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보안성과 보위성을 개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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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중서부에 있는 나이지리아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난 10월 8일부터 시작된 나이지리아의 시위가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는데요. 사스(SARS)라는 이름을 가진 ‘강도소탕을 위한 특수경찰 조직’을 해체하라며 그 나라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자동차 도둑질과 무장강도와 같은 폭력범죄를 다스릴 목적으로 1992년에 중무장 경찰 특공대를 조직했습니다. 사스는 강력범죄를 없애고 사회 치안과 안전을 이루자는 최초의 의도와는 달리, 점차로 무고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잔인하고 끔찍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의 재산 강탈, 강간, 고문, 법 체계를 무시한 살해, 부정부패 등을 저지르기 시작했던 겁니다. 민주적 시민의식과 법치와 질서에 대한 문명이 발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공권력을 자체 재량으로 휘두를 수 있는 기관이나 권력자들에게 발견되는 적폐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급기야 이달 3일에 사스 대원들이 청년 두 명을 한 호텔에서 끌고 나와 이들 중 한 명에게 총격을 가한 뒤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나버린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그간 나이지리아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던 사스 경찰 대원들에 대한 위협과 공포가 인터넷에서 공론화 된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전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켰습니다. 인구 2억 6백 만 규모의 국가, 나이지리아의 전역에서 “#사스를 해체하라(#EndSARS)”는 구호가 퍼졌고 평화적 시위가 조직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일에는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인 라고스에 모인 1천 여 명의 시위대를 향해 군당국이 발포를 했답니다. 최루탄과 물폭탄을 쏘기도 하고 실탄을 발사하며 시위 진압을 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국민적 분노가 심화되자 무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특수경찰조직 사스를 해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특수무장전술팀, 영어약자로 스왓(SWAT)이라는 이름으로 경찰반을 새로 조직해서 이번 주부터 훈련을 시작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다시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왜나면 사스의 대원들이 새로운 조직인 스왓에서 훈련 중이기 때문입니다. 사스가 저지른 끔찍한 인권유린을 조사하거나 책임규명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경찰조직의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청년들은 사스 대원들이 저지른 인권유린 사례들을 인터넷 영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옷을 깔끔하게 잘 입고 있거나 좋은 차를 타고 있으면 사기꾼이라고 간주해서 단속 대상으로 취급 했고, 머리 모양을 색다르게 장식했거나, 몸에 끼는 바지를 입은 경우 또는 미국산 손전화인 아이폰을 사용할 경우에도 사스의 공격대상이 됐다고 합니다. 밤 늦게 자가용으로 귀가하던 한 여성은 차를 산 돈이 어디서 났냐며 성매매 여성이라고 공격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사스 경찰 대원들은 청년들의 외모만 보고 공격대상으로 삼았다며 언론에 불평과 비판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의 비사그루빠, 규찰대 또는 검열단의 행위와 비교할 수 있겠는데요. 북한에서는 특별한 보안기관들 뿐만아니라 담당보안원이나 보위지도원들도 주민들 생활 속에서 상시적인 위협이 됩니다. 장마당에서는 돈의 크기가 작은 인민비나 달러가 유통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담당보안원은 이것을 문제 삼아서 뇌물을 받아 냅니다. 오토바이에 자전거처럼 패달을 부착하라는 불필요한 규정을 만들어 단속하는 행위, 몸에 꼭 맞는 바지를 입었다고 단속하는 것, 차판장사 같이 규모가 큰 돈벌이를 하는 것, 장사를 위해 열차로 큰 짐을 운송하는 것 등 규정에 걸리는 행위들을 다 나열하기도 힘듭니다. 먹고 살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과 물품들은 대부분 담당보안원이나 보위지도원의 단속 대상입니다. 이러다 보니 항상 담배 한두 막대기쯤은 준비해야 언제 일어날지 모를 문제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보위원과 보안원의 위협행위는 주민들의 사생활 보호의 권리와 경제권을 침해하는 인권유린이 될 수 있습니다만, 누구도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이 더 안타깝습니다.

여기에 더해, 담당보안원이나 보위지도원의 주민 감시 역할은 보통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데요. 남한이나 일반적인 나라들의 경우,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이 사회에 나와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감시하는 역할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경찰이 있을 뿐인데요. 보통 경찰은 시민들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는 일을 할 뿐, 주민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무슨 영화나 음악을 즐기는지 등 감시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정보와 경찰 기관도 일반 국가들처럼 개혁해야 합니다. 나이지리아 경찰들의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를 보면서 북한의 인민보안성과 국가보위성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