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측 해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 하나가 남한의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새벽에 서해 북단 해상에서 남한의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인 서해어업지도원 이 씨가 실종 됐는데요. 이 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부유물을 붙잡고 서해를 표류하던 중 북한 해역에서 발견 됐답니다. 22일 오후, 고속정을 타고 접근한 북한군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이 씨를 사격했습니다. 바로 뒤이어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북한군이 이 씨의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 태워서 시신까지 훼손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외교적, 군사적, 국제 법적 문제들과 남북한 정부의 책임에 관한 논쟁 그리고 한반도 안보상황까지 다양한 안건들을 심도있게 따지고 분석해 진상을 규명하고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엄중한 사안입니다.
남한 공무원에 대한 북한군의 총격과 사체 유기 사건을 보면서 다른 무엇보다, 한 사회에 인간 존엄성과 인권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 할 때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총살하고 사체를 불태워 유기한 것은 북한당국 상부의 명령으로 진행됐다고 남한 정보당국이 발표했는데요.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을 말살하는 명령을 한 국가의 공권력이 지시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 대목에서 북한당국의 인명경시 풍조와 인간 존엄성 말살 관행이 만연한 분위기 그리고 북한 당국자들의 원시적인 인권의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이번에 희생된 남한 공무원처럼 물에 빠진 사람이나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을 발견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총을 쏴서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일반적으로는 사람 목숨부터 구하자고 생각하는 것이 본능적이고 자연스럽습니다.
2001년에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는데요. 일본 도쿄 중심의 큰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30대의 한 청년이 술에 취해 선로에 떨어졌습니다. 바로 그때 기차는 역사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를 본 청년 두 명이 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철도 선로에 뛰어 내렸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들 모두 사망했습니다. 술 취한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선로로 뛰어 든 청년 중 한 사람은 이수현이라는 남한 사람이었고 일본 정부는 이수현 씨에게 국민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일본 영화인들은 그의 선행을 기리는 영화까지 제작해 용감한 청년에게 존경을 표했습니다.
남한에서 있었던 사건 하나를 더 소개하겠습니다. 올해 4월 중순 강원도 양양의 한 주택가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2층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발견한 청년이 화재 상황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서 십 여 명의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출했습니다. 소방관이 출동한 뒤 이 청년은 아무도 모르게 현장을 떠났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용감한 이 청년이 누군지 수소문한 끝에, 카자흐스탄에서 남한으로 돈 벌러 온 불법 체류자였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신분이 불안정하다보니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 화상을 입었지만 치료도 못 받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용감한 카자흐스탄 청년이 치료 받을 수 있게 도왔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정부에 신소를 넣어서 남한에 체류할 수 있는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게 도왔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에 뛰어들었던 의로운 사람들을 칭찬하며 존경합니다. 인간존중과 존엄성의 가치를 그 사회가 충분이 공유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인간 존엄성과 인권의 가치를 더 숭고하게 인식하고 존중하는 사회일수록 그 사회 구성원들 각자가 더 존중 받는 사회입니다. 어떤 출신 배경의 사람은 쉽게 죽임을 당하고 존엄성이 짓밟히는데, 동시에 다른 토대의 사람은 존중 받는 사회라면 인간의 가치는 이미 균형이 깨진 것이지요.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말이고, 그 사회 안에서는 누구든 언젠가는 존엄성을 짓밟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당국이 남한 공무원을 총살하고 불로 태웠다면 그 대상은 북한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국가의 시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북한당국의 행위는 그간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행해온 인권유린 행위와 동일 선상에 있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개선 운동을 벌여나가는 이유 또한 북한주민들이 인간 존엄성과 공정성의 보편적 기준에 도달하게 하기 위해섭니다. 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인류의 공정성과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누구는 짓밟혀도 되는 인권과 생명을 가졌고, 다른 누구는 존중 받고 보호받아야 할 인권과 존엄성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