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차별은 국가발전의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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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3월 1일은 3.1 인민봉기의 날 또는 3.1절로 불리는 독립운동 기념일이었는데요. 세계적으로는 ‘차별 없는 날’을 기념하여 개인의 각기 다른 조건이나 특성 때문에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이는 날이었습니다.

차별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인권’의 가장 궁극적인 가치인 인간 존엄성 때문일 텐데요. 유엔의 근간이 되는 ‘세계인권선언’은 제 1조에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고 선언했습니다. 2조는 좀 더 구체적으로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등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차별 없이 인간을 동등하게 대해야 하는 이유는 먼저, 우리 인간 한 명, 한 명은 20만년 인류 문명의 축적된 가치를 체현하고 있는 가장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이고요. 그 외에도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차별은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도 저해되기 때문인데요. 개인의 노력으로 획득한 능력이나 기술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갖고 타고난 부모의 재력, 집안 배경이나 성별 같은 특성들 때문에 교육의 기회나 직업선택의 기회, 주거환경, 건강을 위한 편의봉사 등에서 제약 받는 상황은 사회 경제적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 마련입니다.

단순한 예를 들자면, 천재적인 수리력을 갖고 태어났지만 부모가 농장원, 또는 조부모가 지주자본가였던 한 사람이 국가와 인류의 과학발전에 기여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평생 농장을 벗어나지 못 하는 환경과 조건은 사회발전의 폐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환경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은 생활에 활력을 띠지 못하고 낮은 자존감과 우울증이나 만성적 불만에 시달린다고 심리학자들이 말합니다. 또한 사회적 피로와 침체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이중적인 장애로 작용합니다.

결론적으로 사회는 차별에서 우위를 점하는 부류의 주민 계층과 차별과 불평등으로 기회를 박탈당한 부류로 편이 갈리고, 권력과 경제력이 기득권에만 고정돼 버림으로써 더 심각한 차별을 낳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차별은 사회적 갈등과 불만의 원인이 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발전과 진보의 걸림돌인 차별을 없애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각 국가의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차별을 없애는 정책 구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이나 차이 때문에 특정 개인이 누리지 못하는 기회나 혜택을, 정부의 복지와 편의봉사 정책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수준 높은 교육과 의료봉사의 기회를 제공해서 차별의 원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하는 일입니다.

북한당국도 이러한 이유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일면 보여주고 있습니다. 농촌 건설에 힘을 넣는 정책이나 ‘지방공업 발전을 위한 합리적 사업체계’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 외에도 ‘장애자보호법’을 제정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교육과 건강보호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계급적 인식과 집단주의적 사고와 가치에 기초해 우리 주민들을 단순한 계층으로 분류해서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관행인데요. 계층 분류의 폐해는 전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교육과 의료혜택, 거주지나 직업 선택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대도시 노동자들의 자녀와 농촌 농장원의 자녀가 직업선택에서 그 지역과 직업을 크게 벗어나지 못 하는 현실을 말합니다. 어차피 넘을 수 없는 장벽 앞에서 농장원 자녀들이나 시골에 사는 중학교 졸업생들이 굳이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으려는 현상은 당연히 사회발전을 지연시키는 원인입니다. 이렇게 계급적으로 북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세대 자녀들은 오히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돌격대나 어려운 산업 부문에 탄원하여 다른 정치적 기회를 엿보기도 하는데요. 이 역시도 직업선택에 있어서 차별이지요. 주민들을 계급적 사고로 묶어 두고 해당 부문이나 계층을 넘어서는 능력이나 잠재력은 실현하지 못하게 만드는 차별적 제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차별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최근 북한 언론 매체에서 자주 확인됩니다. 지난해 말부터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를 공식 정치, 군사 행사에 등장시키는 것인데요. 열 살 나이의 김주애 앞에 국가 원로들마저 머리를 조아리는 시진들과 군인들이 ‘백두혈통 결사옹위’ 구호를 외치는 열병식 영상들은 북한에서 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는 상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은 모두가 존귀한 존재로 존엄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수억 년의 인류 문명이 쌓아온 가치를 철저히 무너트리는 모습으로 보여서 모멸감마저 들었는데요.

개인 간의 차이는 복잡한 사회의 다양한 구성을 이루는 각이한 형태의 소중한 요소들입니다. 사람들 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지만, 그 차이가 개인들을 더 존귀하게 대하거나 그 반대로 더 천대시 해도 되는 조건은 절대로 아닙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