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인구 절반의 잠재력, 북한의 여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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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중앙위원회 제8기 제 4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에도 ‘모든 단위에서 자체의 과학기술 력량을 배양, 육성하는 사업’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과학기술을 농업 발전의 주된 동력으로’ 삼아서 농업의 선진화를 이루는 것이 당의 전략적 발전관이라고 설명했고요. 지난 8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6차 회의에서 “과학기술의 실제적인 발전으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담보해 나가겠다”는 주제의 토론이 있었다는 노동신문 보도도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생활 개선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방향으로 과학화와 현대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데요. 이 부분에서 여성의 참여 비율은 얼마나 높은지 궁금해집니다. 노동신문 기사에도 남성 과학자에게 여성이 꽃다발을 주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또 연구실에서 찍은 연구원들 사진에도 3~4명의 남성만 등장할 뿐 여성 연구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노동신문에는 북한의 여성 과학자가 활약한 내용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자료를 찾아 볼 수 없으니 여성의 비율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북한이 사회 전반적으로 가부장제에 기댄 남성 중심의 사회이기에 과학 분야에도 여성 과학자들의 비중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지는 않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 사회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성별 구분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성이 지배적인 영역이라서 여성들에게 배타적이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도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특정 무리의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것은 그 분야의 발전에도 장애가 됩니다.

성별이나 사회적 토대 때문에 차별 받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활동에 참여하는 환경에서 더 나은 결과가 나올 뿐 아니라 차이를 구분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는 사회를 더 활기 있게 만듭니다. 그런 차원에서 국제사회에서는 과학과 기술, 공학, 기계 부문 같이 남성이 지배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영역에서 여성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한 노력이 이어집니다.

유엔은 2월 11일을 ‘국제 과학 분야 여성의 날’로 정했습니다. 성별과 인종 같은 구분으로 과학 분야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고 있는데요.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 날을 기해, 국제사회에 당부의 말을 남겼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길 모든 사람들에게 요청합니다. 오늘날 여성들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의 틀을 만드는 내일의 과학자이자 혁신가가 될 수 있습니다”

2015년에 이스라엘의 한 대학에서 1,4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 장치(MRI)로 촬영했는데 뇌 사진에서는 남녀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학분야 전반을 장악한 사람이 왜 남성이 지배적으로 많을까 의문이 듭니다. 유엔의 유네스코 통계에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전 세계 연구자들 중 여성은 1/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한국의 여성정책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는 사람이 인구 만 명당 여성이 72.4명이고 남성이 65.8명으로 남성이 적은데요. 이들 중 연구를 계속해 박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의 수는 인구 만 명당 여성이 2.4명이고 남성이 3.8명으로 남성이 더 많습니다.

뇌의 구조는 같은데 남성이 과학과 학술 연구 분야에서 더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사회적 환경을 이유로 꼽습니다. 여성의 능력을 저평가하는 사회적 고정관념이나 남성보다 인건비가 낮은 근무 조건, 아이를 돌보는 일은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성 역할의 편견, 기존의 남성지배 구조에서 여성의 참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직된 사고 등을 원인이라고 봅니다.

지금 북한 사회에서는 가정에서나 경제 영역에서 여성의 역할, 기능, 책임이 보통 남성들보다 수십 배는 더 무거운데요. 하지만 과학, 기술 등 전문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이름을 떨치는 여성은 극히 드뭅니다.

과학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든 여성의 참여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인구 절반의 잠재력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등용하지 못 한다는 말이지요. 이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오중석,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