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쪽에 위치한 대자연을 자랑하는 나라 캐나다는 평온하고 친절한 국민적 성품이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몇 신문보도들이 캐나다의 특색과는 상반된 내용들이라 좀 충격적인데요. 캐나다 원주민을 위한 엣날 기숙학교 자리에서 이름도 없는 무덤이 751개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이 보도는 지난 달 215구의 어린이 유해가 캐나다의 서부지역에서 발견됐다는 보도에 뒤이어 나왔기에 더 놀라웠습니다.
이 무덤은 캐나다 중남부 카우세스라는 지역의 원주민 기숙학교 자리에서 발견됐습니다. 과거 19-20세기에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 인디언 아동들을 주류 백인 문화에 동화시키는 정책의 일환으로 카톨릭 교회가 기숙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지원했답니다. 1863년부터 1998년까지 캐나다 전역에서 15만 명의 원주민 아동들을 강제로 가족과 분리해서 교육하던 시설인데요. 여기서는 원주민들의 언어와 조상들의 문화도 금지당했고 학대도 자행됐다고 합니다. 이 사실들이 공론화되면서 2008년에 원주민 기숙학교 제도에 대해 조사하는 진실과 화해위원회가 설립됐습니다. 위원회는 당시에 130개 이상의 기숙학교가 있었는데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6천 명 정도의 아동들이 거기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아동들이 이후에 부모 곁으로 되돌아 가지 못 했다고 합니다. 위원회는 이 같은 관행은 문화적 학살에 가깝다고 선언했습니다. 2008년에 캐나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이번에 저스틴 트뤼도 총리도 과거 원주민들이 겪었던 체계적인 인종차별과 부당함은 엄청나게 슬픈 일로써 창피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습니다.
유럽 대륙에만 갇혀 살던 유럽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것이 1492년이지요. 1600년 전후로 영국과 프랑스에서 이민자들이 캐나다에 들어오기 시작해서 1867년에 캐나다연방이라는 공식 국가로 선언했는데요.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 보면,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던 유럽사람들이 신대륙에 도착해서 아메리카 대륙에 고립돼 살던 원래 주민들과 대면하는 것이 상당히 위협적이었을 것이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1만 년 이전부터 생존하던 원주민들 입장에서도 유럽사람들이 두렵고 생소하긴 마찬가지였을테고요. 서구 유럽식의 과학, 종교, 지식, 문화 등에 기반한 문명이 아니라 원시공동체적 상황에 있던 새로운 인류의 종을 대면한 것인데요. 크게 다른 두 문명의 충돌이 이 같은 비극을 만들어 냈을 것입니다. 유럽에서 좀 더 강한 문명의 혜택을 받던 사람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총칼을 써서 원주민을 몰살하거나, 자기들보다 하류 인류로 치부하고 노예로 부리거나, 강제로 집중 교육하고 강압해서 원주민의 색채를 억지로 지워서 유럽사람들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 이 세 가지 정도였을 겁니다. 또한 그 당시에 아무리 선진적인 문명이었다 할지라도 인권의식과 인간을 존중하는 수준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 낙후했습니다. 그 결과가 최근 캐나다에서 발견된 아동들의 유해 더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먼저, 문제에 책임을 져야하는 캐나다 정부의 태도와 처리 방식입니다. 2008년부터 원주민 아동에 대한 인권침해가 밝혀지면서 캐나다 정부는 공식사과를 하고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해 지원하고 조사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도 그 일환으로 또 다시 공식사과를 했습니다.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고 과거 선조 정치인들이 잘못한 오류를 인정하고 희생자를 잘 치유하도록 책임있는 정책을 펼치는 모습인데요. 선진적인 정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합니다.
둘째로, 다양한 문명과 문화, 다른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잘 파악하고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개방된 자세가 주는 이점에 대해서입니다. 물론 500년 전이야 외부 문화와 문명에 대한 정보에 무지했던 것은 피치 못할 상황이었지만, 21세기 현재 우리는 외부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무지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정보와 지식을 원하는 대로 취득할 수 있는 도구인 인터넷이 있기 때문이지요. 외부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잘 습득해서 다양한 특색의 문명에 익숙해져 있어야 대외 관계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어 외부의 문화와 지식,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데요. 지금 당장 북한당국은 안심할 지 모르겠지만, 외부 정보의 차단은 북한의 현 세대 청년은 물론 미래에도 독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 우려됩니다.
마지막으로는 북한의 중등학원을 떠올렸습니다. 1세기 훨씬 전에 캐나다에서 원주민의 문화적 색채를 지우기 위해 운영하던 인권유린 시설물에 대한 기사를 보고 현재 북한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등학원을 떠올렸다는 건 참으로 비극입니다. 최근에도 북한의 중등학원 학생들이 무리로 탄광촌과 돌격대로 자원해 갔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걱정하는 아동들 대상 강제노동과 차별을 국가가 관행적으로 자행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우리 인류는 지금 복잡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정교하게 적용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국가 질서를 유지하고, 고성능의 과학기술을 개발해 화성까지 관찰하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는 등, 고도의 문화와 과학과 문명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하루 빨리 세계적인 수준의 문명과 인권의 가치를 누리고 지킬 수 있는 장으로 올라 오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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