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꽃제비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절대로 될 수 없어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에 있었던 남한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북한에서 꽃제비로 살던 청년이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북한의 외교관으로 일 하던 사람도 함께 남한의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3만 3천 5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에서 살다가 탈북해서 지금 남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로운 소식도 아니지요. 북한주민들은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자 탈북을 시작했고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남한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들 중 두 명이 남한의 국회의원으로 일할 예정입니다. 지성호와 태영호입니다.
지성호는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꽃제비 생활로 연명했습니다. 탄을 나르는 기차에서 석탄을 훔쳐 팔아서 하루하루를 살던 십대 소년이었습니다. 14살이던 해, 화물기차 위에서 석탄을 훔치다 허기에 못 이겨 의식을 잃고 떨어져 기차에 치였습니다. 그래서 한 쪽 팔과 다리를 잃었지만 2006년에 목발을 짚고 탈북해서 힘겹게 남한에 정착한 청년입니다. 남한에서는 '나우(NAUH)'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서 활동하는 인권활동가입니다. 태영호는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 8국에 배치돼 1993년부터 서유럽 국가를 전담하던 외교관이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10년간 일 했고 2016년 남한으로 탈출하기 전까지는 영국의 북한 대사관 공사로 일하던 사람입니다. 북한의 출신 배경이 천양지차인 두 사람이 나란히 21대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지성호는 남한의 정권을 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해서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야당 측 정당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 됐습니다. 비례대표는 국민 각자가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고 각 정당은 얻은 투표 수에 비례해서 각 정당의 당선의원 수를 정하는 방식인데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전체 47개 자리가 있는데 야당 측이 19석을 얻었고, 지성호는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12번째에 올라 있었기에 당선 될 수 있었습니다. 태영호는 지역구에서 지역 주민들의 지지로 당선 됐습니다. 태영호가 대표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지역구에서 총 6만표 이상의 지지표를 얻었는데요. 이는 투표한 지역 구민들 중 58.4%입니다.
꽃제비 출신이든 외교관 출신이든 상관 없이 남한에서는 능력과 의지가 있고 정당의 정치적 이념과 정책이 맞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습니다. 남한의 헌법과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선거풍토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북한을 떠나온 사람들이 남한으로 올 경우 일정 기간의 조사와 사회정착을 위한 교육을 받은 뒤 남한사회에 나오면 그 즉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자격이 주어집니다. 북한의 배경이나 출신성분에 상관 없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여기서 태어난 사람들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게 됩니다. 국민의 의무로는 세금을 낼 의무, 국방의 의무, 교육 받고 노동에 참여할 의무입니다. 권리로는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권리들을 다 보장 받고요. 그 중에는 참정권도 있습니다. 국민도 국가기관의 일부로써 정치에 참여할 권리입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 의회의원 선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또 피선거권과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권리도 가지는데요. 대통령,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더 중요한 요인은 남한은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된 이후 민주화와 사회정치적 발전을 위한 다양하고 힘겨운 노력이 있었고 법이 규정하는 대로 실행할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 국민의 민주적 시민의식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도 사회주의헌법은 선거에 대해 공정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군인민회의로부터 최고인민회의에 이르기까지 각급 주권기관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선거는 법에서 말한 것과 달리 국민들이 자기 뜻대로 선거할 수 없는 분위기이지요. 지난해 지방 대의원선거에서 거의 100%의 국민이 참여했고 대의원 후보자에게 100% 찬성투표 했지 않습니까? 이것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의한 비밀투표를 실시한게 아니라, 누구도 반대투표를 할 수 없는 공포정치를 한다는 증거일뿐입니다.
남한의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남한에 사는 3만 3천 5백 명 이상의 탈북민들은 자신의 선거권을 행사해 각자가 지지하는 정당과 지역구 후보들에게 한 표씩 직접 비밀투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남한국민들의 선택으로 북한의 꽃제비 출신도 외교관 출신도 아무런 차별 없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된 겁니다. 북한에서 꽃제비 출신 청년이 자기 군을 대표해서 최고인민회의의 대의원이 될 수 있는 날은 언제 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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