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의 가치를 위해 일하는 미국의 비정부 연구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매년 세계 모든 나라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정도를 연구해서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프리덤하우스의 ‘2022년 세계 자유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총점 100점을 만점으로 모든 나라의 자유, 인권 등을 지수화하여 나라별로 순위를 정리한 보고서인데요. 나라별 민주주의와 인권 실현 정도의 국제적 기준이 되는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정치적 권리는 0점, 시민적 권리는 3점을 받아서 총점 3점이고 시리아, 남수단, 에리트리아 등과 함께 ‘자유가 없는 나라’ 부류에 속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북한은 유일 정당이 통치하는 전체주의적 왕조 체제라고 정의하며 북한 주민들의 생활 전반에 나타나는 인권 문제들을 설명했는데요. 지난 2021년에도 여전히 북한 내부에서 주민들의 거주와 이동이 극도로 제한받았고 코로나 방역의 일환으로 국경 지역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이 발견되면 즉시 총살하는 반인권적 정책이 시행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전 세계가 유엔의 세계보건기구와 협력해서 코로나에 대한 집단적 면역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으나 북한은 세계보건기구가 제공하려는 코로나 비루스 왁찐(백신)을 거부하며 국경만 철저하게 봉쇄하는데 중점을 둔 정책을 펼쳤는데요. 이 또한 반인권적이며 시민권을 박탈하는 행위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프리덤하우스는 25개 질문에 대한 각 국가의 현실을 분석해 자유 지수를 계산했는데요. 정치적 권리 부문에서는 선거 절차에 있어서 전인민적인 의사가 잘 반영되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선출하는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법에 따라 잘 운영되어 주민들의 정치적 자유 의지가 잘 반영되는지를 분석했고요. 정치적 다양성과 주민들의 정치 참여가 잘 보장되는지도 분석 대상이었습니다. 즉 인민들이 노동당 외 다른 정치 정당을 위한 활동이 가능한지, 여러 종교단체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지 등의 현실을 반영해서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시민권 영역에서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도를 받지 않고 인민들이 신문이나 책, 언론매체를 운영할 자유가 있는지 그리고 정치적인 주제에 대해서 자기 생각들을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살펴봤고요. 청년동맹이나 여맹, 직맹 같은 노동당 지도를 받는 조직들 외에 노동당과 상관없이 인민들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수 있는지도 시민권을 측정하는 기준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모든 인민들은 자기가 살고 싶은 도시에 마음대로 이사해서, 각자가 원하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돈 벌며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는가도 알아봤고요.
이 같은 질문들 24개 중에 북한이 받은 점수는 3점인데요. 세 개의 질문에서 각각 1점씩을 받았습니다. 그 질문들은 이렇습니다. 첫째, “인민 개개인은 개인 재산을 소유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당국의 부당한 간섭 없이 개인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가?” 둘째로 “인민 개개인은 결혼 상대를 선택하고 가정폭력에서 보호받고 자기 외모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꾸밀 수 있는 개인적, 사회적 자유를 누리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인들은 기회의 평등을 누리고 있고 경제적 착취에서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통치하면서 장마당 장사를 허용하고 당국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부문이나 당국의 묵인하에서 개인들이 사업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해 이 질문에서 각각 1점씩을 받은 것입니다.
유엔의 여러 기구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비정부 시민단체나 사회 연구단체들은 선진국의 인민들이 누리는 정치적, 사회적 권리의 기준에 맞게 북한 주민들도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는지 항상 관찰하고 있는데요.
북한당국은 군사적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데만 관심을 기울여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만 치중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세계가 높게 인정하는 부문은 군사적 힘이 아니라 시민들의 권리와 자유 부문입니다.
김일성 동지 탄생 110돌을 맞이해 ‘인민의 당, 인민의 나라, 인민의 제도가 제일’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세계의 객관적인 평가는 노동신문의 자화자찬과는 딴판입니다.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당과 제도를 가진 나라로 북한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국의 지시가 아니라 전 인민이 제 인생을 스스로 개척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을 조금이라도 허용해 주면 됩니다. 그 공간은 인민들 스스로 판단해서 능력껏 일할 수 있는 장마당 등 개인 돈벌이가 가능한 공간이며, 개인의 취향을 존중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학교나 직장이 될 겁니다.
인민들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이나마 더 마련된다면, 2023년 ‘북한의 자유 지수’는 3점에서 10점 정도는 상승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