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23년 새해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의 보고 내용을 살펴보면서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원회의 보고 내용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한 점이 세 가지 있는데요. 첫째, 지난해 북한당국이 기세 높게 내세웠던 다양한 경제 부문의 성취와 자랑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고요. 둘째로는 언제나 그랬듯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책임은 아래로, 즉 지방과 인민들에게 전가했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제발전을 위한 추동력을 1960-70년대의 정신에서 찾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주민들에게 강조한 점입니다.
따라서 올 한 해도 우리 청취자분들 앞에 주어질 부담이 가볍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좀 암담한데요. 그런 차원에서 전원회의 보고에서 소개한 내용 중 북한주민들의 생활 형편, 그리고 인권 상황과 직결된 문제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노동당 8차대회가 제시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3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올해는 ‘5개년계획 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찾을 수 없지만, 지난해 성과로 살림집 건설 계획을 소개했습니다. 평양의 5만세대 살림집 건설을 지속하며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건설에 이어 3,700세대를 더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이죠. 여기에 더해 경공업, 지방공업, 편의봉사 등 인민생활과 직결된 부문에서 국가 정책의 무조건적 실행도 강조했는데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노력과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들이 소개돼 다행입니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하는 고도의 과학 수준을 갖춘 나라에서, 대다수의 일반주민들이 상하수도도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열악한 위생상태에서 생활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현대화된 살림집 건설과 함께 50-60년 전에 건설된 상하수도를 현대화 해서 주민의 위생 환경을 개선하고 공중보건을 챙기는 것은 국가가 해야할 필수적 과업 중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앙에만 집중된 경제력을 확대해 지방공업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 또한 좋습니다. 북한은 평양과 지방간의 격차가 천양지차이므로 이를 좁혀가는 문제도 큰 숙제일 텐데요. 지방경제에 활력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 방도입니다.
또 한가지 칭찬할 내용은 법치에 대한 강조 부분입니다. ‘사회주의 법률제도를 더욱 개선강화할 때 법이 인민을 지키고 인민이 법을 지키는 진정한 인민의 나라’로 발전을 옹호 고수해 나갈 수 있다고 당부했는데요. 그러면서 ‘일꾼들의 사업태도와 일본새를 개변’할 문제, ‘간부사업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문제 등을 제시했습니다. 중요하게는 ‘도당위원회와 도당책임비서들의 사업에서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이 부분은 북한사회가 오랫동안 찌들어온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풍토를 손보려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사회 구석구석에서 너무나 팽배한 권위주의 관행 때문에 행정절차는 물론 경제활동과 모든 인민생활에서 뇌물을 고이거나 간부들이 원하는 선물을 줘야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관행이 뿌리깊습니다. 이 부분만 개선을 해도 주민들의 시름을 한층 덜어 낼 수 있고 경제생활에 의미 있는 기여도 할 수 있게 되니 환영입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만이라도 올 한 해 잘 실행해 나간다면 인민생활에 큰 개선을 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게 되는데요. 하지만 ‘국가부흥발전의 강력한 추동력을 사회주의 애국운동, 혁명적인 대중운동’에서 찾는다고 지적한 부분에서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인민경제의 성과적 발전에서 중요한 핵심부문 로동계급과 과학자, 기술자들이 다시 한번 1960년대, 70년대의 투쟁정신과 기치를 높이 들고 혁명의 난국을 우리 힘으로 타개해 나갈 것’을 호소했습니다.
2023년의 경제 발전계획을 구상하면서 추동력을 국가 기간 산업이나 첨단 과학 사업이 아니라 60년 전의 정신력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참 구시대적입니다. 전 지구는 지금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인간의 발전을 연구하며 시각을 미래에 맞추고 있는데요. 북한은 인민경제 향상을 주장하며 주민들에게 전쟁 이후 국가 재건 시기 다 함께 애국주의로 힘을 모았던 정신에 의지하려고 합니다. 참 시대착오적인 지시로 보이는데요.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경제발전을 위한 모든 책임을 예전과 다름 없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들의 어깨 위에,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미래를 꿈꿔야 하는 어린 학생들의 작은 손에, 그리고 공장과 기업소에서 땀 흘려야 하는 노동자들의 어깨에 전가시키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각급 당위원회는 전원회의 결정 집행을 위한 계획 수립과 궐기대회 조직사업에 착수했다는 북한 내부소식통의 전언들이 뉴스 보도되고 있습니다. 정치행사와 건설 및 농사를 위한 노력 동원과 단위별로 국가에 제출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로 어려움을 호소할 주민들의 한 해를 생각하니 저희의 마음도 무겁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