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사 주간잡지사인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9일 ‘2018년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의 민주주의 상황을 조사 분석해서 2006년부터 매년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전세계 167개 독립적인 국가들의 국민 정치참여 정도, 자유로운 집회와 시위의 조직 및 참여, 자율적인 시민참여 분위기를 분석해서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평가하고 국가 순위를 매겼습니다. 북한은 전체 조사대상국가 167개 국가 중 167위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2006년부터 변함없이 마지막 순위라 더 안타깝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기준이 되는 가치들을 살펴보면 왜 최하위 순위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지수는 평가 기준을 5가지 범주로 나눠서 분석했는데요. 먼저 공정한 선거 절차와 정치적 다양성, 둘째로 시민적 자유, 셋째 정부의 기능과 역할,
넷째 주민들의 정치참여 정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문화를 평가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이 다섯 가지 범주는 서로 연관돼 있으며 내용상 긴밀하게 영향을 주면서 작용한다고 설명하면서, 자유롭고 정당한 선거를 하는 조건과 주민들이 정치적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조건은 민주주의의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자유민주주의 국가체제의 핵심적 요소는 시민적 자유이고 시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인권 보호의 원칙이 국가 법규와 헌법에 받아들여져 온전히 실행되는 국가 체계가 자유민주주의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헌장이나 각 국가의 헌법이 정의하는 기본적인 인권 역시 언론과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정당한 법적 절차를 허용할 권리 등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적 정치문화는 정부가 원활히 제 기능을 하도록 돕고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가 지속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들의 수동적이거나 무관심한 정치참여와 순종적인 시민의식은 건강한 민주주의와 함께 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정부에 불만을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를 활성화시키는 요소라는 말이지요. 시민들의 적극적 정치참여가 있을 때 민주주의가 번성하게 되며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는 시들기 마련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치와 판단기준에 따라서 ‘이코노미스트’는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 흠결있는 민주주의 체제, 혼합 체제, 독재체제로 4개 항목으로 전 세계 국가들을 분류했습니다. 여기서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는 정치적 자유와 시민적 자유가 존중되는 국가를 의미합니다. 정부가 만족스럽게 기능하고 다양한 정치색을 가진 언론들이 독립적으로 또 자유롭게 활동해서 정부와 권력자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국가 특히 사법권의 독립과 권위가 인정되는 국가들입니다.
반면 권위주의 독재국가들은 정치적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고 엄중히 통제되는 나라로 정의 내렸습니다. 여기에 속한 나라들은 민주주의 식의 기구들이 형식적으로는 존재하나 거의 실체가 없는 경우들이 허다합니다. 선거는 진행하지만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는 아니며, 시민권과 인권은 공공연히 무시됩니다. 언론은 집권 당국에 통제되거나 당국이 소유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억압되고 검열이 만연하며 독립적인 사법권은 존재하지도 못하는 환경입니다.
분석 기준과 국가 범주의 정의를 보면 북한이 어느 국가 범주 쪽에 더 가까운지 명확합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른 분석 결과로 북한은 167위를 차지하게 됐던 겁니다.
167개국 중에서 53개 국가가 독재국가 범주에 속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독재국가지만 북한보다 조금은 더 민주적인 국가들, 즉 북한 바로 윗 순위를 차지한 국가로는 시리아, 민주콩고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투르크메니스탄 카지키스탄 등이 있습니다.
북한의 민주주의 지수는 전체 10점 만점에서 1.08점인데요, 세부항목으로 보자면 시민적 자유와 선거절차에 대한 점수가 0점입니다. 북한당국을 견제하고 권력의 균형을 잡아줄 시민사회나 언론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선거는 보통 비밀선거의 원칙이 철저히 무시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최고 점수를 받은 항목은 흥미롭습니다. 바로 ‘정부의 기능’ 분야에서 2.5점으로 북한이 받은 점수 중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최악의 독재국가들 15개 국가 중에서 정부기능 항목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겁니다. 그나마 여기서 가능성을 봤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요? 정부의 기능이 적으나마 역할을 한다는 건 당국이 결정하면 변화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과거 수십년간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북한 당국의 결정으로 비핵화 의지를 세계에 선언하고 국제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 지난 해입니다. 이 흐름을 이어서 국가 민주주의 지수에서도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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