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올림픽과 여성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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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경기의 열기와 한 여름의 찌는 열풍이 더해서 올해 삼복 더위의 기승이 한층 더 뜨겁습니다. 세계적 코로나 대유행병으로 한 해 연기해서 지난 7월 23일에 일본 도쿄 올림픽이 개막했고 8월 8일까지 경기가 이어집니다. 북한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2개를 쟁취해 34위였고 그 전 런던 올림픽에서는 20위였으니, 하계 스포츠 종목에서 중위권으로 성적이 나쁘지 않습니다. 2018년 한국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북한선수들이 참가했고 메달은 없었지만 남북 화해를 위한 선전효과가 컸습니다. 북한은 올해 도쿄 하계 올림픽에 불참했는데요. 세계적인 스포츠 대잔치에서 북한 선수들을 볼 수 없게 돼 안타깝습니다.

이번 올림픽도 국제적 잔치답게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 예년보다 자유롭고 다양해진 여성 선수들의 의상에 대해 많이들 얘기합니다. 특히 체조경기 종목에서 운동복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체조 여자 단체전에 나온 독일 대표팀 선수들은 기존의 운동복을 거부했습니다. 보통 체조선수들은 ‘레오타드’라고 부르는 운동복을 입는데요. 이건 상하의가 붙어 있고 하의는 골반까지 내려오는 길이로 여성 수영복과 같은 모양입니다. 독일 체조선수들은 레오타드가 아니라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바지 유니폼을 입고 나왔습니다. 달라진 유니폼으로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게 자신들의 기량을 펼칠 수 있었다고 언론에 말했습니다.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선수들도 좀 변형된 유니폼을 입고 나왔습니다. 비치핸드볼은 해변 모래사장에서 하는 핸드볼 경기인데요. 남성 선수들은 헐렁한 반바지를 입는데 반해 여성 선수들은 ‘비키니’라고 부르는 상하의가 분리된 수영복을 입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 나온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선수들은 반바지를 입고 나왔습니다. 지난 7월 20일에 유럽 챔피온십 비치핸드볼 경기가 있었는데 노르웨이팀은 이때부터 반바지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유럽 핸드볼연맹은 규정을 위반했다며 총 1,770달러의 벌금을 내렸습니다. 이에 노르웨이 핸드볼연맹이 대신 벌금을 내겠다고 선언하고 “선수들이 편안한 장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럽 핸드볼연맹을 비판했습니다.

여성 배드민턴 선수들도 여러 유형의 운동복을 선보였습니다. 세계배드민턴연맹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여성 선수들 유니폼을 짧은 치마로 의무화했습니다. 이에 세계적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났고 이후 복장 규정을 자유롭게 풀었습니다. 따라서 여성 배드민턴 선수들은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머리에 쓰는 히잡을 착용한 유니폼도 허용되고, 긴 바지 운동복이나 몸에 밀착해 움직이기 편한 운동복인 레깅스, 또는 치마바지 등 다양하게 제각기 편한 의상을 입고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편한 운동복을 허용한 것은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도 진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자체에 대한 관심이나 선수들의 실력과 기량에 주목하기 보다 여성 선수들의 신체와 외모에 주목하며 여성을 단지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풍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 왔는데요. 신체의 노출이 심한 비키니 수영복이나 ‘레오타드’를 여성 선수들에게 강요해 온 것에 대한 비판이 변화를 만들어 낸 겁니다. 국제 스포츠 전문 기자들은 물론 유명 가수, 변호사, 인터넷의 사회연결망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들도 함께 여성 선수들의 운동복 자유화를 지지했습니다. 21세기가 되었는데도 여성 차별적이고 여성을 장식품이나 성적 대상물로 바라보는 태도가 세계 스포츠계에 영향을 주고 있던 사실을 참을 수 없다는 의견들입니다.

여성차별 문제는 남성과 여성 등 성의 구분이 존재하는 인류가 생존하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남성, 여성 또는 남성을 지향하는 여성이나 여성이 되고 싶은 남성 등, 어느 성이든 생리적 차이가 인간 존엄성과 사회적 차별을 만드는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세계 공통의 원칙입니다. 30만 년 전부터 2021년 현재까지 인류는 성적 차이가 여성 차별을 낳지 않도록, 인종의 차이가 인종 차별을 낳지 않도록, 그리고 경제력의 차이가 가난한 자를 차별하지 않도록, 권력을 가진 측이 힘 없는 사람을 차별하고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전쟁과 살상, 투쟁, 억압, 독재를 통해서 극복하려고 했지만, 21세기 오늘날은 인터넷의 토론과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통해서, 그리고 스스로 의식적 활동을 통해서 배워서 진보하고 있습니다. 차별을 극복하려는 끝도 없는 인류의 노력들이 도쿄 올림픽에서 다양한 여성 운동복을 선보일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난 건 아닌가 싶은데요.

북한도 가부장적 편견이 상당히 강하고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입니다. 따라서 우리 주민들의 인생과 생활에 심각한 장애로 작용해서 안타까운데요. 북한주민들도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 빨리 차려져 문화적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