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싱가포르 사형 논란, 북한에 시사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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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서쪽에 위치한 말레이반도 끝에 있는 작은 도시 국가 싱가포르에서 지난 27일에 사형 집행이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 작은 파문이 일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마약 밀수범 나겐트란 다르말린감이라는 34세 청년을 사형했는데요. 사전에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세계 여러 인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청년은 2009년에 43그램의 헤로인을 싱가포르에 밀반입하다 적발돼 사형 선고를 받았고 10년 이상 집행을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마약 밀매범의 사형집행이 국제적 인권 문제로 대두된이유는 이 청년의 지능지수가 매우 낮아 의학계 전문가들이 지적 장애를 가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법무부 장관은 다르말린감이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지각이 있는 수준이라며 사형선고 이후 10년 이상이나 집행을 연기하는 것이 오히려 정당하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마약 단속법을 제정하고 있습니다. 마약의 한 종류인 헤로인 15그램 이상만 반입하면 사형 선고가 가능합니다. 이 청년은 돈이 필요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재판에서 자백했고, 사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5년 후 지적 장애가 있기 때문에 판단력이 없는 상태라며 종신형으로 감형해줄 것을 탄원했습니다.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을 처형하는 것은 국제법에 위배된다며 변호사들이 사면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청원은 거절됐고 사형 집행이 된 것이지요. 사형 집행 이후 인터넷 사회연결망에서 논쟁이 불거졌는데요. 영국인 억만장자 사업가와 유명 배우를 포함해 수천 명의 사람이 싱가포르가 장애인을 처형하는데 반대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사형 반대 인권 활동가들도 성명을 발표하고 싱가포르의 사형집행을 비판했습니다.

판단의 옳고 그름을 말씀드리고자 한 것은 아니고요. 이 사건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을 청취자분들과 나눠 보려고 합니다. 먼저, 싱가포르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사형 판결을 하고 집행했지만, 범죄자라도 장애인이기에 더 신중한 법 적용을 할 것을 인권옹호 활동가들이 요구했던 것이지요. 자기 나랏일은 아니지만, 억울한 처지에 있을 법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북한 인권 문제 해결과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당국이 주민들의 노동력을 강제로 이용하면서 인건비를 주지 않는 행위나, 전 세계 청년들이 즐기는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북한 청년들이 즐기면 교화소로 보내 부당하게 무거운 형벌을 내리는 행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반인도 범죄가 일어나는 관리소를 아직도 운영하는 현실 등을 비판하고 있는데요. 북한당국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공화국을 위협하기 위한 모략’으로만 치부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무시합니다. 하지만 일 인당 국민 소득 6만 달러가 넘는 부자나라 싱가포르에도 국제사회는 인권 문제에 있어서 똑같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부자나라도, 가난한 나라도, 민주주의 국가도, 사회주의 국가도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두 번째는 법의 역할은 더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판단 아래 인권 활동가들은 법에 따라 장애인을 사형하는 데 반대했습니다. 인류 문명이 발전할수록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와 기구들은 더 세분되고 진보하고 있는데요. 북한에도 신소제도로 힘없는 사람들이 부당한 상황에서 구제될 기회들이 차려지고, 변호사나 법 기구를 통해서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형제도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사형제도는 점차로 사라지고 있는데요. 한국만 하더라도 사형이 법으로 존재는 합니다만, 지난 25년간 한번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사형제도가 없는 것과 다름없지요. 아무리 심각한 중대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국가나 제도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비인간적 행위로 사람들의 법감정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선 지난해에도 대학생들 몇 명이 정치 행사가 너무 많아서 공부에 전념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가 비밀처형당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한국이나 보통 국가에서는 범죄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없는 말반동 때문에 북한에서는 공개 또는 비밀 처형되는 실정을 국제 사회는 당연히 우려합니다.

싱가포르의 사형집행 논란을 보면서 북한도 인명을 존중하고 취약계층 사람들을 더 보호하는 법 집행이 이뤄지기를 염원해 봤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