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지인 한 명이 인터넷의 사회연결망에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예전엔 당연했지만 지금은 이상하거나 웃기는 일이 뭐가 있냐”는 건데요, 저도 뭐가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바로 몇년 전만 하더라도 일상생활과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어서 너무나 당연했는데 지금은 참 이상하고 말도 안되는 일, 심지어는 불법인 일들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지정된 장소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고 실내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관행을 들 수 있습니다. 남한사회에서는 이제는 실내에선 물론이고 버스정류장 같이 야외에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만약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십 여년 전만 하더라도 담배연기를 싫어하면서도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회의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실내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미개한 행위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남한 사람들의 머리에 자리했습니다. 흡연자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의 건강마저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같은 공통 인식이 형성된 겁니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에게 편하고 좋은 것들을 연구해서 도입하고 우리의 일상생활에 빠르게 적용하고 또 생활과 생각에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북한사회도 남한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변화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가 배급체계가 있어서 국가가 배급으로 주는 식량만을 먹고 살았지 않습니까. 그래서 90년대 중후반에 식량은 당연히 국가가 주는 것으로만 여기고 배급만 기다렸던 많은 사람들이 아사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국가배급은 당연히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지요.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는 것도 그렇지요.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할 행동들이지만 지금은 남한 드라마 안 본 사람이 없을 만큼 많이들 즐기고 있습니다. 장마당도 변화의 예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농산물만 좀 팔던 곳인데 이제는 장마당과 골목시장 없이는 살아 나갈 수 있는 북한 주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부분이 시장과 시장활동에 의지해서 생활하고 있으니까요.
실내 흡연처럼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예전에는 사회에 만연해 있어 당연시 했던 것들이 지금은 처벌받는 경우들도 있고 죄악시하는 행동들도 있습니다. 최근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성폭력 근절을 위한 홍보활동인 ‘미투’운동을 보면서 생각이 났습니다. 직장 내 또는 한 사회나 공동체에서 권력이 더 강한 사람이 더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이나 비도덕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는 있으면서도 선뜻 고발하거나 공개적으로 폭로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습니다. 가해자의 권력이 워낙 압도적이니까 고발을 한 내가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고발한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한 경우가 부지기수로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한 피해자들이 ‘미투’운동을 통해서 ‘나도 이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라고 폭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 설명드렸던 남한의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이 그런 것이지요. 검찰이라는 권위주의적인 집단 내에서 고위간부가 성폭력 가해자라고 고발하는 것이 8년 전만 하더라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또 한국 문학계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는 한 원로 시인이 젊은 여성 문인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일삼는다는 사실이 수십년 간 문인들 속에서는 다 알려져 있던 일이었지만 누구도 이 거장의 이름에 눌려 고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용기 있는 한 시인이 시를 써서 그의 추악한 행동을 폭로해 일반 시민들까지 그 문학계 원로의 성폭력 행위를 알게되고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거대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슈틴 (Harvey Weinstein)은 영화배우들 속에서는 성폭력을 일삼는 사람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졌지만 공개적으로 고발당한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 ‘미투’운동 즉 ‘나도 성폭력 희생자야’라고 고발하는 사회선전 운동 덕분에 이 사람의 성추행도 국제적인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같은 사례들은 모두 공동체 내에서는 아주 오래동안 잘 알려진 악행이라는 점에 주목을 해봐야겠습니다. 비도덕적이거나 어쩌면 불법적인 행위로 특정 사회 내에서 잘 알려졌다 하더라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인 자각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고질적인 현상으로만 인식만 할 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행동이 나쁘다고 수군대기만 하겠지요. 이것이 누군가의 용기있는 고발로 인해 법적인 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기 위해 조사를 받는 순간이 되어야 사회성원들 그리고 언론들의 사회적인 화제꺼리가 되고 그래서 여론이 형성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 시대의 도덕적 가치와 대다수 주민들의 의식 수준과 법치의 실현 정도 등이 긴밀히 연관돼 있는 문제입니다.
지난 5일에 북한사람들의 의식변화와 사회적 변화에 대한 보고서가 영국에서 나왔습니다. 세계기독교연대라는 영국 런던에 기반한 국제 인권단체에서 집필한 보고서인데요. 지난 몇 년간 100명 정도의 탈북민들을 만나서 조사한 결과라고 합니다. 주제가 바로 북한 내 시장 활성화와 외부정보의 유통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의식에 변화발전이 있는가입니다. 이 보고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약간의 증진이 보이기는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왜냐면 과거에는 반체제요소가 전무했지만, 최근 10년간은 지도체제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는 아닐지라도 개인적으로는 얘기한다고 조사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고서는 여전히 북한은 세계 최고로 억압적인 국가들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보이는 미미한 향상은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자유를 허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실패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당국의 반체제 요소에 대한 강경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변화를 만드는 주체는 당국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즉 북한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외부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기 때문에 외부정보가 북한변화에 동기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북한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씨앗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특정 관행이 불편하거나 거슬린다고 느낀다면 그런 불편함들은 가까운 미래에 소멸되거나 불법이 겁니다. 북한사회에서도 ‘예전엔 당연했지만 지금은 이상한 일들’이 앞으로는 더 많이 생길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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