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진행됐다는 노동신문 보도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흥미로운 내용 하나가 남한 언론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평양의학대학 당위원회를 둘러싼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에 대해서입니다.
보통의 다른 나라에서 언론이 범죄사건을 보도할 때는 범죄 내용과 재판절차나 결과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노동신문은 아무 내용 없이 평양의과대학 당위원회에서 범죄행위가 있었다는 말만 내놓았습니다. 따라서 이를 보는 독자들이나 외부에서는 거기서 어떤 범죄행위가 일어났는지 궁금해 할뿐입니다. 노동신문 보도는 이 범죄행위와 관련해 “각급 당조직들을 다시 한번 각성시켜 반당적, 반인민적, 반사회주의적 행위들을 뿌리빼기 위한 전당적인 투쟁을 더욱 강도높이 벌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지난 16일에 이 보도가 나오자 남한의 언론들은 여러가지 추측을 하고 있는데요. 평양의대 학생 선발과 졸업을 위해 의대 당위원회와 교수들이 뇌물을 받아 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언론은 대학교 내 성폭행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서 희생자 부모가 신소를 올렸다고 보도 했습니다. 대학교의 당위원회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노동신문 보도가 있었기에 북한 대학에서 발생할 법한 사건들을 바탕으로 내부소식통들이 이렇게 설명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외부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대학입학과 관련된 뇌물수수와 부정행위라고 추측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평양의학대학은 김책공대와 함께 중앙대학으로 대다수 주민들이 선망하는 대학교이므로 입시비리가 외부로 드러나 문제시 됐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대학 입시 부정 사건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극소수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특수한 범죄로 사건이 알려지게 되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뤄서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알게 되는 사회적인 문제가 됩니다. 미국의 세계적 명문 대학교인 하바드대에 중국계 사업가가 아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뇌물도 주고 자선단체에 거액을 기부한 일이 있었습니다. 혐의가 밝혀지자 미국의 해당 주 검찰이 이 사업가를 바로 체포 기소했습니다. 올해 봄에 있었던 일로 미국과 국제사회가 주목할 정도로 큰 사건이었습니다. 남한에서도 마찬가지로 대학 입시 비리사건은 사회의 공정성을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여겨서 검찰이 수사하고 처벌합니다. 입시문제는 국민들 대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오고 범죄인은 공공의 적으로 가혹한 비판을 받습니다. 그 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법적으로도 무겁게 다루는 특수한 사례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입학을 위해서 돈과 뒷배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이제는 상식이 됐을 정도입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몇 차례의 뇌물을 고이는 것은 당연한 관례입니다. 희망하는 대학교의 지표를 받기 위해서 인민위원회 교육부문의 대학모집과와 사업을 하고 그 후에는 해당 대학교의 총장이나 당책임비서 등 결정권이 있는 대학 내 고위급과 사업을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김일성대 법대에 가려면 6천 달러, 김책 공대에 가려면 3천 달러, 이런 식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 지방에 있는 사범대학은 한 단계 낮은 금액으로 대략 1-2천 위안으로도 충분히 입학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돈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친척이나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인민위원회나 대학교에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으면 성적은 아무 상관 없이 대학 진학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검찰이나 보안성, 보위성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교육부문에 있는 일꾼들의 뒷배가 돼주기 쉬우니까, 이들의 자녀들이 중앙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쉽습니다. 또 큰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돈이 있으니 마찬가지겠지요. 대학입학을 위해 뇌물을 주는 것이 일상적이다 보니 대학교 주변에서 총장과 인맥이 있다며 거간꾼 역할을 자처하는 사기꾼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공부는 하고 싶으나 돈과 인맥이 없는 사람들이라 더 안타깝습니다.
북한당국도 이렇게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뿌리뽑기 위해 고심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사업전반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해 나간다'는 구호 아래 ‘세도와 관료주의, 특권과 특세, 부정부패행위를 근원적으로 뿌리뽑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정치행사 때마다 강조합니다. 하지만 정치구호와 처벌만으로는 부정부패의 근원을 뿌리뽑지 못 합니다. 부정부패행위를 뿌리뽑는 근본적 방법은 공무원들, 간부들, 의료계 종사자들, 교원들, 검사와 보안원, 보위원들에게 먹고 살 수 있을 월로임을 주는 것입니다. 넉넉한 월로임을 준 이후에도 부정부패 행위가 나타나면 그때는 법에 근거한 철저한 처벌을 단행해야 겠지요. 그리고 월로임을 안정적으로 주기 위해서는 경제적 발전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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