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16세 영국계 벨지끄(벨기에) 청년인 맥 러더포드(Mack Rutherford)는 초경량 비행기로 혼자 비행해서 전 세계를 한 바퀴 돌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3월 17일, 비행을 시작한다는데요. 맥 러더포드의 초경량 비행기 단독 세계 일주 계획이 성공하면 남성 최연소 비행사 기록을 깨게 됩니다. 남성으로 최연소 경비행기 세계 일주 기록은 18세의 트래비스 러드로우(Travis Ludlow)라는 영국 청년이 2021년 7월에 세웠습니다.
여성 최연소 세계 일주 비행 기록은 19세의 자라 러더포드가 세웠는데요. 자라는 지난 12월 중순, 서울 김포공항에 잠시 내려서 이틀간 휴식을 취하고 떠났습니다. 자라 러더포더의 초경량 비행기 단독 비행은 다섯 개 대륙의 31개 나라를 거쳐서 지난 1월 21일에 155일간의 비행을 마치고 벨지끄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이같이 대단한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요. 청소년들도 존경스럽지만, 이들이 용기를 내어 모험을 즐길 수 있는 환경과 이들을 믿고 꿈을 밀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참 부럽습니다. 맥 러더포드는 언론과 대담에서 “미친 짓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멋진 일을 하는데 굳이 성인들만 하라는 법이 있습니까. 어려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러더포드의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사회 여러 영역에서 10대들의 참여가 세계적으로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환경운동 영역에서 더 돋보이는데요. 아무래도 환경은 미래 사회와 연관된 것이라 10대들의 인생과 직결된 문제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미국의 17세 청년, 쉬바 라즈반다리 (Shiva Rajbhandari)는 환경운동가로 2년 전 환경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해서 환경단체를 조직하고 십 대들이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 사회참여 활동에 나설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라즈반다리와 10대 환경운동가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이다호 주의 주도인 보이지(Boise) 시가 2035년까지 100% 친환경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시 정부를 대상으로 압력을 넣는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미 10대 청년들의 환경운동은 2019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전개된 적 있습니다. 최근에도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10대 환경 운동가들이 정부와 대기업의 환경 정책에 대한 비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3월 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위한 후보자들의 공식 유세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부터는 약 55만 명의 18세 유권자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자 10대 청년들을 위한 대통령 후보자들의 공약에 주목하게 되는데요. 청소년들을 위한 대선 공약이 대학교 입학 제도 개선이나 고등학교의 전문성 보강을 위한 지원 등에 그친다며 청소년을 위한 공약이 부족하다고 시민단체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정치영역에서 청소년들의 복지와 인권, 이익을 위한 독자적인 정책들에 더 주목해야 하며, 또 청소년들이 정치의 주요 주체로 등장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쯤에서, 북한의 10대는 어떤 활동들을 하며 무슨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최근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한 북한 청소년 관련 보도들은 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에 대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청년교양보장법’은 청년들이 ‘반사회주의나 비사회주의 사상을 제거하고 당과 수령의 지시대로만 사고하고 행동하라고 교양’하기 위한 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도 2월 초 ‘청년교양보장법’을 해설했는데요. ‘사회주의 생활양식 확립을 위한 사업에서 청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들과 기관·기업소·단체·공민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 그리고 위반했을 때 법적 책임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규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거기다 자유아시아방송은 1월 중순부터 시작한 노농적위대 군사훈련에 대한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북한 청년들은 17세부터 매년 혹한기에 보름 동안 극한의 추위와 부족한 식량으로 고생하며 준군사조직인 적위대 훈련에 참여해야 합니다.
북한당국은 인생에서 가장 창의력이 뛰어난 시기이며 가장 열정이 넘치는 시기를 사는 10대 후반기의 청년들을 법까지 만들어 사상적으로, 문화적으로 통제하며 청년들의 꿈을 묶어 버렸습니다. 거기다 적위대 훈련에서 전쟁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 육체적 고통은 물론 청년들의 정서마저도 적대감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16세, 17세, 18세 청년들이 하늘을 날고, 모험을 시도하고,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며 사회 변혁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지금, 북한의 청년들이 꿈 꿀 미래는 어디에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안타깝지만 좀 우울한 생각이 듭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