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부녀절 즐겁게 잘 보내셨습니까? 명절을 맞아 노동신문은 여맹원들의 체육 경기와 유희오락 경기를 진행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던데요. 평양 개선문 앞 광장에선 여맹원들이 동원되어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고 무도회를 진행한 사진들도 선보였습니다. 부녀절이면 북한에서는 남성들이 꽃다발과 선물을 준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에선 남편들이 이날 하루만은 설거지며 집안 살림을 돌본다고들 하지요?
사실 3.8 국제부녀절을 기념하는 이유가 일 년 365일 중 이날 하루만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선물을 챙겨주며 즐거운 날 보내라는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날 하루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성별에 차별없이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서 함께 존중하고 있는지 돌아보자는 취지가 더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체제와 제도, 관습은 남녀 존중 사고방식과 성평등 의식이 자리잡기 이전 시대에 형성돼 왔기 때문에 여전히 남성중심적 가부장적 요소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여성들, 특히 취약계층의 여성들이 더 피해보는 일은 없는지 살펴볼 계기로 삼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 개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단지 어머니나 아내의 역할로 기능하는 대상으로 보며 무시하는 관행은 없는지 되짚어 보고 반성해서 고치자는 취지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우리 녀성들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떠밀고 나가는 힘있는 력량입니다”라고 말했다는데요. 실제로 여성이 힘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고 기회를 주는지, 그리고 여성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곰곰이 따져 볼 일입니다.
남한에서는 앞으로 5년간 대통령 직을 맡을 사람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9일에 있었는데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 특히 20대 여성들의 정치적 입장과 목소리가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현재 야당인 ‘국민의 힘’에서 내세운 윤석열 후보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0.73% 차이로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는데요. 두 후보의 표 차이는 24만 7천 77표였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것은 20대 여성들의 표를 기대보다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출구조사’라는 것을 하는데요. 투표를 마치고 나온 일부 사람들에게 투표장 바깥에서 누구를 찍었는지 질문해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조사입니다. 한국에서는 비밀투표가 원칙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후보에 투표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만, 방송국에서 조사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대충 성별에 따른 투표결과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출구조사 분석에 따르면 20대 남성들은 58.7%가 윤석열 당선자를 뽑았다는데요. 반면 투표한 20대 여성의 58%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20대지만 남성과 여성이 판이한 정치적 입장을 보인 건데요.
국민의힘 당과 윤석열 당선자가 선거운동에서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에 치중했던 반면 2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는데는 정책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냈는데 이로써 20대 여성들에게 윤석열 후보는 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다수의 20대 여성들이 윤석열 후보는 ‘20대 남성의 편’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는데요.
20대의 남성과 여성이 갖는 사회적 갈등 문제는 한국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과거 가부장적인 고정관념이 강한 시기, 사회적 약자인 여성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나 법들이 20대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여성을 너무 배려하는 제도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인데요. 즉, 사회 제도와 20대들의 현실 사이에 괴리가 커져서 빚어진 갈등으로 보입니다. 특히 성별에 차이 없이 공정한 대우를 추구하는 요즘 남한의 20대들에게 이 같은 갈등 요소들이 더 크게 눈에 보였던 것이지요.
20대 여성들이 등을 돌리며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자는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경쟁자와 표 차이에서 한국 역사상 가장 적은 차이로 이기게 됐습니다. 이렇게 한국 여성들의 목소리와 의견은 실제로 투표를 통해서 표현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북한 청취자 여러분들은 여성들의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목소리와 의견은 어떻게 표현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