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SNS와 북한 아동의 교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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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해안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시애틀에서 최근 흥미로운 뉴스 보도가 하나 있었습니다. 시애틀 공립학교들이 지난 6일 인터넷 사회연결망 회사들을 대상으로 미국 지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는데요.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개인의 계정 즉, 각 개인의 사용 이름을 각 사회연결망 서비스에 만들 수 있습니다. 사회연결망은 사진, 영상 또는 글을 올려서 일기장이나 메모지처럼 개인의 생각과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입니다. 물론 자신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친구로 허락한 사람들도 서로 글과 사진들을 공유해 볼 수 있어서 말 그대로의 사회적 연결망 역할을 하는 것이죠. 사진과 글을 중심으로 올리는 ‘페이스북’과 짧은 글을 올리는 ‘트위터’가 대표적이고 최근에는 영상을 올리는 연결망이 대세 입니다. 1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영상을 올리는 ‘틱톡’이라는 매체는 중국 회사가 만들었는데 전 세계 40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고 지난 1년간 1억 명이 영상을 올렸고 10억 명이 그 영상을 시청했답니다. 한 시간 이상의 긴 영상도 올릴 수 있는 ‘유투브’는 2조 5천 6백 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인터넷의 거대한 영상 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만 저장하고 소개하는 ‘인스타그램’도 인기인데요, 수 억 명이 활용합니다.

시애틀 공립학교들이 소송을 제기한 대상이 바로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인터넷 사회연결망을 제작한 거대 회사들입니다. 소송 이유는 사회연결망 회사들이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으로 사회적 문제를 만들었다는 건데요. 사회연결망은 아동들의 우울, 불안, 섭식장애, 가상공간 내의 모서리 주기(왕따) 등을 유발해 아동의 정신 건강과 행동 장애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아동들의 교육이 더 어려워져 학교가 정신 건강을 위한 전문가를 더 고용해야 하거나 사회연결망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이나 훈련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비판합니다.

또 이 회사들이 미국의 수천 여 명의 아동들을 사회연결망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어 아동들의 연약한 두뇌를 착취하기에, 어린 학생들의 교육과 건강에 유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시애틀 공립학교들은 아동들의 학업에 장애로 작용하는 등 여러 종류의 피해가 존재하는 ‘공적 골치거리’의 생산을 중단해 달라고 재판소에 요청했습니다.

아동들의 학습권리와 건강을 유지할 권리를 침해하는 가장 큰 주적을 인터넷 사회연결망으로 보고 당사자인 학교측이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데요. 사회연결망이 정신적, 육체적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의학계의 연구 결과는 수 년간 보도되고 있습니다. 현대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인간이 창조해 낸 기기들은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폐해를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사용자들이 얼마나 잘 조절, 통제하며 기기의 장점을 확대해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겠는데요. 인터넷 사회연결망도 장점이 많지만 청소년들이 활용시간을 통제하지 못하고 중독돼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당연히 폐해가 될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 청소년들의 건강권과 교육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주민들에게 공적인 골치거리로 작용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요? 북한도 최근에는 손전화 사용이 흔해졌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컴퓨터 오락게임도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북한 청소년들의 손전화 사용과 게임중독이 건강을 해친다고 우려하는 노동신문 보도도 있었던 걸로 봐서 북한도 세계 여느 나라들처럼 이 문제에서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기에 더해 북한의 아동과 청소년들의 건강권과 교육권에 장애가 되는 또 다른 요소는 소년단과 청년동맹을 통한 정치생활의 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도 벌써 ‘애국청년들의 ‘궐기대회와 결의행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 8기, 6차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정치행사들에서 “소년호 땅크헌납운동’과 ‘청년림, 소년단림을 조성하고 잘 가꾸기 위한 운동’ 등을 적극 벌여 나갈 것을 당 중앙위원회에서 강조하는데요.

소학교와 중학교를 북한에서 다니다가 남한으로 탈북한 청년들은 북한 학교의 잦은 노력동원과 부담이 되는 사회적 과제 제출 상황을 전합니다. 예전에는 어린 학생들이 화목을 줍거나 산나무 열매를 따다가 다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최근 십 여 년 어간에는 부모들이 돈을 주고 사회적 과제와 노력동원을 대신했기 때문에, 생활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은 학교를 아예 포기했다는 이야기들이 자주 들립니다. 과제를 내기 어려운 학생들은 간혹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데요. 이런 차원이라면 사회적 과제와 노력동원이 북한 아동들의 건강권과 교육권을 침해하는 요소라는 사실이 분명해 보입니다.

국가의 경제건설 계획과 자력갱생의 구호 아래 경제부문의 발전을 위한 북한당국의 노력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 부담을 아동에게까지 내리는 것은 문제입니다. 국제법으로는 18세 미만, 북한 헌법으로는 16세 미만 아동들은 노동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제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국가의 무능을 ‘애국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아동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북한이 기왕에 12년 의무교육제도를 국제적으로 자랑하고 있다면, 소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의 사회적 과제와 노력동원의 책임은 어른들이 부담하도록 만들고, 학생들에게는 전적으로 학업 시간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