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교류 없이 과학발전도 없다

0:00 / 0:00

지난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 12차 전원회의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을 채택함에 대하여’ 등 여러 의안들이 상정되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반동사상 문화배격법’에 대해서 추가 설명도 있었는데요. 이 법은 ‘반사회주의 사상문화의 류입, 류포행위를 철저히 막고 우리의 사상,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를 굳건히 수호’하기 위해 주민들이 지켜야할 준칙들을 규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동사상과 문화를 배격한다는 것은 바로 한류문화 즉 남한 영화나 드라마, 노래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평안남도에서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긴급히 열려서 비사회주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남조선 드라마 즉 부르주아 날라리풍의 문화 전파행위는 범죄며 이를 비호하거나 묵인하거나 조장하면 법적 책임을 묻는다고 경고 했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을 시작하면서 ‘모기장을 이중삼중으로 든든히’ 치고 반동사상 문화 침투를 막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남한을 포함한 서방 선진국의 문화와 문명, 지식과 정보의 영량력이 북한의 사상과 정신, 문화에 악영향을 준다고 강조하여 주민들을 위협합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그 주장과는 정반대로 대립되는 입장의 안건도 4일 전원회의에서 함께 논의했다는데요. 바로 ‘과학기술성과도입법을 채택함에 대하여’라는 안건입니다. 이에 대한 추가설명으로, “과학기술 성과도입과 관련한 심의, 심사, 평가, 확인사업에서 과학성, 객관성, 정확성을 보장할데 대한 문제 등이 과학기술성과도입법에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노동신문 4면에 ‘경제의 활성화에 적극 기여하자’는 제목의 기사는 “경제전반을 활성화하고 첨단기술 산업을 발전시키는데서 과학기술이 결정적인 기여를 하도록 하여야 합니다”라는 ‘김정은 동지의 말씀’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비롯한 여러 단위에서 담당한 첨단과학 기술부문의 중점대상 과제들도 100% 결속되었다”고 자랑했습니다.

남한의 문화적 문명적 정보와 영향력은 북한주민들의 정신세계에 독이 된다고 차단하면서 과학기술에서는 성과를 내라고 강조한 것이 왜 대립되는 주장일까요? 과학기술이야말로 서구 선진국 사회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축적해온 문명의 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축적된 인류 문명의 정보와 지식과 경험 없이 ‘우리 나라 방식으로' 첨단과학 기술분야의 과제들이 결속될 수 없습니다.

17세기 당시 영국제국의 아이작 뉴턴의 운동의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 등을 통한 과학적 혁명을 통해 근대과학이 태동되었습니다. 인류의 문명과 과학의 발전속도를 더욱 빠르게 작동시킨 것은 양자역학인데요. 양자역학의 기초 가설을 세우고 발전시킨 사람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독일제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활동한 미국사람입니다. 인류는 이제 4차 산업혁명을 꿈꾸며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생활에 도입하고 있고 우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과학기술이야 말로 지구상 전 인류가 다함께 축적한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발전시킨 기술과 경험이 응축된 문명이며, 이 문명을 전 세계가 함께 공유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세계화와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당국도 이런 정도의 상식은 있어 보입니다. 이달 초 세계적인 대형 제약회사인 ‘존슨앤존슨’과 ‘노바백스’ 등 코로나비루스 감염증 왁찐(백신)을 개발하는 회사의 컴퓨터체제에 외부 공격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 체제에 숨어 들어가 정보를 빼내거나 컴퓨터와 정보를 어지럽혀 놓고 악성코드를 전파시키는 행위를 해킹 공격이라고 부르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해커라고 합니다. 제약회사들에 침입한 수법과 인터넷 기록을 심층조사해보니 북한 해커들의 공격으로 확인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북한이 코로나 왁찐 제조회사의 컴퓨터에 숨어 들어가서 왁찐 관련 정보를 훔치려 했다는 말입니다. 북한 해커들이 해킹공격을 한 대상은 미국회사만이 아니라 영국의 왁찐 개발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독일의 튀빙엔대학 그리고 코로나비루스 감염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남한의 제약회사 4곳도 해킹 공격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에게는 서방 선진국의 문명과 정보, 지식의 영향을 받지 못하게 차단하고 처벌규정도 엄격히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비루스 왁찐 관련 정보를 훔쳐내기 위해서 국제적인 범죄행위인 인터넷상의 도둑질 해킹공격을 서슴치 않는데요. 세계가 공유하는 과학기술과 함께 문화와 문명도 함께 받아들이게 되면, 북한주민들은 북한 특색의 새로운 문화적 요소를 가미한 한층 더 멋진 문화예술을 발전 시킬 수 있을텐데요.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니 외국의 과학기술은 훔쳐내야만 배울 수 있고, 선진적인 문명과 문화 예술은 접근 할 수도 없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