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유엔헌장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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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시장에 가면 몰래 빼돌려서 파는 유엔 지원 식량이나 유엔 약은 돈만 있으면 쉽게 살 수 있지요. 유엔 약은 성능도 좋아서 북한에서 제조하는 의약품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지요.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되는 나라들에 경제 제재를 가해 위협의 근원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유엔 안보리도 들어봤을 겁니다. 그 외 여러 영역에서 지구촌의 안보와 평화, 인권을 위해서 일하는 곳이 유엔인데요. 1945년 6월 26일은 유엔의 존재 근거가 되는 유엔 헌장에 주요 국가들이 서명 한 날입니다.

유엔 헌장은 한 나라의 헌법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소련, 중국, 영국과 미국이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의 안정을 도모 하자는 지향을 가지고 유엔을 설립했는데요. 1918년에 막을 내린 1차 세계대전과 겨우 20년이 지나 발발한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류는 참혹한 인간성 말살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1차 대전에서 약 4천만 명의 인명이 살상됐고, 2차 대전에서는 무려 7천 5백만 이상의 생명이 희생됐습니다. 이 중 약 4천만 명의 민간인 살상이 있었는데 많은 민간인 희생자들은 인종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살상한 학살이나 대량의 폭탄 투하, 질병과 기아로 생명을 잃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함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새로운 질서와 안정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유엔이 만들어 졌습니다.

따라서 유엔헌장 전문에는 다시는 이 같은 인간성 말살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약속이 잘 반영돼 있습니다. 두 차례의 참혹한 대전이 인류에게 안겨준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후세대에게는 안겨주지 않겠노라 약속했습니다. 모든 인류가 민족이나 국가의 힘 또는 성별에 차이 없이 동등한 권리,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의 기초 위에 근본적인 인권을 공정하게 보장할 것을 유엔헌장에서 다짐합니다. 사람이 태어나게 된 출신 성분이나 집안 배경, 나아가 나라나 민족, 인종은 그 사람 개인의 선택이나 양심 또는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선천적인 속성에 따라 차별해서 불이익을 주거나 심지어 건강이나 생명까지 해치는 것은 불공정하며 인류의 양심이 허락할 수 없는 비윤리적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더 광범위한 자유 속에서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진보를 촉구할 것을 유엔헌장에서 약속합니다.

북한 주민 여러분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유엔 헌장에서 다짐한 약속들에 기반해 유엔 기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22일에 북한인권 결의안이 인권이사회 이사국들의 동의로 투표 없이 채택됐습니다. 인권이사회에서 크로아티아 대표는 북한당국이 자행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긴급히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호주는 북한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유린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 공포의 대상인 관리소(정치범수용소)가 여전히 운영되고 있고, 보안원이 주민들을 체포할 때도 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게 아니라 무작위로 체포하고 구금하는 관행도 지적했습니다. 다른 나라 뉴스보도나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현실, 자국 내에서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는 상황이나 수시로 숙박검열이나 그루빠 이름으로 일상을 검열하는 행위들도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는 관행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거기다 북한당국은 주민생활보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한 북한당국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유럽연합이 초안 작성한 북한인권결의안은 사악한 적대세력이 북한을 압살하려는 반공화국 행위’이고 앞서 언급한 지적은 잘못된 정보라고 항변했습니다. 따라서 결의안 채택과 같은 적대적 도발에는 강하게 대응할 것이며 대화와 협력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6월 들면서 남한의 대화와 협력을 위한 손길을 북한당국의 악의적인 말폭탄으로 뿌리치던 것을 떠올리면 유엔 무대에서 북한당국자가 한 말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주민들의 일상생활에서 펼쳐지는 인권침해, 정치적 억압, 인간 존엄성 말살 문제를 토론했는데요. 이 모든 노력은 앞서 언급한 유엔 헌장이 그 근간입니다. 어떤 사람은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유복한 나라에 태어나고, 또 어떤 사람은 하루 한끼 먹기도 힘든 상황에다 그 나라 정부는 국민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지도자를 비판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서 검열하고 통제하는 나라에 태어납니다. 이 같은 태생적인 차이는 그 사람의 잘못이나 능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환경이 주어지기 마련인데요. 불행하게도 처한 환경과 제도가 다른 것이지 사람의 가치나 존엄함에 차이가 있는 게 아니지요. 불합리하게 차이나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자는 약속이 유엔 헌장입니다. 그 가치에 따라 북한주민들도 딴 나라 사람들이 누리는 자유를 누리고 문화도 즐기고 경제활동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 북한인권 결의안에서 촉구합니다. 북한도 193개 유엔 회원국 중 하나이며 유엔 헌장이 약속한 안보와 평화, 인권을 존중하라는 약속을 엄중히 지켜야 하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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