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청취자 분들도 ‘인터네트’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로동신문에서 가끔씩 중국이나 러시아, 아프리카 지역 등 다른 나라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보셨겠지요. 하지만 북한 청취자 분들 중 누구도 인터넷을 직접 사용하거나 구경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남한에서는 어린아이들까지 인터넷으로 책을 보고 노래를 배우고 오락도 즐깁니다. 직장에서 서류를 만들고 정리하거나 학생들이 공부하고 연구할 때도, 사업가가 장사하고 물건을 제작 판매할 때, 또는 보통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 각종 유흥과 취미생활을 즐길 때도 인터넷을 이용합니다. 인터넷이 없이는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인데요. 이런 현상은 한국처럼 발전한 나라는 물론이고, 페루나, 케냐, 윁남(베트남) 같은 발전 도상에 있는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요. 러시아, 라오스나 쿠바도 같습니다. 하지만 세계 대부분 사람들의 생활이 인터넷과 이렇게 밀접히 연관되기 시작한 것은 3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30년 전인 1993년 4월 30일에 인터넷을 존재하게 만든 'WWW'라고 알려진 월드와이드웹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월드와이드웹은 통신망에 연결된 컴퓨터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인터넷에서 탐색할 수 있도록 인터넷 상에 좌표 또는 주소를 매겨서 공개된 정보들을 다 연결한 겁니다. 예를 들어서 인터넷에서 노동신문 주소는 www.rodong.rep.kp인데요. 이 주소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노동신문 웹사이트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컴퓨터는 물론 타치폰으로도 WWW를 활용하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을 쉽게 처리하는 세상입니다.
세계 역사는 WWW의 창조 이전 시기와 이후 시기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월드와이드웹은 인류 문명을 크게 전환시켰습니다. 즉 세계 여러 혁명 역사에서 현대 정보와 지식, 과학, 문명을 창출해 내는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혁명을 꼽으라면 월드와이드웹의 창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요. 이를 창조해 낸 사람은 1993년 당시 37세의 영국인 팀 버너스리입니다. 버너스리는 1996년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에 나와서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망(web)은 아주 중요한데요.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정보나 지식을 일부 제한된 곳에 가둬두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라며, WWW의 활용과 인터넷 보편화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지식이나 정보가 아무 쓸모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요. 또한 특정한 사람들만 지식을 소유했을 때 발생하는 권력과 권위의 독점이 낳는 위험성을 인류는 역사에서 충분히 경험했지요.
독일의 통계 연구소인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2023년 1월까지 전 세계에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 수가 51억 6천 명, 즉 지구 인구의 64.4%라고 밝혔습니다. 아기들과 연로한 어르신들, 병상이나 전쟁 등 특수한 상태에 처한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필요한 지식과 정보,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쓰고 있다는 말이지요. 지구 인구의 64.4%에 포함된 북한주민은 몇 명일지 청취자 여러분은 짐작하실 수 있을까요?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기를 마시며 생명을 유지하듯이, 사람들은 인터넷의 정보와 지식, 문화를 습득하고 배우고 즐기며 정신적, 이성적, 사회적 생명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에게만 세계 사람들이 공유하는 지식, 과학, 정보와 문화를 배우지 못하도록 인터넷을 차단하고 ‘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만들어 처벌합니다.
이 같은 북한 당국의 정책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북한은 1981년에 이 규약에 가입한 뒤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했기 때문에 북한 영토에서도 북한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데요. 규약의 19조는 모든 사람은 ‘국경에 관계없이 구두, 서면 또는 인쇄물, 예술 (생략)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생각을 찾고, 받고, 전달할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인터넷 접속이 철저히 제한되지만 북한 당국은 1996년에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를, 그 다음 해에 조선신보 웹사이트를 인터넷에 등록했습니다. 세계 사람들은 북한 언론 매체를 접속할 수 있다는 의미지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노동신문을 검색해 봤습니다. 5월 4일 노동신문에는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기사가 15개나 검색됩니다. 농사에서 과학기술적 발전을 이뤄내자는 기사, 의학,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지방 보건기관이 노력해야 한다는 기사, ‘과학적인 타산과 분석, 정확한 실천적 담보’에 기초해 당 일꾼들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기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세계 사람들이 접속하는 인터넷에서 지식과 정보를 찾을 수가 없지요. 정보가 있어야 과학적 타산이 가능하고 의학 기술의 축적과 발전이 가능합니다. 인터넷만 활용하면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모든 것을 쉽게 성취할 텐데 안타깝습니다.
국민들이 선진적이고 발전한 정보와 지식, 문화적 자료들을 습득해서 더 똑똑해지면 국가가 더 진보, 발전하고 현대화될 것이며, 국가의 세계적 경쟁력이 더 강해지리라는 예측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인터넷을 제한해 주민들이 더 똑똑해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세계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다 알고 있는 것을 북한 주민들만 몰라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궁금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