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캄보디아 학살자의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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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병원에서 지난 2일 종신형을 받고 수감 중이던 죄수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캄보쟈라고 부르는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에 위치하며, 북쪽 국경은 태국과 라오스 그리고 동남쪽에는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는 나라입니다. 이날 사망한 죄수는 카잉 구엑 에아브라는 77세 남성으로 크메르루주 정권 하에서, 북한으로 치면 국가보위상 자리까지 올랐던 사람입니다.

카잉 구엑 에아브가 무기 종신형을 선고받은 것은 2012년인데요. 그 이유는 1970년대에 크메르루주 정권 하에서 운영되던 투올 슬렝 감옥의 사령관으로 1만 4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가두고 고문해서 죽음으로 몰고 간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 특수감옥에서 벌어진 반인도범죄와 전쟁범죄, 살인과 고문에 대한 책임자로 재판을 받고 무기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즉 캄보디아 대학살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사람입니다.

캄보디아 대학살은 1975년에 정권을 잡은 캄푸챠 공산당 즉 크메르루주 정권이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자행한 잔혹범죄입니다. 크메르루주 정권은 캄보디아를 이상적인 사회주의 농업국가로 만들어서 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고 완벽하게 자력갱생하는 나라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정권은 도시지역 주민들을 농촌의 노동 수용소로 강제로 재배치하는 등 중국의 대약진운동을 모방한 혁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크메르루주 정권은 자국민들 중 외국정부나 구 캄보디아 정권과 연계가 있다고 의심되는 주민들, 교수, 지식인, 소수민족, 불교승려들을 체포하고 처형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안경을 쓰거나 외국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식인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잡아들였습니다. 캄보디아 사회를 정화시킨다는 목적으로 진행한 이 운동은 사업가, 학생, 의사, 법률가 등 거의 모든 일반주민들이 희생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렇게 살해된 주민이 2백만 명 가량으로 캄보디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 됐다고 합니다.

이러한 살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곳이 ‘보위감옥 21’이라는 시설인데, 구조나 운영 방법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관리소(정치범수용소)와 유사한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카잉 구엑 에아브는 이 수감 시설의 사령관이었습니다. ‘보위감옥 21’은 S-21 또는 투올 슬렝 감옥으로도 불리는데요. 악랄한 고문과 잔혹한 인권유린으로 악명 높은 이 수용소에서 4년 여 간 1만 4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투옥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생존자는 십여 명밖에 없을 정도로 잔인무도한 곳이었습니다.

크메르루주 정권은 베트남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1979년에 권력을 잃었고 정권이 교체 됐습니다. 크메르루주 정권의 잔혹 학살의 역사는 2006년에 캄보디아 정부와 유엔의 협력으로 세워진 재판소에서 책임 소재를 물었습니다. 카잉 구엑 에아브는 여기서 30년 형을 받았지만 2012년 재심에서 종신형으로 확정이 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카잉 구엑 에아브는 2009년 재판 과정에 본인이 저질렀던 고문과 잔인한 살해행위를 자백하면서 “생존한 희생자와 S-21에서 잔인하게 사망한 분들의 가족 등 모든 분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깊은 죄의식과 후회와 수치심을 느낀다”고 진술 했습니다.

캄보디아의 40년 전 공산화 혁명 중 자행된 잔혹한 반인도범죄에 대한 책임규명의 노력은 2010년대까지 이어져 가해자의 처벌과 진상규명 그리고 가해자의 공식 사과까지 있었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반인도범죄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데요. 유엔 조사위원회가 북한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국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자행하는 각종 비인간적이고 모멸적인 인권유린이 반인도범죄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발행해서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던 것이 6년 전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북한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 속에는 반인도범죄에 해당되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에는 외부 라디오를 들었다는 이유로 관리소로 사라진 군인에 대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또 북한에서 보위원이었던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엔과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공개처형이 조금씩 사라지고는 있지만 비공개 처형은 여전히 보위부 지하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이 조선로동당 제 8차대회 소집을 앞두고 사상교양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준비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혁명발전과 변화된 정세의 요구에 기초’한 경제적 발전을 꿈꾼다면 인권문제에 있어서 정상화 노력도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정치범수용소와 같은 봉건적인 인권유린 시설물을 지금까지 두고서는 국가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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