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간 남한 사회를 시끄럽게 달군 사건 하나를 꼽는다면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치뤘던 카타르 월드컵 남북축구 예선전을 둘러싼 공방이 아닐까요? 경기 후 나흘이 지났지만 인터넷의 사회연결망에서는 관중도 방송중계도 없던 축구경기가 말이나 되냐는 여론들로 시끄럽습니다. 이번 남북 축구경기에 대해 국제사회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반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축구경기에서 정치 또는 이념적인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기회에 과거 운동경기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의미 있는 사건들과 그 가치를 살펴보려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좋아하는 운동경기인 미국 프로농구계에서 최근 벌어진 일입니다. 몇 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홍콩시민들의 민주화 투쟁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 프로농구 NBA에서 휴스턴 시를 대표하는 팀 단장인 다릴 머레이 (Daryl Morey)가 이달 초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는 메레이 글이 논쟁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어 중국 전국농구협회가 반발하는 성명을 내고 휴스턴 시 농구팀을 후원하는 중국 기업들이 지원을 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1개 중국기업이 NBA 지원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재정적 손실까지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 NBA 아담 실버 위원장은 더 가치 있는 쪽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평등, 존중, 표현의 자유는 NBA가 앞으로도 계속 지니고 갈 오랜 가치이다. 미국 프로농구협회 NBA는 선수들이나 임직원, 관계자들이 무엇을 말할지 또는 해서는 안 되는지를 규정하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여기에 NBA 유명 농구선수인 르브론 제임스 (LeBron James)가 지난 14일에 이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한 말로 오히려 불씨가 더 커졌습니다. 머레이는 홍콩시위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런 말을 했는데 NBA 선수들이 홍콩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이제는 여론의 화살이 제임스에게 쏟아졌습니다. 제임스는 과거 미국 내 인종차별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는데, 홍콩문제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반인권적인 말을 했다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2009년 6월로 가보겠습니다. 이란과 남한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경기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 출전했던 이란 선수 몇 명이 녹색 팔찌를 차고 경기를 했습니다. 이 녹색 팔찌는 2009년 이란 대선의 아마디네자드의 부정선거를 비판하는 야당을 지지하는 색깔이었습니다. 이후 선수들은 이란 정부의 보복 압력을 받고 국가대표팀을 떠나야 했습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의 육상 남자 200미터 시상식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받은 미국 흑인 선수 두 명이 시상대에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검은 장갑을 끼고 주먹을 들어 하늘로 향하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 행동은 당시 미국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던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습니다.
우리의 역사에서는 1938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손기정 선수와 동메달을 딴 남승룡 선수의 시위가 있습니다. 이 두 선수들은 시상대에 일본 국기가 게양되고 일본 국가가 울려 퍼졌을 때 고개를 숙여서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불만을 표시했던 겁니다.
운동경기는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그 경기를 관람하는 수 많은 사람들과 사회와 국가에도 강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서 설명처럼 사회적 정치적 논란에 운동경기와 선수들이 연루될 때가 있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운동 경기를 통해서 인류보편의 가치 있는 생각들을 잘 전파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대표적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에 이 같은 가치가 잘 녹아 있습니다. 올림픽헌장은 ‘노력에 따른 기쁨과 교육적 가치, 사회적 책임성, 그리고 보편적인 윤리 원칙의 존중에 기초한 삶을 창조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의 기본 목적’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인류는 이처럼 운동경기를 통해 헤아릴 수도 없이 다양하고 깊은 철학과 정신, 가치를 담고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치뤄진 경기에서는 개인의 의견이 문제가 아니라, 남한 선수 존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가치들이 노출 될까 두려웠는지 또는 경기 결과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두려웠는지는 몰라도, 경기장에는 주민들의 출입까지 막았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번 남북 평양 월드컵 예선전은 앞서 말씀드린 운동의 정신 자체가 실종된 경기로 역사에 기록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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