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국가 정상화 시대, 언론 정상화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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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언론자유의 날입니다. 이 날을 맞이해 북한의 언론 자유와 사상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킬 방안에 대해 고민해봅니다.

지난 4월 27일 남과 북 두 정상의 판문점 만남이 있은 후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 그리고 세계의 건전한 성원으로 성장해 나갈 미래에 대한 꿈에 부풀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일하는 저 같은 사람들도 정상적인 인권상황을 만들어 나갈 꿈을 그리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위에서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상황의 정상화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겠지요. 21세기 현재 지구에서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활용과 정보유통의 자유를 무시하고는 경제발전의 실현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그런 이유로 개발과 발전도상에 있는 국가라면 의도하든 안하든 경제발전과 함께 인권증진의 과정이 동반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특히 주민들의 선진적 시민의식과 법치의식의 기초를 만드는 언론의 역할은 인권증진 및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도 물론 신문과 텔레비젼, 통신사 등 언론이 있지요. 하지만 정상적인 국가의 언론과는 달리 북한의 언론은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모든 내용들을 통제합니다. 언론 보도내용은 당국이 하는 일, 특히 최고지도자가 한 일들을 홍보하고 선전하는데 그칩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언론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국의 대변인이자 방조자로서 국정 선전홍보 활동을 위한 기지입니다.

보통 정상적인 나라의 언론 경향은 그 반대입니다. 정부와 국가 최고지도자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관찰해서 비판하고 분석하고 국민들에게 더 좋은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도록 질타하며 정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북한당국도 유엔 등 국제사회에는 북한 내에 무려 400개가 넘는 신문이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유엔의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조사한 바로는 공장이나 기업소 등에 속한 신문사 같은 북한의 언론들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수 차례 검열을 해서 허락한 내용만을 신문기사로 다룰 수 있습니다. 당국이 모든 정보와 보도내용들을 생산하고 관영매체를 통해서 말단까지 배포하는 체계가 언론활동의 전체인 현재 북한의 상황을 보면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어떤 식으로 태동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큽니다.

남한 언론의 발전역사를 되돌아 봐도 독립적인 민간언론의 탄생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896년에 창간된 최초의 근대적 방식의 민간신문으로 한국역사에 등장한 ‘독립신문’의 창간도 쉽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3년만에 폐간됐습니다. 또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유신시절에도 유력언론사인 동아일보가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언론사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언론활동을 탄압했습니다. 이후 남한의 민주화 이듬해인 1988년 독립적으로 민간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자는 국민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전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창립자금을 마련해 한겨레신문을 탄생시켰습니다. 한겨레신문은 아직도 남한의 진보적 좌파 성향의 신문으로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남한은 경제발전의 길 위에 있었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시민들의 기초적인 자유가 허용됐던 시절이었으므로 독립적 민간언론의 시작이 가능했습니다. 북한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지요. 하지만 북한도 개혁개방 정책을 실현해 경제적 필요로 인해 인터넷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로 이어진다면 북한 내 민간언론의 시작은 고민한 것보다 쉽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사용자 모든 개개인이 하나의 언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전문적인 언론의 싹을 틔우는 배경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겁니다.

1896년에 처음 나왔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의 창간사는 지금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바른대로만 신문을 (발행) 할 터인고로, 정부 관원이라도 잘못하는 이 있으면 우리가 말할 터이요. 탐관오리들을 알면 세상에 그 사람의 행정을 퍼트릴 터이요, 사사로운 백성이라도 무법한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가 찾아 신문에 설명할 터이다.” 이것이 독립적인 민간언론이 할 일입니다. 정상적인 개혁개방의 길 위를 걸어나갈 북한에도 이런 역할을 맡을 민간언론이 곧 나타나기를 희망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