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인권 정상화를 통해 외교 정상화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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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4월 말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고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겁니다. 이를 위해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이 스웨덴 외교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베이징 공항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국제언론은 스웨덴에서 미국 정부 측과 접촉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합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조직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양측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안보문제입니다. 김정은의 갑작스런 결정과 회담을 향한 발빠른 진행에 전세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상황을 오랜 기간 지켜보던 사람이라면 김정은이 군사적 긴장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갈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핵개발도 대륙간탄도 미사일도 완성수준이라고 자랑을 했고 언젠간 경제발전을 위한 국면전환을 할 거란 생각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한 달 간격으로 치뤄야 하는 국제무대를 바라보며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 개선문제는 어떻게 논의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겹치면서 어지럼증이 오기도 합니다.

북한인권문제는 국제정세의 유동에 따라서 심각성이 달라지는 문제가 아닙니다만 북한 인권운동권의 일부에서는 이런저런 고민을 합니다. 이렇게 대화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북한인권 논의가 사장되는 건 아닌가 또는 대화분위기에 지장을 준다며 애물단지 취급은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들도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제네바에서 지금 열리고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 논의로 바쁜 한 주를 보냈습니다. 12일에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유엔 회원국들의 집중토론이 있었는데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안보문제에 대한 북한과 대화의 진척은 인권문제에 대한 대화로 병행해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안보문제와 비핵화 문제가 남북 또는 북미 정상간 대화의 장에서 이뤄진다면 인권 대화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북한인권문제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우려는 북한에서 반인도범죄가 자행됨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여전히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상태가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당국차원에서 보장되는 국가라면 안보문제의 장기적인 안정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거지요. 그래서 안보대화와 인권대화를 갈라 놓을 수만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14일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사무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 최고인권대표 사무실의 서울 북한인권사무소에서 지난 1년간 연구조사한 내용을 유엔 최고인권 부대표 케이트 길모어가 발표했습니다. 길모어 부대표는 지금 국제관계의 해빙분위기로 북한당국과 깊이 있는 인권대화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안보대화를 준비하는 국제관계 속에서 북한인권문제에 있어서도 그간 없었던 대화의 기회가 조성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김정은 당국이 보여주는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보자면 외교관계의 정상화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정상화를 상상해봐도 되지 않을까요? 북한당국이 국제무대에서 외교관계 정상화를 꿈꾼다면 인권문제에서도 인권 정상국가 흉내라도 내는 것이 논리적으로 보입니다. 어찌보면 많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북한당국이 유엔의 장애인권리 특별보고관을 북한에 초청해 북한 장애인 상황의 실태 점검을 했는데요. 이런 활동을 계속 하면 됩니다.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부담스럽다면, 주제별 인권 특별보고관들을 북한에 초청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 관련 또는 여성이나 아동인권 관련 특별보고관과 실무그룹 연구원들을 초청해도 좋지요.

또 유엔회원국들 대부분이 가입하는 국제기구에 북한도 가입 비준하고 국제기구의 원칙과 수준에 맞게 자국법과 인권상황을 향상시키는 것이 인권 정상화의 한가지 방법입니다. ILO 즉 국제노동기구가 대표적이겠는데요. 여기는 전세계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86개 국가 즉 지구상 거의 대부분 국가가 가입한 기구입니다. 노동자 농민을 가장 귀하게 대접한다는 북한이 노동자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 강제노동을 일삼으며 국제노동기구에도 가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입니다. 베트남은 물론 베네수엘라와 미얀마나 쿠바 같은 나라들도 가입했는데 북한만 가입하지 않은 국제협약이 또 있습니다. ‘고문과 비인간적인 처벌 방지 국제협약’입니다. 정상국가라면 고문과 같은 비인간적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약의 가입과 비준에 주저할 이유는 하나도 없겠지요.

세계의 모든 정상적인 국가가 가입한 국제기구에 북한도 가입하고 국제적 인권기구들과 대화 하면서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정상화의 길을 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일 때 국제적 외교관계의 정상화 주장이 타당하게 들릴 겁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