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들어서도 북한 당국은 여전히 ‘과학기술’과 ‘지방발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새로이 들고 나왔는데요. 10년 안에 20개 군의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비약시킬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으로 ‘농촌진흥과 함께 지방공업의 혁명적 변혁의 시대’를 열어 ‘전면적 국가부흥’을 성취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고 생활 형편이 나아지기를 희망하는 차원에서 북한당국이 내놓은 ‘지방발전 20X10 정책’이 성공하기를 염원합니다.
하지만 관련 정책의 실행 현황을 소개하는 노동신문 기사들을 보니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인민 생활에서 뒤떨어진 지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하에서 추진하는 정책으로 지방의 공업공장 건설을 소개합니다. 어찌 보면 공장건설이 당연한 수순같이 보이지만, 형식적으로 20개 시군에 공장만 몇 동 건설했다는 것으로 성공을 주장하게 되지 않을까요.
지방발전 20X10 정책 추진을 위해 비상설 중앙추진위원회를 조직해서 ‘건축물과 생산공정들에 대한 설계를 완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소개하면서, ‘각 영역의 연구원과 과학자들로 구성된 추진위가 지방공장들을 현대적으로 건설할 수 있게 기술 과제서를 완성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몇몇 시와 군의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자연경관이 살아나게 하기 위한 작전’을 강조하고도 있습니다.
내실 있는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과 지역주민들의 수요와 국가 전반의 장기적 미래 발전 계획 속에서 어떤 사업들을 추진해 나갈 것인가를 계획하기보다, 우선적으로 현대적 공장을 ‘과학적 방식으로' 각지에 건설해 놓고 보자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사실 북한 당국이 ‘과학’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며 주민들에게도 과학적 인재가 될 것을 요구합니다만, 인터넷 등 과학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하지 않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지요. 과학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노동신문 기사에는 에네르기를 절약하는 온돌을 개발했다거나, 농작물 해충구제 장치를 개발했다는 등의 자랑으로 가득한데요. 이 정도의 과학연구 결과물은 중국 등 이웃 나라에서 싼 가격에 가져다 쓰면 되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으로 과학적 성과로 자랑할 거리는 아니지요.
그렇다고 북한이 과학적으로 뒤떨어지는 국가인가요? 절대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을 제외하면 미사일 개발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평가됩니다.
이렇듯 북한의 과학은 전적으로 무기 개발에 사용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북한의 국방비가 2019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26.4%라고 알려지는데요. 러시아가 국내총생산 대비 3.8%이고 미국이 3.4%, 대한민국이 같은 해 2.7%입니다. 이같은 국제적인 군비 지출 통계를 보면 북한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군사비에 국력을 쏟아붓는지 보입니다.
그러면 세계 보통 나라들이 민생을 위한 과학연구 개발 비용을 얼마나 쓰는지 볼까요? 2023년에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의 과학기술지표를 보면, 국가별로 국내총생산에서 과학 연구개발에 투자한 예산 비율을 보니, 이스라엘이 5.6%로 1위고요. 대한민국이 그 다음으로 5.21%를 투자했고, 약 1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리고 대만과 스웨덴, 일본 등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즉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에서 국방비는 2.7%이며 인민 생활과 미래를 대비한 과학 부문 연구개발에는 5.21%를 사용합니다. 일본은 국방비 1.1%, 과학 연구개발비 3.29% 사용합니다. 중국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에서 약 2%이며 연구개발비는 2.54%에 해당합니다.
산업별 과학연구 개발 투자 비율 자료를 보니, 중국이 제조업에 투자하는 비율이 전체 96 퍼센트 이상이었는데요. 그중에 컴퓨터, 통신, 전자 설비, 자동차, 의약, 화학, 철도, 선박, 등 첨단기술 제조업의 비중이 33.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021년 자료를 보면 독일은 자동차 산업에 전체 과학연구개발 예산의 26%를 투자했고요. 그다음은 기계공학, 약품 산업과 전자 산업 등 인민 생활에 필요한 과학기술 부문에 대부분 투자했습니다.
북한의 현실과는 참 대조적입니다. 노동신문에 과학에 대한 기사로 소개되는 내용들이 대부분 1차산업인 농업과 광업 부문의 내용이고, 최근에 나온 공장 건설에 대한 것이 대부분인데요. 북한당국이 과학 부문의 발전과 과학 교육을 외치지만 정작 인민 생활에 도움 되는 연구개발은 외면한 채 무기 개발에만 집중하는 현실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