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발은 자기땅에, 눈은 세계를” 구호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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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화’를 인정하고 심지어 장려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외국의 우방국가 정부 당국자가 국제적 협력을 강조한 내용에 동조해 노동신문에서 국제적 협력을 중요하게 다룬 기사를 내보내기도 합니다. 또 북한주민들이 국제적 경쟁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을 크게 홍보하고 자랑도 하지요.

지난 3일 노동신문은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올해 ‘코드쉐프(CodeChef)’ 경연대회에서 영예의 우승을 쟁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6월부터 경연에 참가해11월까지 6연승을 기록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칭찬까지 인용했습니다. 코드쉐프는 인도의 컴퓨터프로그램 회사인 디렉티(Directi)가 교육 목적으로 시작한 국제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연대회입니다. 중고등 학생과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코딩 경연인데요. 전 세계의 80여 개 나라의 대학에서 2만 여 명의 참가자들 가운데 우승을 거머쥐어 북한 대학생들의 지력을 세계에 퍼트렸다니 자랑스럽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특출난 능력을 국제적으로 알린 일들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몇 달 전 김형직사범대학과 평양외국어대학 등 여러 대학 학생들이 ‘제 28차 세계기억력 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등을 쟁취하여 조국의 영예’를 떨쳤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남한에서도 북한주민들의 능력이 주목 받습니다. 지난 11월 30일 남한의 2부 리그 프로 축구단의 일년 총화 행사인 2020년 ‘하나원큐 K리그 2 대상시상식’에서 안병준이라는 선수가 올해의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습니다. 안병준 선수는 남한의 프로 축구단 중 수원FC 소속인데요. 올해 26경기에 참가했고 전체 21점이나 획득한 우수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안병준은 일본에서 태어나서 가족이 조총련에 소속돼 국적이 북조선입니다. 북한에서도 국가대표팀에서 뛴 적이 있는 북한국적의 축구선수가 지금 남한에서 높은 수준의 로임을 받으면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안 선수의 경우도 북한 주민의 우수한 능력의 국제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남한으로 와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 중에도 우수한 능력을 뽐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2003년에 탈북해서 남한에 온 뒤 권투 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최현미 선수가 있습니다. 세계권투협회(WBA)가 인정하는 페더급과 현재 수퍼페더급에서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지난 11월 초에는 남한의 텔레비젼 대담에 나와서 앞으로 미국에 진출해 권투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발표까지 했습니다.

정말 존경스러운 훌륭한 인재들입니다. 북한당국도 중요성을 인정한 ‘국제화’의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북한주민들이 국제적으로 진출하니 영역마다 이렇게 큰 업적들을 성취하고 있는데, 일반 주민들의 국제화는 철저히 차단되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코드쉐프’ 경연대회에 대한 노동신문 기사는 학생들이 “우승을 쟁취함으로써 인터네트상에 우리의 국기를 높이 띄웠다”라고 기술했는데요. 인터넷은 우리 주민들 중 누구도 접속할 수 없는 도구인데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김대 학생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합니다. 그리고 보통 주민들은 해외여행도 불가능하고 평양에 방문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이동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지요. 하지만 남한이나 국제무대로 나간 북한 주민들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답은 김정은 위원장이 주장하는 말에 오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했는데요. 자기 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떻게 세계를 볼 수 있을까요? 물론 인터넷이 잘 구비돼 있는 남한에서는 어느 첩첩 산골에서도 인터넷으로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다른 나라에서는 지금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무슨 책이 발간되었는지, 유럽 어느나라 신문이 무슨 기사를 내보냈는지 실시간으로 다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인터넷도 접속할 수 없고 발은 북한 땅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국제적 수준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데 어떻게 북한 땅 안에서 국제적인 능력이 배양될 수 있겠습니까? 특별한 교육을 받는 김일성대 학생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지, 보통 주민들은 가능치 않습니다. 즉 발은 자기땅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지시는 실현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자기 땅에서 벗어난 북한주민들은 국제적 정보와 지식, 국제사회의 협력과 훈련으로 특출난 능력을 더 잘 발휘해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경우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국제적 경쟁력이 높은 북한 주민들을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문을 열면 주민들의 평균적인 능력과 지식 수준이 월등히 향상되지 않을까요? 북한당국이 국제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도 주민들의 발을 북한 땅에만 묶어 두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자, 인권유린이기도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