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살인혐의의 북한어민 북송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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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민 두 명이 11월 초에 동해의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남한 정부가 북한으로 돌려 보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조업 중 동료 16명을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답니다. 이 사건은 지난 7일 남한 통일부의 발표로 알려졌고 그후 지금까지 남한과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인권을 위해 일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시민단체들이 한국정부의 성급한 북송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북한 인권 단체들도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북송된 청년들의 생명과 안위를 걱정하며 남한 정부의 정책과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그렇다면 동료선원들을 16명이나 살해하고 남한으로 도주한 살인자들을 남한정부가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은 왜 문제일까요?

유엔의 회원국들이 준수해야 하는 국제규약 중에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 있는데요. “가입 당사국 정부는 어떤 개인을 범죄인 송환이나 추방 등의 방법으로 다른 나라에 돌려 보냄으로써, 고문 또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처리나 처벌의 위험에 놓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고문 및 비인간적, 모멸적 처리나 처벌 반대 협약’이라는 국제적 약속도 있는데요. 여기서도 “고문의 대상이 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실질적 근거가 있는 나라에, 협약의 당사국은 어떤 사람도 돌려 보내거나 추방해서는 안 된다”라고 돼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유엔의 국제난민법을 비준해서 국내법으로 채택한 남한의 난민법에도 같은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난민법은 ‘난민’에 대한 정의에서 이들의 권리를 함축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고 이에 따라 난민으로 남한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받아 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즉 사람은 누구나 고문이나 잔혹한 처벌이 예상되는 나라로 되돌려 보내져서는 안 되며 안전한 나라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한의 시민사회나 유엔의 인권 관계자들은 북한으로 송환된 두 명의 청년이 살인 혐의자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범죄자라도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고문 받지 않을 권리, 비인간적 모멸적인 처벌에서 보호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을 고문이나 잔혹한 처벌이 예상되는 나라로 보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두 명의 어민들이 북한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처리될 것이란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는 앞서 말씀 드린 국제규약과 법들을 마련해서, 인간을 인간답게 대우하지 못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범죄혐의자를 처벌을 할 때는 법체계에 기반한 절차를 거쳐야 마땅하고요.

수도 없이 많은 탈북민들이 경험한 북한의 구류장이나 재판 과정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같은 우려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체포되는 순간부터 인권유린과 비인도적 처우가 시작됩니다. 구류장에 있는 시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몇 시간 동안 꼼짝도 못하고 구류장 바닥에 앉아 있게 강요하는 관행부터 조사과정에 무자비한 폭행을 가해서 자백을 받아내는 고문까지 그 잔인함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더 큰 문제는 법치를 무시하는 자의적 체포와 구금의 관행이 존재하는 겁니다. 정당하고 공정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법령이나 법체계를 무시하고 영장도 없이 혐의자를 체포 구금하고, 자신을 변호할 권리마저 보장 받지 못한 채 즉결재판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사례들이 무수합니다. 또 남한행을 추구했거나 종교인을 접했거나 남한사람과 접촉했을 때는 정치범으로 재판도 없이 보위부에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관행도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정치범수용소로 알고 있고 북한주민들은 관리소라고 알고 있는 그 무시무시한 곳으로 사라진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행방을 찾는 건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아무리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자라도 법에 근거한 공정한 재판 절차를 거쳐서 형벌을 선고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따라서 식량이나 일자리를 찾아 중국으로 건너 갔건, 오징어잡이를 하다가 동료 선원 16명을 죽였건, 북송된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곳에서 법적으로 다스려져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주장입니다. 사람은 누구라도 마땅히 법으로 보호받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남한 시민사회와 국제사회가 이 문제로 일주일 넘게 떠들썩한데요. 문제의 궁극적 원인을 제공한 측은 북한당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법치가 살아 공정한 재판절차가 허용된 국가라면 국제사회의 이러한 불필요한 논쟁과 비판은 필요 없겠지요.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