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벨라루스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북한에서는 벨라루씨라고 부르는데요. 러시아의 서쪽에 위치하며, 벨라루스의 북쪽 국경은 리투아니아와 닿아 있고 서쪽은 폴란드, 남으로는 우크라이나가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구 소련이 해체된 이후 1991년 8월에 독립한 신생국가입니다.
이 나라가 지난 한 주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9일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 결과가 좀 이상했기 때문인데요. 벨라루스의 대부분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알렉산더 루카센코 현 대통령이 낙선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80프로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 됐습니다. 루카센코는 벨라루스에서 26년간 정권을 잡고 있는 유럽 최장기 마지막 독재자로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루카센코의 대항마로 나온 37세 여성 후보자인 스벳트라나 티하노프스카야가 대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결과가 거꾸로 나온 겁니다. 대선 결과가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부정선거에 반발해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고 독재자 루카센코의 재집권을 반대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거리 시위가 닷새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벨라루스 경찰은 밤늦게까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고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진압했습니다. 당국은 7천 명의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는 대선결과에 불복하고 독재자를 반대하는 국민들이 흰색 옷을 입고 손에는 꽃을 들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벨라루스의 반독재 시위 현장에 울려 퍼지는 노래 하나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구소련의 대중가수 빅토르 최가 부른 ‘변화를 원한다’라는 제목의 노래입니다. 빅토르 최의 할아버지는 함경북도 성진, 지금의 김책 출신이고 일제 식민지배가 시작되면서 러시아로 이주해 갔다고 합니다. 빅토르 최의 ‘변화를 원한다’는 1986년 여름 발표돼 구소련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심지어 구소련의 개혁개방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소련 공산당의 마지막 서기장 고르바초프는 2012년, 한 유럽 언론과 대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고르바초프는 1985년 콘스탄틴 체르넨코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 사망했다는 통보를 직접 전해 듣고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소집한 뒤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답니다. 고르바초프는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빅토르 최 노래 가사인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습니다. 고르바초프는 러시아 사람들의 심장에 깊이 울려 퍼진 노래 ‘변화를 원한다’의 정신이 구 소련의 개혁인 ‘페레스트로이카’에 반영됐다고 회상합니다.
이후 이 노래는 러시아에서 2011년부터 시작된 부정부패와 부정선거에 반대하는 러시아 시민들의 집회에서도 불렸습니다. 이제 변화를 갈망하는 정신은 벨라루스에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를 밀어내기 위한 혁명가요로 불리고 있습니다. 한반도 사람의 피가 흐르는 빅토르 최의 노래가 지금까지 남아서 저 먼 동유럽 국가에서 민주화의 정신을 진작시킨다니 세계가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북한에서는, 변화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동유럽 청년들의 몸부림과는 다른 방향의 움직임이 보여서 안타까웠는데요. 13일에 있었던 제7기 16차 정치국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적인 대유행병인 코로나비루스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큰물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적십자사가 전하는 북한의 큰물 피해가 지난 해보다 더 심각하다는데요. 이번 폭우로 22명이 사망했고 4명이 실종됐으며 농경지 피해는 지난해 태풍 때보다 두 배나 심각하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않으며 국경을 봉쇄하라고 하니 주민들의 생활이 우려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로 주민들은 세계에서 홀로 떨어져 가난하고 외롭게 생존하고 있는 중인데요. 세계적 대유행을 대처하는 데서도 그리고 전국적인 피해를 안겨준 큰물피해 복구 대책에서도 온전히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세계와 단절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무책임한 정책이며 또 북한 당국이 얼마나 ‘변화’를 두려워하는지도 잘 보여줍니다.
국경봉쇄 명령으로 주민들의 심장 속에서 뛰고 있는 변화에 대한 희망이 더 아련해 지는데요. 빅토르 최의 ‘변화를 원한다'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이 우리 청취자 분들에게 희망의 소리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지만, 우리 안에는 모든 것이 있다. 우리의 심장은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의 눈은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의 웃음과 눈물 속에 그리고 맥박 속에 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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