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자국민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

지난 주 응우옌 쑤언 푹 윁남 주석이 사임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윁남 즉 베트남 공산당이 열을 올리고 있는 고강도 부패 척결 운동의 일환입니다.

코로나 대유행병이 시작되고 베트남도 2000년에 국경을 닫았는데요. 이렇게 되자 외국에 체류하던 수 만 명의 베트남 국민들이 오갈 데가 없게 되었고, 이에 베트남 정부는 즉각적으로 800여 대의 비행기를 준비하고 해외 체류 자국민들을 본국으로 데려 갔습니다. 여기서 부정부패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일부 베트남 외교부 직원들은 보통은 1천 달러 내외였던 비행기 요금을 5천 달러 또는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금액을 요구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베트남은 1960년대 극단적 궁핍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개혁 정책을 취하고 빠른 발전을 성취하며 40여 년을 달려오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 부정부패 문제는 어두운 그림자처럼 오랜 기간 따라왔습니다. 이에 베트남 당국은 지난 10년간 부정부패, 횡령, 권력남용 등 세 가지 중요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지난 해 초에 개최한 전당대회 이후 반부패 투쟁에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해 2월부터 10월까지 4천 200건의 부정부패 연루 범죄들을 적발하고 7천 5백 명이 넘는 관련자들을 기소했습니다. 이 투쟁은 공산당 정치국 산하에 ‘중앙 반부패 적극행정 지도위원회’를 두고 응우엔 푸 쫑 당서기장의 책임 하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치 평론가들은 원로세대인 쫑 당서기장의 막강한 권력 장악이 반부패 투쟁의 결과로 나타난다며 우려를 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우리는 국가의 책임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로, 정부가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반부패 척결 투쟁에서 국가의 지도부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베트남 당국의 책임의식을 배울 수 있겠는데요. 지난 10년 간 3만 3천 여 명이 기소될 정도의 대대적인 부패척결 운동으로, 이번 코로나 대유행병 정책에 관련한 부패 사안에 두 명의 부총리가 연루된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 주석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 번째 교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 인권을 보호할 국가의 책임에 대한 것입니다. 코로나 대유행병으로 긴급한 시기, 베트남 당국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해외 자국민을 송환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그 와중에 발생한 부정부패로 국가 주석이 책임을 안고 사임했습니다.

여기서 자국민 보호을 위한 국가의 책임 즉 북한 당국의 책임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는데요. 며칠 전 한국의 한 언론사는 러시아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9명이 지난 해 말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모스크바의 유엔 난민 기구에 이미 2021년 경부터 난민지위를 신청하고 한국으로 가겠다고 희망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9명의 탈북민들 중 일부는 러시아에 체류하기 위한 비자도 만료돼 불법체류자 상태였다는데요. 자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파견된 러시아에서도 불법으로 생활할 수 밖에 없는 비정상적이고 불안한 상황이었기에 한국행을 꿈꾸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코로나 대유행병이 퍼지기 이전에 중국이며 러시아 등 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때문에라도 이미 귀국했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북한당국은 이들에 대한 조치 없이 국경만 봉쇄했습니다. 이후에도 북한 당국은 해외 체류 북한 노동자들의 안위를 위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중국에도 많은 북한 노동자들의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 지린성 도시의 공장들에 파견된 북한 여성 노동자들은 중국의 코로나 방역 봉쇄 지침으로 생산성도 떨어진 공장에서 힘겹게 이 겨울을 나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식량마저 부족하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와 마음이 아픕니다.

책임성에 대해서는 북한당국도 지나치리만큼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당 일꾼들에게 ‘당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과 사업에 대한 높은 책임성'을 가지고 당의 구상과 의도를 반드시 실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 ‘누구이든,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당과 조국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과 임무를 깊이 자각’하라고도 당부하는데요. 북한 당국이 말하는 ‘책임’의 개념에는 북한주민들의 임무에 대한 책임만 있고, 북한당국과 지도부가 져야하는 자국민 보호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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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