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착취와 압박’에서 근로자를 해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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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은 국제노동절입니다. 노동절은 노동자 계급과 노동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전 세계 노동자들의 기념일입니다. 북한도 로동신문에서 5.1절을 맞이해 관련 사설과 기사들을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노동자 권리 침해를 권장하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5.1절 기념 사설은 북한 근로자들에게 정면돌파전의 진격로를 힘차게 열어나갈 것을 촉구했는데요. 이 주장의 바탕이 되는 '김정은 동지의 말씀'은 "혁명의 최후 승리를 이룩할 때까지 계속 혁신, 계속 전진해야 한다"입니다. 계속 혁신하고 전진하는 것은 올바른 지침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당국이 강조하는 것은 경제제도와 정책의 혁신을 통한 이익 창출이 아니라, 인민 대중들과 근로자들의 희생, 노동력 착취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근로자들은 "당에서 요구하는 높이에서 완전무결하게 수행해나가야 하며 당정책은 죽으나 사나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은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 29조와 30조의 위반입니다. 29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로동은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된 근로자들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로동이다"라고 했습니다. 30조는 하루 로동시간을 8시간으로 규정했는데요. 하지만 "당이 제시한 계획 달성을 위해서 죽으나사나 무조건 관철하라"고 명령한 조건에서 하루 8시간 노동이 대상건설 현장에서 보장될까요? 평양종합병원의 10월 10일 완공 지시를 죽으나 사나 관철하려면 하루 24시간 가열차게 노동해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착취와 압박'에 구속돼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사설은 구체적으로 농업전선 근로자들에게는 무조건적으로 다수확운동을 벌여서 알곡증산으로 당중앙을 결사옹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는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큼직큼직한 성과들을 더 많이 내놓아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력혁신자들은 하루하루를 그 어떤 대가나 보수도 바람이 없이 사회주의 재부들을 늘여갈 열망으로 가득하다"고 자랑했습니다. 그 결과가 삼지연시꾸리기 3단계공사와 평양종합병원건설 등 중요 대상건설장들에서 눈부신 성과로 나타난다고 자랑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북한당국이 노동자들의 기본적 근로권을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대상건설을 위해서 여맹, 소속 기관 기업소에서 강요하는 건설지원 물자며 지원금, 노력을 하루가 멀다하고 바치는 주민들의 어려운 살림이 상상됩니다. 주민들의 노동력 착취와 건설자재와 현금을 국가에 상납할 것을 명령하는 것은 근로권과 경제생활 관련된 권리들의 심각한 침해 즉 인권유린입니다.

제가 만나 본 수 백 여 명의 탈북민들 중 북한에서 밤낮 없이 일을 했지만 월로임을 받았다는 사람은 다섯 명도 채 안 됩니다. 월로임을 받았던 사람들도 한 달에 쌀 10kg 정도를 받았답니다. 쌀 0.5kg 가치도 안 되는 월로임이기에 신경도 안 썼다는 사람이 대다수였습니다. 그 대신 돌아가지도 않는 직장에 8.3돈 또는 수입금이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100위안이나 여유가 될 경우는 1년치 400위안 정도로 바치고 회사에 나가지 않았답니다. 회사에서 로임을 받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돈을 직장에 받쳐야 하는 관행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남한 노동자의 경우 평균적으로 월 로임이 3백만원 조금 넘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가구당 1년 평균 쌀 60kg도 먹지 않습니다만, 이 돈으로 쌀을 사면 1천kg가 넘는 질 좋은 쌀을 살 수 있는 가치입니다.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로임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직업선택의 자유만 허용하면 서서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 수익을 얻는 직장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선택해서 일하도록 허용하고 돌아가지 않는 공장이나 기업소는 문을 닫게 허용하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직장은 일 한 만큼의 로임을 노동자들에게 줄 수 있겠지요. 돌아가지 않는 공장에서 할 일 없이 공장을 지키는 일부 간부들도 생산적인 다른 직업 전선에 나서게 되면 개인의 능력 혁신과 국가 경제력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한 해에 2백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겼답니다. 시대와 달라지는 사회적 여건에 따라서 직업은 생기고 없어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기계화가 이뤄지면서 농민의 수가 줄어들고 기계 생산하는 공장에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변화에 맞춰서 일하는 직업의 종류와 돈 벌 수 있는 직업들도 달라지기 마련인데요. 직업을 마음대로 선택할 자유가 있기에 이 같은 융통성과 창조력이 발휘된 겁니다.

북한당국은 근로자들에게 당에 충성해서 계속 노력동원할 것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을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시킬 방안으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공식 허용하는 정책을 고민해 보길 바랍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