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영화 ‘트루 노스'를 관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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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에 막을 내린 남한의 부천국제만화영화축제에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잘 묘사한 영화 하나가 상영돼 영화제 장편우수상까지 받았습니다. ‘트루 노스 (True North)’라는 애니메이션 즉 만화영화입니다. 트루 노스는 우리 말로는 ‘진짜 북한’이라는 뜻인데요. 진짜 북한의 모습은 정치범수용소 즉 ‘관리소'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제목으로 암시합니다.

이 영화는 북한에서는 ‘관리소’라고 알려진 정치범수용소가 배경입니다. 주인공 가족은 일본에 살던 사람들인데요. 1960-70년대 북한과 일본의 조총련이 함께 추진한 재일동포 대상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가서 살게 됩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아마도 북한 사회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버지는 실종되고 어머니와 여동생과 주인공도 깊은 산 속의 관리소로 끌려갑니다. 살아서는 나올 수 없다고 알려진 북한의 관리소에서 주인공 꼬마가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비참한 모습들이 영화에 잘 녹아 있습니다. 탄광의 끔찍한 강제노동, 극도로 적은 양의 식량, 일상이 돼 버린 잔인한 폭행과 존엄성을 말살하는 인간 이하의 대우 등 실감나게 묘사했습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주인공은 더 악랄하고 잔인한 성격을 가지게 되고 다른 수감자들에 군림해서 권력을 휘두르는데요. 반면 어머니와 여동생은 관리소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위 수감자들을 보살피며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 가족들 중 일부가 관리소 탈출에 성공하고 탈북까지 해서 북한의 관리소 실태를 국제사회에 폭로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제가 생각한 이 영화의 메세지는 북한의 관리소 정치범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같은 하늘과 별을 쳐다보며 똑같이 아름다움을 느끼며 희망을 품고 사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정치범들은 북한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됩니다. 하루 밤새 사라지지만 누구도 관리소로 사라진 이유를 모를뿐더러 사라진 사람들의 행방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모습에서 북한당국이 만들어 놓은 북한의 진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하고 감독한 사람은 재일교포 4세로 에이지 한 시미즈라는 일본 사람입니다. 시미즈 감독은 영화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약 40여 명의 탈북민을 만나 경험을 들었습니다. 관리소 경비병으로 일했던 분, 혁명화 구역에서 3년에서 길게는 10년간 수감 됐던 분들을 만나 관리소에 대해 배웠다고 합니다. 시미즈 감독은 한 언론과 대담에서 “북한의 관리소는 현대사회에서 용서해서는 안 되는 개념”이라고 말하며 전 세계사람들이 현재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관리소는 대다수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직접 연관이 있는 시설물은 아닙니다만, 인간성을 말살하는 잔혹 시설물인 관리소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우리 주민들에게 언젠간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 당국이 필요에 따라 정치적인 명분으로 누구든 자의적으로 체포 수감해서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법기관 사람들과 관계라도 잘 못가지면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경제활동 때문에라도 관리소에 수감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이지 않은 시설물인 관리소지만 주민생활에 일상적인 위협으로 항상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이기도 합니다.

남한의 북한인권단체인 엔케이워치가 올해 상반기에 발행한 보고서는 북한의 관리소에 13만 5천 명 정도가 수감 중이라고 하는데요. 여기는 남한으로 가려다가 북송된 사람들, 남한 방송을 듣다가 체포된 사람들, 남한의 가족이나 지인들과 중국 손전화로 통화하다 잡힌 사람들, 그 외에 보통 나라에서는 일상적인 활동인데도 북한에서는 정치적 범죄로 취급하는 행동들 때문에 들어간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비루스 대유행병 방역지침 때문에 관리소로 사라진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국경 봉쇄에도 불구하고 먹고살기 위해 밀수에 나선 사람들이 체포돼 관리소로 보내졌다니 안타깝습니다.

지난 23일에 유엔 총회에서도 북한당국의 반인권적 코로나 방역 정책이 언급됐습니다. 국경선에서 사람이나 동물을 통제하기 위해 실탄을 발사하라는 지침을 말한 건데요.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민간인을 자의적으로 살해하는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중지하라고 북한당국에 촉구했습니다.

북한에 관리소를 만들어 두고 당국의 정치적 입장과 견해를 달리한 사람들의 생명과 존엄을 무자비하게 앗아가는 정책이나 대유행병 방역을 이유로 무조건 사살하라는 방침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간존엄성과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바탕이 됐다는 점인데요. 더 심각하게는 이 같은 사살행위는 어쩌면 북한의 관리소에서 발견되는 ‘반인도범죄’들 중 자의적이고 의도적인 민간인 ‘살해’에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북한당국이 대외에 보여주고 싶은 ‘진짜 북한'의 모습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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