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통일을 미리 연구해보는 단체인 통일아카데미가 24일 진행한 국제토론회를 소개하겠습니다. 비록 지금은 남북, 북미대화 모두 교착상태에 들어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북한 사회가 경제적인 개혁을 이루고 국제사회와 어울리는 시기가 올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큰 변화를 경험했던 나라들의 사례를 연구해보고 북한의 미래에 적용시킬 수 있는 교훈들이 있을지 찾아보기 위해서 이날 전문가들의 발표내용들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국제토론회에는 베트남과 중국을 연구한 학자들과 폴란드와 체코공화국에서도 경제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베트남이 1986년 공산당대회에서 채택한 경제개혁인 ‘도이모이’를 연구한 한국인 전문가는 베트남이 경제개혁을 통해 얼마나 국가와 사회가 안정적으로 변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도이모이의 특징은 공산당의 일당독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계획경제 체제를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시켜서 부강한 국가 건설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었던 데는 4가지 분야에서 개선조치가 필요했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분야가 농업개혁으로, 먹는 문제 해결이 어느 나라나 가장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베트남 당국은 가족농을 정착시키고 개인들에게 농지를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생산품도 자유롭게 선택하고 판매도 자율적으로 시장의 수요에 따라서 시장가격에 맞춰 진행하도록 자율권을 준 것이 핵심정책이라고 합니다. 두번째는 국가적 계획경제가 정하는 계획과 가격을 철폐하고 시장에 맡기는 문제였습니다. 셋째로는 국유기업을 민영화하고 육성하는 정책입니다. 베트남은 1992년에 헌법을 개정해서 민간 사기업을 완전히 합법화했고 1999년부터는 실제로 국유기업을 개인에게 팔거나 임대해서 사기업을 육성했다고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역과 외자유치를 자유로이 허용했습니다. 이 모든 조치는 지금 북한주민들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정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폴란드에서 온 전문가는 1990년부터 시작된 경제개혁인 발체로위츠 계혁에 대해서 소개했는데요. 베트남의 경우와 유사하게 폴란드에서도 계획경제가 불러오는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서 민간 기업을 확대하고, 환율도 국정환율이 아니라 시장의 유동성에 따른 가변적인 환율을 채택하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줄 수 있는 교훈으로 폴란드의 경제개혁은 주로 서구유럽에서 이미 교육을 받았던 경제학자들이 큰 역할을 했던 사실을 북한당국은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을 통해 더 나은 상품개발은 물론이고 실용적인 기업 교육 등으로 민간 중심의 경제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답니다.
또 2011년에 군사정권에서 민간정권으로 전환을 한 미얀마에서 경제개발 분야의 전문가 한 분도 참석했는데요. 미얀마가 전환하던 시기의 어려움 중 법제도의 전환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민주적 개혁이 구 정권에 대한 보복정치로 이어지면 국가와 사회적 안정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민주화 또는 경제개혁이 이뤄지는 과도기에는 구시대의 법률과 제도에 여전히 법적 권한이 주어져야 하고 전환기 정의실현 과정에서 적정한 정의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유럽 공산주의 나라들의 붕괴 이후 두 나라로 갈라진 체코슬로바키아, 현재는 체코 공화국에서 한 분의 개발 전문가도 발표했습니다. 체코 전문가는 경제적인 도약을 만들어 내려는 지도자들과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충고를 몇 가지 했습니다. 먼저, 정부는 시민들에게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해서 정직하게 설명하고 일반 주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경제체제의 변화는 시장가격의 인상이나 어쩌면 실업을 불러 올 수도 있는데 사전에 이런 애로사항을 알리고 사회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시민은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유재산의 민영화 등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정책 또는 법적 체계에 국민적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 과거 정의롭지 못했던 것들을 바로잡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법 앞에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는 원칙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도자는 모든 개개인들에게 정의가 동등하게 적용되고 법원칙이 보장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세계각국의 경제문제와 개발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서 북한의 장밋빛 미래를 그려봤습니다. 이런 자리에 북한의 지도부나 경제 주체들이 함께 동참했으면 더 실효적인 토론이 되었겠지만 이 방송을 통해서라도 함께 미래를 상상해보면 좋겠습니다. 세계의 역사가 앞서 언급한 나라들의 예에서 본 것처럼 개혁을 통해서 더 나은 제도와 체계를 굳혀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에서 벌어질 변화도 세계 역사의 진보 위에 함께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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