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감사의 표시'를 하는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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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 즉 성탄절입니다. 이 날은 기독교에서 예수가 탄생한 날로 믿고 있으며 국민들의 종교와는 크게 상관 없이 전세계 대다수 나라들은 이 날을 공식 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래서 가족끼리 또는 친구들과 맛난 음식도 즐기며 편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크리스마스의 정경입니다.

하지만 2020년 올해의 모습은 조금 다릅니다. 예년엔 서울 중심가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백화점이나 쇼핑가에는 갖가지 물건을 사는 사람들로 그리고 식당과 술집마다 웃고 떠들며 지인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성탄절과 연말 연시에는 회사나 단체에서도 그리고 개인들끼리도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했다는 감사의 표시를 하는데요. 지인들끼리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기거나 선물을 주고 받으며 한해를 마감하는데, 이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관행으로 정착돼 있습니다. 하지만 12월 중순부터 코로나비루스 확진자가 매일 천 명 대가 되고 또 성탄절과 연말이 다가오면서, 전국에 걸쳐서 특별방역 강화조치를 24일부터 내년도 1월 3일까지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식당에서 5명 이상 모여서는 식사를 하지 못 합니다. 그 외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들에 더 강화된 조치가 실행 돼, 연말 연시에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에서 코로나비루스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방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감사 표시를 한다’는 말에서 자칫 오해의 소지가 보이기도 하는데요. 남한에서는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사실은 법적으로 자유롭지 않습니다. 2016년부터 시행돼 온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문인데요. ‘청탁금지법’이라고 부르는 이 법에 따라 남한의 공무원들, 공공기관의 임직원, 학교 교직원과 임직원, 언론사 대표와 임직원들은 ‘감사표시’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직무와 연관되거나 인사차 식사나 다과, 술을 대접 받을 때 비용이 3만 원 즉 27 달러가 넘으면 안 됩니다. 혹시 집안의 경조사가 있을 때에 부조금이나 축의금을 받을 때도 5만원, 45달러 이상 받게 되면 처벌대상입니다. 업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제공되는 음식이나 선물도 금지합니다. 이 규정을 어길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8월 이후 2018년 6월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23건이 형사처벌을 받았고 144건이 벌금형을 받았답니다. 이 법에 따라서 국회의원 및 직원들이나 정부기관의 공직자들과 언론인들과 식사를 할 때는 항상 조심하는 풍토가 생겼습니다.

‘감사 표시’는 북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관행입니다. 하지 않으면 도덕이 없다거나 예의가 없다고 여겨서 중요한 일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문건에 수표라도 받아야 한다면 ‘감사표시’ 없이는 불가능한 게 북한사회의 현실입니다. 직장생활에서 좀더 인정 받으려면 간부부장이나 지배인, 당비서 등 내 직장 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의 가족 생일에는 최소한 ‘감사표시’를 해야 됩니다. 이건 학생들이라고 다르지 않지요. 대학생들은 시험을 치기 위해서 담당 교수를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가르쳐 주셔서 고맙다는 표시를 해야 정상적인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중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원에서 진료 받을 때도 마찬가지이고, 담당보안원이나 보위원과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명절은 물론 이들의 부모님 생일까지 챙기고 식사라도 대접을 해야 합니다.

제가 만난 탈북민들은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는데 쓰는 돈이 개인적인 돈벌이로 벌어들이는 수입의 절반 정도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법기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주민들로부터 받은 뇌물의 절반은 본인이 속한 부서의 상사들에게 고스란히 바쳐야 그 직위를 유지하고 일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모든 주민들이 ‘감사표시’를 해야만 하는 관계 속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도 부정부패의 고리가 북한 전 체제에 뿌리 깊이 깔려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수시로 검열그루빠를 조직해서 부패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행정조직, 법관련 체계, 교육, 의료, 체육 및 문화 모든 생활 구석구석이 이처럼 ‘감사표시’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라 북한 지도부도 골치가 아플 것 같습니다.

사회의 전문가나 공무원들, 교육자들이 자신의 본업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조건만 갖춰지면 ‘감사표시’의 관행은 점차로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월 로임만으로 풍족하게 살게 된다면 굳이 대학교수가 궁상맞게 학생들에게 용돈을 갈취해서 생활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남한처럼 ‘청탁금지법’ 같은 법을 채택해서 부정청탁이나 금품을 주고 받는 행위를 법으로 단호하게 다스리면 됩니다.

연말이 다가오는 주말, 돈이나 담배 막대기, 또는 식사로 표하는 감사가 아니라, 진정한 마음의 감사표시를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따뜻하게 한 해를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