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인민대중을 위한다면 인터넷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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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5백 7십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 모두가 인터넷 접속을 하지 못한다는 보고서가 최근에 소개됐습니다. 싱가포르의 인터넷 정보 분석기관인 ‘데이터 리포탈 (DataReportal)’이 발표한 ‘디지털 2020 국제 현황’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인구비율이 높은 국가 10개를 소개했는데요. 여기서 북한이 전체 인구 100%가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세계 유일한 국가로 1위에 올랐습니다. 그 밑으로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들로 남수단과 에리트리아가 각각 2위와 3위에 있고요. 다음은 부룬디, 소말리아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2-3위를 차지한 남수단과 에리트리아는 인구의 8 %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나라로 북한처럼 당국이 철저하게 국민들을 통제해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인구 규모도 남수단은 북한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에리트리아는 3백 5십만 명이 조금 넘는 규모의 작은 나라입니다.

남수단이 인터넷 사용자가 극히 적은 이유는 경제적인 원인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이 나라는 지난 수 년 간 내전과 분쟁을 겪으며 경제 위기가 왔고 그로 인해 광범위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기반시설을 발전시킬 여력이 없고 인구의 2%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서 인터넷 접근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10개 중 8개 나라가 아프리카 지역에 위치한 나라인데요. 그 외 호주의 북동쪽 위치한 섬나라인 파푸아뉴기니가 포함됐습니다. 이 나라는 인구의 80프로나 되는 사람들이 시골에 살고 있어서 현대적 삶에서 거리가 멀다고 합니다. 이 또한 북한과는 다른 이유입니다.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인구비율이 높은 10개 나라들 중에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하면 인구별 국내총생산이 1천 달러도 안 되는 빈곤한 나라들입니다.

북한도 이 나라들보다 월등히 잘 사는 나라는 아니지만 국민 대다수가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북한의 경우는 정치적인 이유가 더 핵심적 요인이라며, 극소수의 특정인들만 인터넷망에 접속 가능하다고 이 보고서는 설명합니다. 그 대신 모든 사람들은 자국 내에서 개발한 광명망이라고 부르는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인트라넷은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큰 회사나 기업 또는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해 활용합니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일처리를 목적으로 회사 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짜놓은 망입니다. 한 나라를 통째로 세계와 분리해서 인트라넷으로 묶어서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는 국가는 지구상 북한이 유일합니다.

한편 지난 18일에 미국 육군에서도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과 연관된 보고서 하나가 발표됐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말씀 드린 내용과는 전적으로 반대되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북한당국이 사이버 전쟁 지도부대인 121국 산하에 4개의 해킹조직을 두고 있고 여기서 6천 명 이상의 해커가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우리 청취자분들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북한당국이 길러낸 해커들이 전 세계 선진국의 인터넷 망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세계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상식입니다.

해커란 컴퓨터 전문가로 자신들의 컴퓨터와 통신 관련 기술과 지식을 이용해서 통신선을 타고 불법적으로 개인, 기업이나 기관의 컴퓨터 시스템에 잠입해 들어가서 그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정보를 훔쳐내거나, 컴퓨터 화폐를 훔치기도 하고 컴퓨터 바이러스를 심어 놓는 등 불법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북한의 해커들 즉 인터넷 상에서 전문적으로 불법행위를 하는 북한 조직원들이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지에서 금융범죄를 저지르고 사회적 혼란을 목적으로 하는 교란전에 가담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설명합니다.

참으로 역설적인 상황을 두 개의 다른 보고서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 전체는 인터넷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의 해커들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해커조직들과 연계해서 최고도의 해킹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에서 불법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중앙위원회 제 7기 제 6차 전원회의 소식을 전하는 로동신문 기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인민을 위하여 충실히 복무하라고 다그쳤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인터넷 접속 인구비율을 통해서 북한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북한의 정책 속에는 인민을 위한 생각은 일체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다면 전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을 북한 주민들에게도 허용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