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이란의 동쪽 국경에 접한 국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8월 중순,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미군이 철수를 결정하자 무장한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인 탈레반이 수도를 장악하기 시작했고요. 8월 31일, 미국이 공식적으로 철수 완료를 발표하자 바로 뒤이어 탈레반도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20년간의 아프간 전쟁은 이렇게 종료됐지만 탈레반의 이슬람 원리주의적 국가운영으로 주민들의 인권상황과 여러 영역에서의 퇴보가 예견돼 우려가 큽니다. 지난 7일에는 탈레반의 내각 구성안이 발표됐는데요. 국제사회의 우려대로 내각에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9월이 되자 아프가니스탄 여러 지역에서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7일에는 50여 명규모의 시위가 수도 카불에서 있었는데요. 시위 참가자들은 “90년대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새 정부에 여성을 참여시켜라” 등 여성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시위대 앞에는 총을 든 탈레반 병사들이 줄을 이었고, 총격과 채찍질, 전기 충격기 등을사용해서 여성들의 시위를 막았다고 전합니다. 사망자도 나왔고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도 있었답니다.
2001년부터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하면서 여성의 권리가 눈에 띄게 신장된 사실을 세계은행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1년 아프간 여성들이 노동에 참여한 비율이 15%였는데 2019년엔 거의 22%의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중등학교로 진학한여성 아동의 수가 인구 10만 명당 2003년엔 6명이었는데 2017년엔 39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약 20년간 현대화된 문명 사회에서 자기 개발과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던 아프간 여성들이 다시 2000년 이전의 탈레반 시대로 돌아가야 하니 두려움과 반발이 큽니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집권하던 1990년대 말은 중세시대를 방불케하는 어두운 역사로 기록되는데요. 탈레반은 ‘샤리아’라고 부르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모든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규정해서 규범대로 하도록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샤리아 율법은 이슬람 예언자이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한 말들을 8-9세기 경에 기록한 ‘하디스’와 이슬람 전통과 관행을 기록한 ‘순나’ 그리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종합한 방대한 이슬람 종교 규율입니다. 이슬람 세계에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행하고 말하는 모든것을 규정하는데요. 사업, 가족관계, 형사법적 문제, 여성들의 행동 등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물론 이슬람 종교를 믿는 사람들 중에서도 현대 사회의 변화된 상황에 맞춰서 융통성을 발휘해 인권을 보호하며 현대 문명에 맞춰 적용하는 진보적인 국가도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으로 샤리아 법을 적용하는 무리들 중 하나가 바로 탈레반입니다.
샤리아에 의거해 탈레반 지배 하의 여성들은 보호의 대상이기 때문에 바깥으로 나가면 안 되고, 집밖으로 나갈 경우는 남성 가족이 동반해야 하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덮는 ‘부르카’라는 천을 두르고서야 집 밖을 나갈 수 있습니다. 부르카는 눈 부분만 망사로 만들어 앞만 겨우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샤리아에 따라 여성은 교육도 받을 수 없고 직업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나라에서는 형법으로 다스릴 사건들도 샤리아에 따라 절도범은 손을 절단하고, 불륜을 저지른 여성은 돌을 던져서 죽이는형벌에 처합니다. 중세 시대의 관행을 현대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탈레반 새 정부는 여성들에게도 일자리를 주겠다며과거와 달라진 정치하겠다고 말하지만 샤리아 율법의 극단적인 집행 관행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들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현재 일반적인 민주주의 국가들은 지난 2천년 이상의 역사에서 인류가 성취한 진보와 발전을 통해 문화, 경제, 정치, 과학 등 모든 방면에서 대체적으로 한 방향의 현대 문명으로 진보해 왔습니다. 하지만 탈레반은 그 인류 문명의 진보를 깡그리 무시하고 9세기 경에만들어진 신화와 같은 율법의 원리를 2021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시키는데요. 생산 방법도, 인구 수도, 사용하는 물건도, 이웃 나라와의 외교관계도 심지어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도 다 진보했는데 이 사람들의 머리 속 의식만 ‘샤리아' 율법이 만들어지던 9세기 경에 머물러 있으니 국제적인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변화와 진보를 모르는 원리주의적 탈레반을 보면 북한의 현실과 닮은 구석이 있어 안타까운데요. 북한주민들도 고난의 행군을 거치고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거 국가 주도의 배급경제와 행정체계를 벗어나 세계 모든 나라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돈벌이 하는관행을 정착시켰지요. 하지만 최근 북한당국이 남한의 영향을 막는다며 사상과 문화는 물론 경제 생활마저 과거로 되돌리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처럼 북한도 인류가 성취한 공동의 문화유산과 문학, 교양, 예술, 경제, 과학의 열매를 함께 향유하기를 거부하지요. 1960-70년대에 만들어 놓은 김일성-김정일 우상화에 집착하면서 인류의 평균적 진보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이 참 안타깝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