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Neve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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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50명 이상의 주요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 모였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미국의 펜스 부통령을 포함해서 이탈리아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관에 자리했습니다. 지난 주 23일부터 시작한 ‘제 5차 세계 홀로코스트 포럼’의 개막행사를 위해서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였던 1945년 1월 27일에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의 적위군이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를 처음 발견하고 수용소를 해방시킨 날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국제적 추모 행사입니다. 올해로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가 해방된 지 75년째가 되기에 이번 홀로코스트 포럼이 의미가 더 깊었는데요. 여기에 더해 홀로코스트의 가해국인 독일의 대통령이 참석해 의미심장한 연설을 했기에 더 많은 세계 언론들이 주목했습니다.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는 히틀러가 이끌던 독일 나치정부가 폴란드를 점령하던 시기 폴란드 남부 외딴 지역에 지은 대규모 집단수용소입니다. 아우슈비츠는 1940년 중반기부터 이 시설이 발견된 1945년 1월 27일까지 운영 됐는데요. 5년 남짓 기간에 나치 정부는 이 수용소에서만 최소 110만 명을 죽였습니다. 나치당국은 집단주의적 독일민족 제일주의에 빠져 전 유럽에 흩어져 살던 유태인들을 유럽 곳곳에 지은 집단수용소로 끌고가 살해했는데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해된 110만 여 명의 희생자들 중에는 96만 명이 유대인이었고 그 외는 유럽의 전통적 유목생활을 하는 소수민족인 집시인들과 나치정권의 이념과 정치에 동조하지 않은 정치범들, 전쟁포로 그리고 장애인들도 일반 사회에서 격리해서 수용소에서 살해했습니다. 히틀러의 나치 당국은 이런 식의 인종청소를 여러 곳의 집단수용소에서 단행해 총 630만 이상의 사람들을 5년 여 짧은 기간 안에 의도적으로 죽였습니다. 이러한 처절한 잔혹성이 발현될 수 있었던 중심에는 나치 정권이 내세운 전체주의와 집단주의 의식, 독일민족 제일주의가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히틀러의 나치 당국이 인류에게 저지른 끔찍한 만행이 폭로되자 인류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존재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짓밟아 버리는 잔혹한 범죄가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 일환으로 유엔의 각종 인권기구들, 인권법과 규약들을 만들어 전 지구 차원의 전체주의 독재체제의 인권유린 상황을 감시감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1월 27일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정해서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 다시 한번 반성과 화해를 다짐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올해는 예루살렘에서 앞서 말씀 드린 포럼이 진행됐습니다.

독일연방 대통령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는 “반유대주의에 대항해 홀로코스트 대학살을 기억하자”는 제 5차 세계 홀로코스트 포럼 행사에서 “아우슈비츠의 해방이 있은지 75년이 지나서 독일의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역사적 죄의식의 무게감을 가득 안은 채 여러분들 앞에 섰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독일이 시작한 끔찍한 전쟁으로 5천만의 생명을 앗아간 일 그리고 6백만의 유태인을 기계적으로 살해한 인류 최악의 반인도 범죄에 대해 사죄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와 같은 “악마의 정신이 최근에는 다른 모습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 악마의 다른 모습이란 반유대인 민족의식을 포함해서, 타민족을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인종주의적 편협함과 독재나 전체주의 국가를 미화하는 권위주의적인 생각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대통령은 “물론 현재 우리 세대는 과거 세대와는 다르고, 언어도 다르며, 가해자도 과거 나치당국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악마의 정신은 같습니다. 이에 대한 단 하나의 해답은 과거를 추모함으로써 인간존엄성을 말살하는 반인도 범죄는 ‘절대로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된다'는 정신, 즉 “Never again”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독일의 나치 당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로동신문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파쇼 전쟁광이자, 배타주의적 민족주의로 인류문명을 말살했다고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배타적 민족주의 속성과 전체주의적 집단우선정책으로 인민 개개인의 발전을 가로 막는 점,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용납하지 못하고 관리소로 보내는 점 등은 75년 전의 히틀러 나치 당국이 했던 범죄 행위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독일 대통령은 75년 전의 반인도 범죄를 되돌아 보며 생존한 아우슈비츠 희생자들 앞에서 “Never again”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며 과거와 미래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는데요. 북한은 지난 70년 이상의 시간을 여전히 집단주의 전체주의적 의식 속에서 다른 생각과 인종에 배타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까지 침해하고 있는 모습이 참 대조적으로 보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