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현실을 비판하는 대중문화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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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라는 한국 드라마가 전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영국의 공영언론사 BBC와 다국적 24시간 뉴스 보도 통로인 CNN, 중동지역의 대표 언론사인 알자지라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대부분 언론들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이 드라마 열풍이 부차적으로 만들어 내는 문화현상에 대해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들의 목숨 건 도박이 바로구슬치기나 줄다리기, 오징어 게임 같은 한국의 70-80년대 동네 골목길에서 꼬마들이 즐겼던 놀이란 점에서 기발한 재치를 엿볼 수 있는데요. 이 놀이에서 지면 그 자리에서 사살 당하고 이기면 죽은 사람 몫까지 상금이 올라가서 최후의 생존자 한 명이 456억 원, 즉 약 3천 8백만 달러 정도의 최종 상금을탈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잔혹한 놀이에 참가한 주인공들의 애달픈 인생사도 들려주는데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 빈곤 문제 등 현대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잘 묘사했고요. 잔인하고 절망적인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지만 재치와 풍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여성 문제, 노인이나 이민자들의 소외 문제 등 어느 나라나 존재하는 힘 없는 사람들의 애환을 잘 표현해서 세계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세계 언론들은 평가합니다.

이 한국 드라마는 미국의 영화, 드라마 제작사이자 인터넷 영상 공급 회사인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됐는데요. 넷플릭스는 매달 10달러 정도의 요금을 내면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영화와 드라마를 무한대로 시청할 수 있는 인터넷 상의 영상 공급 매체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의 2억 900만 여 가구가넷플릭스의 영화, 드라마, 기록 영화들을 즐기고 있는데요. 이달 17일 통계로 1억 3천 2백만 여 명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고 합니다. 또3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었고 94개 나라에서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순위 1위를 거의 한 달간 차지하고 있어 ‘넷플릭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 넷플릭스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드라마 전체 9편을 제작하는데 2천 1백 6십 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드라마가 창출한 가치는 약 9억 달러정도가 될 거라니 투자액의 거의 42배의 이익 창출입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열풍이 창출한 것이 경제적 이익만은 아닙니다. 문화적 영향력 또한 상당해 보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전통 놀이가 여러 국가로 확산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소개된 놀이를 하는 대중 놀이방이 문을 열었는데 비가 오는데도 200미터가 넘는 긴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설탕을 녹여 베이킹파우더를 조금 넣어 부풀려서 납작하게 누른 사탕 과자가 ‘오징어 게임'에서 생사를 가르는 도박게임으로 등장하는데요. 한국에서는 ‘달고나'라고 부르는 이 과자가 세계적인 유행이 됐습니다. 거기다 한국 드라마에 힘입어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데요. 5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듀오링고’라는 미국의 외국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에는 오징어 게임을 처음 방영한 2주 동안 한국어를 배우려고 새로 등록한 사용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영국에서 76%, 미국에서는 40%의 사용자가 증가해서 이 애플리케이션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총 790만 여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지난 12일 ‘오징어 게임'에 대해서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약육강식과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패륜 패덕이일상화된 남조선 사회의 실상을 폭로하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남조선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매체의 지적은 충분히 타당한 비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외면하고 있는 가치는 대중문화나 문학, 예술의 역할입니다.

사회 문제를 비꼬거나 우스꽝스럽게 풍자하고 과장도 해서 비웃는 것이 대중 문화이고, 어떤 때는 사회문제들을 사실적이고 직설적으로 묘사하는 통렬한비판으로 경각심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때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를 오묘하게 보여주거나 자극해서 청취자들을 위로하고 눈물 흘리게도 하지요. ‘오징어 게임'은 기발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현 인류의 부끄러운 현실을 건드렸기에 전 지구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연민과 재미를 동시에 주고있습니다. 이것이 대중문화의 역할입니다.

전체주의 집단의 가치와 선대 혁명가 가족 우상화만 하는 북한의 대중문화와 예술은 과연 열악한 현실에 처한 우리 주민들의 고달픈 인생과 역경을 달래주는 역할은 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한국과 외국의 문화라도 주민들의 편에서 응원하고 위로하면 좋으련만, 모든 게 다 막혀 있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