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청년돌격대 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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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북한의 노동신문은 ‘청년돌격대’를 격려하는 기사들, 그리고 청년들이 돌격대와 건설 현장으로 탄원(자원)한다는 기사들로 가득했습니다.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에 참가한 속도전청년돌격대를 격려하는 기사는 ‘청년들은 당과 혁명의 요구, 조국의 부름에 언제나 피끓는 심장으로 화답하여 온 것처럼 (중략) 당의 청년전위로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야 한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요청 내용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도의 청년들이 ‘청년동맹 중앙위원회의 호소문’을 받은 뒤 평양시 거리 건설을 위해 탄원했다며 청년들이 자랑스럽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평양시 청년들 또한 건설장으로 용약 탄원했다며, 수도건설청년돌격대의 기세가 드높다고 칭찬했습니다. 평양의 1만세대 살림집 건설장과 검덕지구 살림집 등지에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야간지원돌격대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보도됐습니다.

북한당국이 2025년까지 평양에 5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해 수도 평양의 주거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국내외에 천명했고요. 연초에 발표한 노동당 중앙위 제 8기 제 6차 전원회의 보고에는 ‘수도건설을 보다 통이 크게 벌려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건설과 함께 새로운 3,700세대 거리를 하나 더 형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앞서 언급한 기사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반복해서 나오는 청년들의 돌격대 탄원을 칭찬하는 기사들은 국가의 건설 계획에 비해 건설 노동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북한당국은 자랑스럽게 청년들이 국가를 위해서 돌격대에 헌신하는 모습들을 묘사하고 선전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인데요.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이 다른 어느 부문보다 더 무거운데 반해 로임은 없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어떤 청년들이 돌격대로 건설노동에 참여하겠습니까?

한국에도 건설노동자 수급이 원활하지만은 않다고 알려집니다. 한국에서는 하루 8시간 건설현장에서 노동할 경우 평균적으로 210달러 정도를 하루 로임으로 벌 수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한국 청년들은 육체적으로 고된 일보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고 재미도 줄 수 있는 직업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도 건설노동자들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요. 그렇지만 한국은 국제사회를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외국인 건설노동자들이 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2년 건설 근로자 수급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건설현장에서 캄보디아나 윁남,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율이 전체 건설 노동자들 중 16.7%나 됐습니다.

북한의 건설노동자인 돌격대원의 형편은 남한의 형편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돌격대의 노동 강도는 다른 어느 부문보다 몇 배는 더 높은데, 돌격대원들의 숙식 환경은 극단적으로 열악하고, 여기서는 아무리 일해도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이러니 북한청년들이 돌격대 건설 노동을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발전계획 5개년계획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북한당국은 건설노동자 문제의 해결책이 필요했는데요. 북한당국은 청년들에게 일한 만큼 로임을 주면서 청년들을 유인하는 방법을 찾아본 것이 아니라 의무제를 도입해서 강제하는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며칠 전 RFA 내부소식통의 뉴스 보도에 따르면, 군입대를 하지 않은 청년들을 3년간 돌격대에 의무 복무시킨다고 합니다. 이제는 중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군대나 돌격대에는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런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부모가 돈을 잘 벌어서 권력자들과 인맥이 좋은 집안 자녀들은 돌격대 의무 복무제도 회피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도 청년동맹원들이 탄원한다지만 돈과 권력 또는 인맥이 좋은 집안 자녀들은 뇌물을 주고 탄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북한의 기본적인 상식이지요. 따라서 부모가 가난하거나 가난한 부모조차 존재하지 않는 취약계층 청년들만 힘들고 어려운 부문에 투입됩니다.

이같은 현상은 유엔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에 위배됩니다. 북한도 이 국제 규약에 가입하고 비준까지 했기 때문에, 청년들의 노동력을 차별적으로 착취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행위는 인권유린으로, 국내법을 위반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사실은 청년들을 돌격대로 유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2016년 전후로 활발하게 운용되던 일용직 노동시장을 활용해도 됩니다. 북한에도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유휴인력이 존재한다고 알려지는데요. 건설업자들이 노동력의 가치를 보수로 돌려주고 청년들은 노동력을 활용해서 돈벌이를 하도록 만들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면 인권을 유린하는 불법 행위도 없고, 애써 청년동맹을 동원해 탄원하도록 지시문을 내려 보내거나 추운 날씨에 평양에서 궐기대회를 하지 않아도 돈벌이 할 청년들이 진심으로 탄원해 올 겁니다.

그리고, 한국 청년들 못지 않게 북한의 청년들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자기 능력을 개발하고 싶은 욕구와 더 재미 있는 직종에서 일하고자 하는 열의가 넘칠 것입니다. 이런 북한의 청년들을 건설 노동에 의무 배치하거나 군대로 보내 건설 노동에 투입하는 식으로 청년의 미래를 차단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일까 의문을 갖게 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