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노동신문이 당국을 비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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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언론인 보호를 위한 날’ 입니다. 대중들에게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생명의 위협도 무릅쓰고 일하는 기자들과 언론 종사자들의 신변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데 전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국제사회는 이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언론 또는 출판이란 무엇입니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출판법 2조를 보면, 출판사업에서 국가는 ‘출판물의 정치 사상성, 대중성, 진실성을 보장하며 인민들의 사상문화생활을 건전하고 풍부하게 하도록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또 출판과 언론 매체의 임무에 대해 북한의 사회과학원이 발간한 백과사전에는 ‘김일성 교시와 김정일의 방침을 해설 선전하고 그의 명령과 지시를 옹호 관철하며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가일층 강화하고 인민들의 정치사상적 통일과 단결을 강화하는 데 복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당 기관지인 북한의 노동신문은 언제나 ‘김정은동지’의 ‘말씀’을 기사 앞부분에 먼저 내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인민의 모습들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기사가 구성됩니다. 세계 일반적인 나라의 신문과 언론 보도와는 반대로, 북한의 언론과 정보는 항상 위에서 아래로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요. 당국이 정보와 기사를 생산해서 주민들을 향해 흘려보내는 방식입니다. 당국만이 통제하고 보유하고 있는 정보들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교시, 방침, 말씀’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에게 내려 보내는 것이 북한의 출판과 언론의 현실입니다.

동시에 주민들에게 허용하고 싶지 않은 지식과 정보들을 주민들이 혹시라도 접할까봐 북한당국은 항상 조바심을 내고 단속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외국에서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와 정보는 ‘제국주의자들의 반동적 사상문화적 침투’라고 단정합니다. 서방사회의 문화는 주민들을 병들게 하고 타락시킨다고 경고하며 정신을 무장해서 한치의 타협도 없이 외세와 투쟁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것이 노동신문 기사들의 획일화된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므로 북한 내에서 주민들은 선전선동부가 내려 보내는 뉴스보도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다른 정보나 생각을 주민 개인이 자발적으로 생산하거나 유통시켰을 경우는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중순에 최고지도자의 삼지연관광지구 건설현장 시찰에 대한 정보가 외부로 흘러 나갔다는 이유로 국경지역에서 손전화 사용에 대한 국가보위성 검열이 엄하게 진행됐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지식과 정보, 사상이나 생각을 표현하고 유통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초보적인 권리입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정보와 생각들을 표현하고 유통할 수 있어야 그 사회가 더 정의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 권리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유엔에서 ‘국제 언론인 보호를 위한 날’을 정해서 언론인의 신변보호를 위한 홍보에 나선 것이지요. 유엔은 전 세계에 걸쳐서 평화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강화하자는 관점에서 분쟁지역이든 평화로운 곳에서든 신문이나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을 모든 유엔 회원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법조계 관계자들이 언론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도록 교육하고, 권력이 언론인을 위협하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방법을 강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또 기자들이 정부나 권력자들의 지나친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일할 수 있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환경을 보장하라고 각국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공간에서 개인들도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엔은 인터넷에서도 당국의 통제나 위협없이 누구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향유하며 자유로이 정보를 유통하고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당국도 유엔 회원국 정부로서 유엔의 요청을 실행해야 합니다. 북한에서도 생명의 위협은 물론이고 통제나 감시 없이 주민 누구나 김정은의 삼지연 방문을 다른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와야 합니다. 노동신문에도 북한주민 개인의 이름으로, 비핵화 협상을 위한 북미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김정은 위원장을 비판하는 논평을 낼 수 있는 날이 빨리 와야 합니다. 그래야 일반적인 다른 나라들처럼 북한에서도 독립적인 민간 언론회사가 지식과 정보, 사실을 주민들과 정부에 전달하면서 정부가 공정하게 정치를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비판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정부와 권력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이야 말로 언론과 주민들의 역할입니다. 이들이 제 역할을 할 때 국가와 사회는 더 건강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