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는 장애인 관련 안건들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가 지난해 12월 초부터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 즉 ‘교통약자법’ 개정을 요구했는데요. 전장연은 법개정과 예산 편성으로 장애인들도 쉽게 탈 수 있는 버스의 운행 확대를 지방정부의 의무 사항으로 바꾸라고 요구했습니다. 휠체어 즉 삼륜차가 버스에 쉽게 타도록 승하차 시 버스 차체를 낮추는 기능을 갖추고 버스 안에 휠체어 공간을 마련한 ‘저상버스’를 늘리라는 요구인데요.
2021년 기준으로 서울은 저상버스가 전체 버스의 65.6%, 지방은 평균적으로 27.8%를 차지합니다. 여기에 더해, 서울 시내 326개 지하철 역 중에 21곳, 약 7%의 역사에는 승강기가 없습니다. 따라서 전장연은 정부와 서울시가 지하철 역에 승강기를 100% 설치할 것과 전국의 저상버스 보급률을 42%로 올릴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는데요. 시위방식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 논란이 일었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단체 회원과 활동가들이 서울 중심의 지하철 역에서 아침 출근시간에 이동하며 시위를 진행해 지하철 운행 시간에 지연을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출근시간에는 이동 인구의 40% 이상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침시간 지하철과 역은 인구 초밀집 상황입니다. 복잡한 지하철의 시위에서 휠체어 바퀴가 지하철 문에 끼는 사고도 있었고 이 때문에 길게는 수 십분 간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시위가 두 달을 넘어가자 논쟁이 불거졌는데요. 시민들의 출근시간을 ‘볼모’로 한 시위는 지하철 운행 관련 법규를 위반한 불법이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왔습니다. 장애가 있던 없던 사람은 누구나 이동권을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입니다. 하지만 그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방법이 시민의 안전과 편의, 법치에 어긋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장애 유무에 상관 없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요. 여기에 반대한 사람들은 이 비판이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한 시각이라고 맞섰습니다. 전장연 활동가들과 지지자들은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 왔기에 약자를 위한 복지시설들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고 또 정치권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변호합니다.
3월을 끝으로 지하철 출근길 시위는 중단했는데요. 서울시는 지난 2월 초,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시내 버스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고 지하철 역사에 승강기도 100% 다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장애인 인권단체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에서 북한 청취자들과 생각해 볼 점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첫째, 나이가 들어서건 사고나 병 때문이든 사람은 인생에 한번은 장애를 가질 것이고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을 건데요. 장애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존중받는 통합된 사회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통합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인류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입니다. 두번째로, 장애인 등 소수자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스스로 인권과 사회적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중요한 시민적 권리이자 의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도 장애인 복시 시설과 정책 그리고 장애인을 통합하는 사회적 가치들을 점차적으로 갖춰 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2017년 유엔의 장애인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평양을 방문한 적 있었는데요. 방문 이후 낸 보고서는 북한에서는 장애인을 부끄러운 존재로 인식하며, 낙인과 차별이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법률 문구에도 '불구', '벙어리',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무능한 등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장애인 복지시설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한국도 과거엔 경제 발전만을 향해 전력 질주하며 장애인 문제나 인권문제, 환경문제나 질 높은 생활여건과 관련된 권리들을 돌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민주화도 이뤄내고 경제형편이 나아진 1990년대 들어서야 과거에 놓쳤던 인권의 가치를 더 소중히 다루며 복지시설들을 본격적으로 갖춰왔는데요.
북한은 지금 물론 경제적으로 힘들긴 하겠지만, 경제발전 노력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노력도 함께 경주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류가 공유하는 현대 문명과 가치, 진보를 함께 만들어 내고 있는 전 지구적 숙제이기 때문인데요. 이미 발전된 지구환경에 살고 있는 북한이 현대 문명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함께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오중석,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