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인도주의 발전기금을 제공하는 유엔의 기구인 UNICEF가 지난 5일 ‘2021년 세계 아동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전 세계 116개 국가의 아동 건강 상태를 장기간 검토한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인데요. 이 보고서의 북한 아동 건강 관련 통계들이 흥미롭습니다. 최근 20년간의 북한 경제 사정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통계자료들도 있고 향후 북한 사정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한국 언론들이 특히 주목한 자료는 5세 이하 아동들의 사망률에 대한 것인데요. 1990년, 2000년 그리고 2019년, 이렇게 10년 간격으로 5세 이하 아동 사망률을 조사했는데요. 이 사망률은 출생 시부터 5세까지 아동 천 명당 사망자 수를 계산한 숫자입니다.
북한 아동 사망률은 1990년에 43명, 2000년에 60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2019년에는 17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90년대말 ‘고난의 행군’으로 경제적, 사회적 충격이 엄청나게 컸던 후과가 2000년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다 인식하듯이 국가의 배급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장마당을 중심으로 먹고 살길을 찾아 비교적 안정된 살림을 살게 된 결과로 2019년, 큰 폭으로 아동 사망률이 줄었습니다.
참고로 주변국가의 아동 사망률을 살펴보면 남한은 아동 1천 명당 90년에 15명, 2000년엔 8명, 2019년은 3명을 기록했고 중국은연도별로 54명, 37명 그리고 8명이었습니다. 쿠바는 14명, 9명 그리고 2019년은 5명입니다. 또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평균 아동 사망률은 연도별로 57명, 39명, 그리고 14명입니다. 북한이 2000년에 비해서 현재 아동건강 보호 체계가 안정되긴 했지만 국제적인 아동 사망률 추세와 평균치를 보니 아직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당국의 정책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지점도 발견돼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유니세프 보고서는 각종 질병 예방을 위한백신 접종 비율도 나타냈는데요. 북한과 경제력이 유사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꽤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했습니다. 결핵, 소아마비, 홍역 등 10개 이상의 질병에 대한 2020년 백신접종 비율은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다만 소아마비 백신 접종이 70%이고말라리아는 기록이 없는 것을 제외하면 높은 백신 접종률입니다.
이 같은 결과는 식량안보와 아동의 영양 및 건강 문제를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둔다는 북한당국의 주장에 근거가 되는 자료로 보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6월에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 안건에 대한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는데요. 그 보고서에도 5세이하 아동들의 영양 보장을 위한 노력이 반영돼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라는 국제적 발전사업의 일환으로 북한당국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2017-2021 북한-유엔 전략계획’ 내용 중 북한은 “식량 및 영양 안보를 통해 5세 이하 아동들의영양결핍 문제 그리고 이로 인한 세대 간 건강상태 차이 문제를 핵심 안건으로 계속적으로 다룬다”는 우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국가적 계획은 코로나 대유행병 이전 시기까지 북한 주민들의 활발한 개인경제 활동 덕분에 사회적, 경제적 안정이 이뤄지면서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결과는 북한이 제출한 자발적 국가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이 아동 영양 상태 향상으로 이어졌고요.
이 국가보고서는 북한당국의 향후 계획도 포함하고 있는데요. 2021년-2025년 5년간 “곡물생산을 더 증가 시켜 식량 자급자족을 현실화한다” 그리고 “농업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실제로 손을 내밀면 북한을 기꺼이 도와줄 식량안보, 농업발전 국제 전문 기구들이 많지만 보고에서는 이들과 협력하는 등 농업의 현대화, 기계화를 이룰 구체적인 방법이 빠져있어 아쉽습니다.
북한 아동들의 사망률이 현저히 줄었던 것도 북한 주민들의 손으로 이뤄낸 사회적 안정 때문인데요. 여기서 더 발전하고, 더 현대화되어 안정적인 사회로 자리 잡으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정책이 분명 필요합니다.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기술과 과학의 협력 없이는농업의 발전, 주민들의 영양 안보를 위한 전략은 반드시 한계에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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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에디터 이현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