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탈출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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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 전 세계 언론들은 중동지역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미군이 우여곡절 끝에 철수를 결정하자 빠른 속도로 이슬람 테러 집단인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해 혼란이 조성됐는데요. 아프가니스탄은 파키스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그리고 동쪽의 한 귀퉁이는 중국까지 닿아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 문명권에 둘러져 있다 보니, 수많은 갈등이 공존했고 종교집단의 정권 쟁탈을 위한 내전과 냉전의 이념 갈등이 더해져 오늘의 문제까지 이어졌는데요.

원래 이 나라는 왕국이었습니다. 1973년 국왕 자히르의 사촌이 쿠데타를 일으켜 공화국을 수립합니다. 쿠데타에 성공한 다우드 칸이 대통령이 되어 현대 문명을 받아들인 자유로운 국가를 세웠습니다. 그러자 공산주의자들이 새 대통령을 축출하는 쿠데타를 다시 일으켜 1978년엔 아프가니스탄 인민민주주의당이 권력을 잡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종교는 사유재산 보호를 중시하므로 공산주의 사상에 반대 됩니다. 따라서 종교계와 공산당 정권의 갈등이 시작됐고, 정권은 소련에 지원요청으로 소련이 개입하고 그러자 공산권 확산을 막기 위한 미국까지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지요. 미국의 이슬람 종교 세력을 위한 지원으로 공산당과 내전을 치르고, 1989년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떠났습니다. 이로써 무정부 상태가 되자 수많은 종교계파들이 권력을 잡고자 내전이 발발하고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종교세력 중 남부 칸다하르 지역에 기반을 둔 탈레반 세력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을 학습하고 종교적 원리에 따라 철저히 생활하던 종교학생들의 무리인데요. 이슬람의 기본에 충실한 원리주의에 귀착한 혁명세력이었습니다. 다른 세력들은 자기 부족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부정부패도 저지르고 어지러운 상황이었다면 탈레반은 지역사회 갈등도 종교적 원칙으로 평정하고 사회 안정에 기여해 주민들의 신뢰를 받았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1996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합법적 정부로 자리합니다. 하지만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종교 율법을 현대사회에 절대적으로 구현하고자 강제하는 것이 탈레반의 문제입니다. 여성들은 학교도 보내지 않고 눈까지 가리는 천을 온몸에 덮어야 집 밖을 나갈 수 있고 모든 사회활동도 금지시키는 등 극단적인 통제를 강요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참혹한 처벌이 뒤따랐습니다. 2001년엔 세계문화유산인 거대한 불상을 파괴해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의 잘못된 근본주의적 실행으로 반인류적인 범죄들을 저질렀습니다.

오사마 빈라덴의 ‘알 카에다’가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비행기로 폭파하는 끔찍한 ‘911 테러사건’이 일어나면서 테러집단 알카에다를 축출하기 위한 미국의 반격이 시작되지요. ‘알 카에다’ 요인들을 비호한 테러조직의 온상인 탈레반이 대상이었는데요. 이로써 미국은 역사상 가장 긴 기간을 다른 나라의 재건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한 것인데요. 탈레반은 정권에서 나갔지만 정작 재건을 위해 노력해야 할 아프간 새 정부는 국가 재건엔 관심도 없고 개인적 부를 쌓기에 바빴습니다. 미국은 의미 없는 아프간 정부 지원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고 군대를 철수하게 된 것이죠. 그러자 탈레반들이 재 결집해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들어왔고 지난주에는 탈레반 무장 테러집단이 정권을 새로 장악했습니다.

20년 전 탈레반의 만행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또다시 암흑시대로 돌아갈 상황을 걱정하며 목숨 건 탈출을 하는데요. 이미 그 전에 국경지역에선 주변국들에 피난처를 구하는 220만 명이 있었는데, 이번에 350만 여 명이 아프간 탈출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달리는 비행기 위로 기어오르기도 하는 등 난민들의 필사적 모습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이에 미국은 5억 달러에 달하는 긴급 재원을 확보해 5만 여 명의 아프간 난민을 미국에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영국은 5천 명의 난민을 받을 것이며 특히 탈레반에게 희생당할 위기에 있는 여성들과 종교적 소수자들을 먼저 받아들일 계획이랍니다. 캐나다는 과거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여성들을 중심으로 2만 여 명의 난민을 받을 예정입니다. 터키, 독일과 프랑스도 위기에 처한 아프간 난민을 받을 예정입니다. 25일에는 한국 정부가 공군 수송기를 보내 391명의 난민을 한국으로 무사히 탈출시켰습니다.

이렇게 세계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난민 탈출을 돕는 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보호하려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존중의 가치 때문일 겁니다. 탈레반 세력들이 인간의 생명은 물론 존엄성을 참혹하게 말살하는 역사를 봤기에, 또다시 인류가 공유하는 문명의 가치를 짓밟는 참극을 막으려는 노력입니다.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대해 북한당국은 항상 공화국 모략과 체제 붕괴의 음모라고 주장하는데요. 사실은 인간 존엄성을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자 인간애의 발현입니다. 지금은 국제사회의 노력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고 있는데요. 부디 더 이상은 인명살상과 인권유린이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