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북한당국이 주민들이 흔히 쓰는 말들을 금지 한다는 뉴스보도가 남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른 조치로 노동신문은 논설을 게재하고 북한 청년들을 위협조로 경고까지 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사상도 문화도 도덕도 우리의 것이 제일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지니는 데서 청년들이 앞장서야 한다”면서 “자기의 것을 귀중히 여기지 않고 남의 풍에 놀게 되면 피로써 쟁취한 사회주의 전취물을 지켜낼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해 12월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됐고, 남조선 문화 콘텐츠의 시청 및 유포, 등록되지 않은 텔레비전과 라디오, 컴퓨터의 사용, 성녹화물 제작 유포, 금지된 영화, 녹화물, 도서 등을 서청하거나 보관한 경우에 형사 처벌을 받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혐의자들은 노동단련형 또는 2년까지 노동교화형을 받거나 경우에 따라 사형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000년대부터 북한 주민들이 흔히 사용하던 ‘오빠’라는 표현을 못 쓰게 막는다고 합니다. 남한에서 흔히 연인으로 지내는 연상의 남성에게 또는 학교나 사회에서 만난 친한 연상의 남성을 부르는 호칭이 ‘오빠’입니다. 간혹 남편이 나이가 많을 때도 이렇게 부르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동네의 친한 성인 남성을 ‘삼촌'이나 ‘큰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나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남한 영화나 드라마가 북한으로 유입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도 전파된 것이지요. 말뿐 아니라 주민들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 등 모든 문화적 요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책을 보면 북한당국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외치기는 하지만 실제 인민들에 대한 북한당국의 믿음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지난 70여 년간 형성해 온 국가적 정통성과 가치에 대한 존중도 없는 것이 아닌지 의심됩니다. 역사적으로 문화와 말을 통제하는 정책은 보통은 국가가 처음 설립된 건국 초기에 국가 정책과 계획을 수립해 나가기 위해서 또는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성이 높은 경우 일시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경우는 김정은 총비서가 정치를 시작한지도 벌써 10년째인데도 아직도 주민들이 못 미더워 같은 조선말인데도 사용해도 되는 말과 안 되는 말을 갈라서 통제하는 수준이니 주민들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말이나 같지요.
남한에서도 과거 1970년대는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짧은 치마 길이와 남성들의 긴 머리 모양을 문제 삼아 길거리 규찰대를 조직해 잣대를 들고 통제하는 정책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당시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반은 유럽과 미 대륙에서 자유주의 청년운동이 반전, 반정부 혹은 무정부주의를 위한 시위가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퍼지던 때였습니다. 남한의 박정희 정부는 국제적인 청년 자유주의 문화가 한국의 체제를 위협할 것이 두려워서 1973년에‘경범죄 처벌법’을 만들어 북한처럼 문화통제정책을 펼쳤습니다. 지금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처럼 처형이나 심각한 장기간의 형법적 처벌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만 사회적 창피주기 방식으로 주민통제를 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이 되면서 청소년들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이유로 중지시켰습니다. 그 후 40년이 지난 지금 남한의 대중문화는 세계 청년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어정책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일제강점기 민족동화정책의 일환으로 한반도의 교육 체계를 현대화하고 일본 언어를 교육한 정책이 있었지요. 36년의 일본제국주의 식민지배 이후 남한과 북한이 각각 현대적 국가를 건설해서 지금에 이르렀는데요. 그러므로 아직도 소수 일본어 표현들이 한국말 저변에 존재합니다만 현재 한국의 민족성이나 경제적 사회적 국가적 발전을 허물 수 있는 요소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말레이 반도 끝에 위치한 싱가포르의 언어정책도 꼽을 수 있겠는데요. 싱가포르는 영국제국이 물러나고 말레이시아에서도 분리된 이후 1965년에 신생국가가 되면서 언어정책이 필요했습니다. 왜냐면 인구 중 중국계가 거의 76%를 차지했지만 말레이 민족도 15%, 인디아 민족도 7% 이상으로 국민들이 사용하는 민족언어가 최소 4개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 리콴유는 다수 민족인 중국인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영어와 말레이어, 중국 만다린어, 인도계의 타밀어, 이렇게 4개 민족언어를 국가의 공식언어로 정했습니다. 복잡한 문화와 민족을 하나의 국가체제로 통합해야 했고 장기적 국가발전 계획에 따라 이 같은 언어 정책을 펼친 겁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해 모든 교육기관에서 교육하고 가정에서는 각자 민족언어로 말하는 정책을 실시했는데요. 이러한 장기적 안목에 따른 국가 발전계획으로 싱가포르는 국제적 무역의 요충지의 특색을 잘 살려 선진국이 됐습니다. 비록 인구 5백 70만이 채 안 되는 소형 도시국가지만 세계 세 번째로 큰 외환 기지를 자랑하며, 6번째로 큰 금융기지국이자, 세 번째로 큰 정유 무역 그리고 세계 최대의 선박 수리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남한의 문화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북한당국의 언어통제 정책은 아무런 의미도 효과도 없어 보입니다. 몇 개의 남한식 표현과 드라마 몇 편이 지난 70여 년간 북한주민들이 이룩해온 북한문화와 정치체제를 무너질 수도 있고, 70년간 숭상하며 지켜온 국가적 철학과 가치를 허물 수도 있다는 북한당국의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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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