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은 미국과 베트남이 공식 외교관계를 맺은 지 25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955년부터 거의 20년간 치른 베트남 전쟁으로 양국 전체 1백 35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당국은 국가의 발전과 진보를 지향하는 더 큰 명분 하에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었습니다. 미국과 수교 이후 8%의 고속 경제성장으로 2018년 베트남의 국내 총생산은 2조 413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과 베트남 양국 사이의 무역량은 같은 해 총 6백 26억 달러로 미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이 되었습니다.
45년 전까지는 최대의 원수 국가였던 미국이 베트남의 최대 무역 대상국이 된 원인은 1986년 베트남 경제정책의 개혁에 있습니다. 이 경제 개혁을 지속적으로 실행가능한 정책으로 뿌리내릴 수 있게 만든 것은 개혁을 뒷받침하는 법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1986년의 경제개혁을 주민 경제생활 일반에 현실화하기 위해서 1992년 헌법을 개혁해서 개인의 경제활동과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허용했습니다. 거기다 외국인의 자본과 기술투자를 보장하고 외국인이 수익을 회수할 수 있도록 민법을 제정했습니다. 이어 몇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사적인 계약을 전적으로 인정했으며 개인들의 경제생활에서 국가 간섭을 줄여 나갔습니다. 헌법 개정으로 국가는 전체적으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경제관리를 하면서도 개별적인 경제주체들은 시장 경제질서를 여러 부문에 도입하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자본경제는 국민생계를 위해 이로운 분야에서 활동 규모에 대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했습니다. 또 “합법적인 개인이나 조직의 재산은 국유화되지 않는다”고 선언함으로써 개인의 재산 소유권을 허용하고 재산을 다치지 않게 보호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거기에 1995년에는 민법을 제정하고 경제활동 내용과 성격의 변화에 따라 섬세하게 개정해서 2015년에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시장경제 체제의 민법으로 개정해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법인이 경제의 주체로 소유권을 가진다는 내용과 재산에 대한 권리 및 계약 문제, 채무 관련 규정들과 상속권 보장 등을 포함합니다. 여느 선진국의 민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정교한 법체계를 갖춰서 개인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가능케 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민법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의 소유권만 인정하면서, ‘개인소유는 근로자들의 개인적이며 소비를 위한 소유'만을 인정합니다. 생산수단의 사회주의적 소유만 인정하고 개인의 소유권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베트남 노동법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에서 합의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근로자에게 대가로 지급하는 돈’을 임금의 정의로 적시했습니다. 따라서 노동은 임금을 얻기 위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노동법은 ‘조국번영과 인민 복리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열성과 창발성을 내어 일할 것’만을 요구합니다.
베트남은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하고 그야말로 철천지 원수 국가였던 미국과 수교를 맺고 국제사회로 나왔습니다. 이에 맞춰 법을 제정하고 고쳐가며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더욱 공고히 만들고 안정을 담보해왔습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으로 몇 백만이 굶어 죽는 대참사를 겪었지만 개혁을 미루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는 중에 주민들은 비법적, 반합법적인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국가를 떠받쳐 왔습니다. 하지만 개인소유를 안정적으로 보장하지 않으며 경제활동에 엄청나게 많은 제한과 규정을 두고 있으니 불법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은 불문율이 되었습니다. 법 기관에서 일하는 보안원과 보위원들이나 공무원들이 노동의 댓가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한 양의 로임을 받지 못하지요. 그렇다 보니 담당보안원이 장사하는 주민들을 위협해서 수익의 일부를 뜯어내 생계를 꾸리고, 또 그 수익의 절반 이상을 소속된 법기관의 상부 일꾼들에게 상납하는 방식으로 국가기관이 운영됩니다. 법기관부터 이러하니 교육기관이나 다른 행정기관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주민들의 경제활동을 들여다보면 여느 시장경제에 기반한 국가들이나 다름없이 개인장사로 돈을 벌고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크고 작은 기업이나 회사들도 개인이 운영합니다. 하지만 법으로써 이들의 활동을 보장하지 못하니 경제에 재갈을 물려놓은 꼴입니다.
북한 당국자들도 베트남의 법률을 들여다보고 배워야겠습니다. 북한의 법률들도 주민생활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법으로 개정하는 것이 경제발전은 물론, 주민들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최선의 정책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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