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노동신문은 ‘전국 과학기술 정보 부문 발표회’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이 발표회는 8일까지 사흘간 평양에서 진행되었는데, 국가의 정보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 성과들을 소개하는 논문들 150여 건이 제출되었다고 자랑했습니다.
국제적인 발전 추세가 수자화(디지탈화)와 지능화로 나아가고 있기에 북한도 이 방향에 맞춘 정보화 실현을 이루어 낼 당 정책에 따른 행사였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관련 기술자와 과학자들의 정보기술 연구와 더불어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적 발전 추세에 맞춰서 북한이 정보 유통과 관련 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을 펼친다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이상적으로 바라는 바는 수자화, 지능화 기술 발전을 통해서 일반 주민들도 전 세계의 발전된 과학 정보, 수준 높은 문학, 예술, 대중 문화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길 희망합니다. 하지만 수자화와 지능화 기술이 북한의 일반 대중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로 확산되지 못하는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유엔이 기념하는 5월 17일, ‘국제 정보통신 기술의 날’을 맞이해 배포된 유엔 문건들을 보면 북한의 노동신문이 언급한 수자화 기술의 세계적인 추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의 국제 정보통신 기술의 날은 수자화 기술의 혁신이 사람들이 소통하고 함께 번영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수자화 기술은 평등한 교육 환경을 만드는데도 일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자화 통신 기술를 활용한 화상 수업을 통해 외딴 지역이나 소외 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술을 활용해 건강권 실현도 가능합니다. 원거리 원격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또 수자화 기술은 이웃 나라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긴급 대처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후 환경을 위한 목표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빈곤 해결에 기여하는 바도 큽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경우는 손전화로 물건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게 가능해지며 2022년 총 전자상거래 규모가 약 31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또 청년들의 혁신 사업도 지난 5년간 약 10배 증가했고 기술 관련 혁신 산업 부분의 투자자금도 2019년, 13억 달러에서 2022년 48억 5천만 달러로 급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가까운 동남아시아 지역의 인도네시아 또한 인터넷이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나는데요. 2021년 인터넷에서 물품을 거래하는 전자 상거래 부문에서만 약 40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는데, 2025년까지 이보다 세 배 이상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유엔의 보고서는 국가별로 수자화 기술과 인터넷을 활용하는 환경의 격차가 커, 혁신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싱가포르에 기반한 인터넷 정보 관련 통계 연구소, 데이터리포털이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바로 이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대부분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최하위 12개 국가들은 전체 인구의 25%만이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이 국가 중에서도 오직 북한만이 대부분 주민들에게 인터넷 접속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최근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세계 전문가들의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내부의 국가 통신망에 연결하는 근거리 공중무선통신망 Wi-Fi가 손전화와 판형 콤퓨터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통신망과 암호만 있으면 인터넷 접속이 쉽게 가능한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북한의 공중무선자료 통신망인 ‘미래’는 사용자의 이름과 암호까지 입력하는 게 필수라서 개인 사생활 보호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즉 미래에 접속해 누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당국이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공중무선통신망은 국가 내부망 접속을 위한 것이지 국제 인터넷 사용을 위한 것은 아니기에, 앞서 언급한 북한의 정보화 실현을 위한 당 정책과도 거리가 멉니다.
북한 당국은 세계적 발전 추세에 맞춘 수자화 지능화 기술의 발전을 추구한다고 자랑하지만 사실상 통신 및 정보 유통, 주민들 생활의 편의와 교육, 지식습득을 위한 수자화 기술의 활용은 북한에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서 언급한 나라들이 이뤄낸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경제 발전 또한 딴 세상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 누구나 활용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으로 북한 주민들과도 대화할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이면 오게 될까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