 당해야 하는 가혹한 훈련 때문에 부유한 부모들은 병원에 뇌물을 고여서 아이가 아프다는 진단서를 가짜로 꾸민다고 합니다. 학교에 가짜 진단서를 제출하고 자신의 아이를 집단체조 공연 참가자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거지요. 공연이 임박해 오는 시기의 훈련은 아침 8시부터 12시간씩 진행되고 당일 연습과제를 다 마치지 못했을 때는 밤 늦게까지 훈련이 이어지는 데다 평양에서 본공연 훈련을 시작하면 화장실도 못 가고 참아야 해서 방광염으로 고생했다는 증언들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이 아동 인권유린으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습니다. 학생들의 육체 노동에만 의지하는 아리랑은 극도의 노동집약적인 정치 선전선동 행사입니다. 또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관광사업으로 국가차원에서는 중요한 외화벌이 사업 중 하나입니다. 즉 외화벌이 사업에 무료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겁니다. 서구 언론은 북한의 집단체조를 ‘강력한 정치적 통제와 경제적 궁핍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며 전기나 식량, 경제 모든 분야에서 뒤떨어진 상태에서 유일하게 활용 가능한 자원이 대량의 주민들이라며 노동력을 착취로 이뤄지는 외화벌이 사업을 비꼬기도 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아동들이 길게는 6개월 동안이나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인권유린 행위이기도 합니다. 또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반하는 인권유린에도 해당됩니다. 북한당국은 수만 명의 아동과 학생들을 강제로 정치행사에 동원해서 ‘태양민족의 정신과 위력을 떨친다’는 선전에 참여시킵니다. ‘국력과 일심단결의 위력을 떨치는 문화예술’이라고 선전하면서 국내외에 당국의 체제선전과 정권의 우월성을 과시하는데 아동들을 강제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으로 아동들의 자발적 참여라고 국제사회에 주장합니다. 자발적 충성심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돼 있으므로 훈련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경우는 정치적 비판과 육체적 처벌이 동반됩니다.
과거 아리랑 공연을 참관했던 외국언론은 구 소련이 최고 권력을 자랑하던 시기에도 이 같은 대규모 공연을 조직하는데는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치선전을 위한 대규모 집단체조는 과거 2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 독일 나치정부가 조직됐던 대규모 집단행진이 있었고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 우파 극단주의 정권인 무솔리니 시절에도 유사한 정치행사가 있었습니다. 현재 동시대 지구 상에서는 북한과 같이 정치선전 집단체조 같은 것으로 정치나 체제를 선전을 하거나 관광객을 유치해서 외화벌이를 하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만 정치선전 집단체조를 과거 역사 속에 버리고 나가야 할 때입니다. 국가정상화를 꿈꾸는 현재 시기에 이 같은 전근대적이고 전체주의 독재의 전유물인 대규모 집단체조는 받아들이기 힘 듭니다. 아리랑 아니 ‘빛나는 조국’ 공연은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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