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지구의 날, 인간 존엄성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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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서 1970년부터 이 날을 기념해 왔고 올해 50회째 지구의 날을 보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이전 시기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천재지변 등 자연재해를 완화하고자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 배출량을 감소하는데 환경운동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전염병이 전 세계를 타격한 대유행병이 되면서 이 또한 지구환경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에볼라나 사스, 메르스, 그리고 이번 사태의 주범 코로나19 등 동물이 매개가 되어 인간에게 감염되는 질병의 증가세가 지구의 기후변화에서 기인한다는 말인데요. 지구가 더워지고 계절이 변하면서 동물 중 일부 종들은 기후변화를 따라서 이동합니다. 동시에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동물의 서식지인 산림을 침해하거나 파괴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전염병의 숙주인 야생동물들이 인간과 더 가까이 접촉하게 된 것이죠. 전염병원균은 사라져가는 야생동물을 대체할 숙주로 인간의 몸을 활용하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2003년과 2015년 사이에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남미의 아마존 우림지역의 10%가 파괴됐는데 이 시기 말라리아가 3% 증가했답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나아가 편리하게 더 잘 살려는 노력이 자연을 훼손하게 됐고, 그 후과가 인간에게 피해로 되돌아 왔습니다. 따라서 자연재해는 물론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산림의 황폐화를 막고 인류를 보호하자는 홍보를 위해 지구의 날을 기념합니다. 이 날을 맞이해 국제기구, 각국 정부와 과학자 그룹들은 지구 환경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발표하고,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환경파괴의 위협에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구 위에 사는 나무들, 동물들, 그리고 인간이 모두 조화롭게 잘 사는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엔케이가 보도한 공개처형에 대한 충격적인 기사는 이러한 국제적 환경운동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자강도 고풍군의 산림경영소 작업소장이 지난해 봄에 묘목작업반 국가 토지의 묘목을 없앤 뒤 '평양-12호' 옥수수 종자를 심었기 때문에 공개처형을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작업소장은 그 해 옥수수를 수확해서 산림경영소 일꾼들에게 배급 주고 기업소가 기르는 소 사료로도 사용했답니다. 실제로 이 사람이 공개처형을 당했는지 여부는 투명하게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개연성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전당, 전군, 전민이 떨쳐나 산림복구전투를 본격적으로 벌려야 한다"는 김정은의 '말씀'에 따라 북한의 산림을 우거진 황금산으로 만든다는 정책에 위배되는 행동이라는 이유입니다. 산림경영소 작업소장은 기관을 책임지는 공무원으로서 소속 근로자들을 위한 당장의 식생활을 해결하고자 선의의 행동을 했겠지요. 결과적으로 기업소 노동자들을 위한 배급과 자급자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지도자의 말을 따르지 못한 것이 공개처형의 원인이 됐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얼마나 인명을 경시하는 사회인지 그리고 얼마나 자의적으로 법제도가 집행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구의 날에 하루 앞서 국제적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가 '사형선고와 집행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보통 나라들과는 달리 북한은 제대로 된 법에 근거해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영역에서 법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사형이 선고되고 집행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민의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지도자의 말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이상하고도 비인간적인 북한의 관행 때문입니다.

1990년대 경제 난을 극복하는 과정에 파괴된 산림을 복구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지도자 말씀에 따라야 한다는 교조화된 명분의 법적 행정적 절차를 무시한 인명 살상은 심각한 인권유린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지구만 살리고 인간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이 조화롭게 균형을 잡고 지구에서 함께 잘 살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북한당국은 산림복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지도자의 말을 관철해야 한다는 것을 시범으로 보여주기 위해 공개처형을 실시했습니다. 생명도 없는 지도자의 말이 더 중요한지, 사람의 목숨이 더 중요한지 북한 당국은 잘 고민해봐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