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반도 남단에서 호주 북단까지 이어지는 수만 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 인도네시아에서 지난 16일 흥미로운 뉴스 보도가 하나 나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깨끗한 공기를 누릴 수도 자카르타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했다는 재판 판결이 내려졌다는 보도였습니다. 2년 전 자카르타 시민 32명은 조코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내각 장관 3명, 자카르타 주지사 등 관료들을 고발했는데 그 결과가 16일에 나왔습니다. 재판은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내각 및 시 관련자들이 수도 자카르타의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한 노력에 실패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국가 최고위급 관료들이 국가의 환경 보호 법률을 위반했으며 공기 오염 기준을 세우고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한 규정을 제정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인구 천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대도시인데요. 2020년 세계 대기질 보고서에서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10번째로 공기 오염이 심각한 수도로 꼽혔습니다. 이 도시의 좁은 도로들은 그물망처럼 얽혀있고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항상 주차장처럼 도로에 가득한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도시입니다. 자카르타는 자동차 매연에 수도 주변에 있는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가 더해져 공기는 항상 뿌연 매연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에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지난해 7월, 대기오염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 책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던 겁니다.
환경단체 대표는 “이번 시민소송은 모든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 우리 미래 세대들의 건강할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재판에서 자카르타 주지사는 지난 2년간 정부 관공서에 태양광판을 달고 자동차 배출 오염을 측정하고 대중교통 시설도 향상시키는 노력을 했다고 변호했지만 시민단체 측은 이 같은 정책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치이며 개선 노력이 부족했다고 공격했습니다. 환경단체 대표는 이번 재판에서 시민들의 승리는 정부가 환경 오염 문제를 정책의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걸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침 9월 1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민주주의의 날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를 대상으로 깨끗한 공기를 누릴 권리를 주장한 시민들의 승리는 그래서 더 의미 깊게 들립니다. 국민 개개인, 정부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그 국가의 정부, 또 유엔 같은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지지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그리고 인권을 존중하는 의식과 자유의 가치, 보편적 선거권에 따른 정기적 선거의 원칙도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요소와 가치를 살펴보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원칙과 이상에 가깝게 주민들의 권리실현을 위한 정치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한 모습이 더 뜻깊게 보입니다.
북한도 ‘민주주의’라는 말을 국호에 포함시켜 인민이 주인이라는 구호를 선전합니다. 국제무대에서도 북한 외무성 관리들은 언제나 인민이 주인이고 그래서 북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국가 건설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을 떠나온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주민들의 국가 건설 ‘참여’에는 인민의 ‘자발성’이 존재하진 않습니다. 학교 건물과 아파트 살림집 건설도, 국가 대상 건설로 건설하는 대형 도로나 병원 시설도 모두 인민반이나 대학생들, 그리고 직장 돌격대를 조직해서 인건비 한 푼 들이지 않고 건설하고 엄청난 분량의 건설 자재들도 모두 주민들에게 과제로 거둬서 쏟아붓습니다. 이러한 북한 주민들의 활동은 자카르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정치 개입과는 천양지차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국가적 방침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관행에는 ‘자발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습니다. 지역 공공건물 건설이나 도로 건설 등을 위한 인민반 동원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치 사회적으로 위협받고 따돌림당하는 분위기를 ‘자발적 참여’로 둔갑시킨 선전, 선동이지요. 이러한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공포사회, 독재와 폭력사회에 더 가깝지요.
세계 민주주의의 날을 기념해, 북한 주민들도 진정한 의미의 사회참여, 정치참여가 가능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날이 오길 염원해 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이현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